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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아깝잖아요 - 나의 베란다 정원 일기
야마자키 나오코라 지음, 정인영 옮김 / 샘터사 / 2020년 3월
평점 :

<어떤 책인가>
작가가 취미로 식물을 키우며 생각한 것들을 담백하게 풀어낸 책
<인상 깊던 구절>
- 토지를 둘러싸고 지금까지도 누군가는 쫓아내고 누군가는 쫓겨난다. 모두 각자의 입장과 각자의 정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든 온전히 나만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 ‘한 뼘의 공간’이 필요하다.
- 작은 존재들을 오래 지켜볼 줄 아는 사람은 아득히 오랜 시간을 사는가 보다.
- 그제야 나는 물을 준다는 행위에 대해 돌아봤다. 식물에 어느 정도 뿌리가 자랐을지 상상하고, 그 다음에 물을 줄 시간을 생각하고, 그 사이 맑을지 비가 올지 날씨를 예상하면서 물이 양을 조절한다.
- 잎이 돋아나거나 꽃이 필 때도 정말 신기하지만, 씨앗에서 싹이 트는 커다란 변화와는 비교할 수 가 없다.
- 식물을 만지면, 절대적인 것이라고 믿어왔던 1초, 1분, 1시간이라는 시간 감각이 사실은 상대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쩌다 보니 인간으로 태어나 그 감각에 맞춰 생활하지만, 혹시 식물이나 다른 동물로 태어났거나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이런 감각으로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 틀림없다.
- 나로 인해 생명이 시작되게 만들고서는, 삶을 시작하면 뽑아낸다. 매우 불합리하고 잔인한 일이다. 나는 아직도 이를 정당화할 논리를 발견하지 못했다.
- 태어나기에 적절한 시기를 기다렸다가 자신이 원하는 계절에 원하는 생명 활동을 시작한다. 그 작동 방식은 매우 불가사의하다. 씨앗은 건조한 상태를 예상하고 그렇게 살기를 선택한 것이 틀림없다.
- 생텍쥐페리가 행발불명된 뒤 콘수엘로는 장미의 기억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나는 자기 자신을 장미에 빗댄 것에 놀라워하면서도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 장미가 사실은 굉장히 강인한 꽃이라는 걸 알게 되서 기쁘기도 했다.
- 매일의 풍경을 향해 작별을 고한다. 베란다에서 보이는 하늘,빌딩,숲,공원 멀리 있는 관람차에게. 두 번 다시 볼 수 없으니 사진을 찍어야 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셔터는 누르지 않는다.
- 인간은 계절의 변화를 체감하면서 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자신의 리듬만으로 살아가던 흐름이 흐트러지는 쾌감. 매일 보는 경치가 나의 ‘타이밍’과는 상관없이 바뀌어간다. 내가 세상에서 그다지 중요한 인물이 아니라는 안도감. 그 안도감이 나를 구원한다. 내가 열심히 일하건 하지 않건 세상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 가벼움. 아무리 훌륭하고 대단한 일을 해내도 지구는 그저 계속 회전할 뿐이다.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
종종 내가 살고 있는 시간에 내 의지가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사회에 맞춰진 시간에 내 생활을 맞추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이 구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식물을 만지면, 절대적인 것이라고 믿어왔던 1초, 1분, 1시간이라는 시간 감각이 사실은 상대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쩌다 보니 인간으로 태어나 그 감각에 맞춰 생활하지만, 혹시 식물이나 다른 동물로 태어났거나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이런 감각으로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 틀림없다.”
내 시간은 그 시간에 내가 한 행동이나 생각, 함께 보낸 사람들로 기억되곤 하는데 종종 시간의 흘러감 즉 시간 그 자체에 집중하는 시간들도 가져보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며 식물의 담백한 매력에 빠질 수 있었다.
내가 초록을 좋아하는 이유를 너무나도 잘 담고 있는 책
나는 이래서 식물들이 좋고 초록색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