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밍거스 - 소리와 분노 현대 예술의 거장
진 샌토로 지음, 황덕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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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강신주 박사님 건강 괜찮으실때 쓰신 역사철학, 정치철학 강의 이후에 1000페이지에 가까운 책을 읽었네요.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베이스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해서 제대 이후 연습을 많이 한 케이스인데요.

당시에는 90년대 헤비메탈이나 멜로딕메탈, LA메탈 등 테크닉 위주의 곡들을 많이 좋아했습니다.

인기순을 치자면 보컬 > 기타 >>>>>>>> 베이스, 드럼 이런 식의 취급아닌 취급을 받았고, 스스로도 일정 수준이상 테크닉에 발전이 없다고 생각해서 다른 장르에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했었습니다.

당시에는 대학생이라서 시간이 많았고 베이스 연주가 메탈 음악에서는 주로 펜타토닉 스케일의 기타 반주 정도 밖에 역할이 없었거든요.

지금에야 앱이 발달하고, 인터넷에 공짜 악보도 많이 있어서 연습하기 더 나은 환경이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일본에서 직수입해온 타브 악보를 보면서 연습을 많이 했으니까요.

그러다 제가 재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은 2003년 즈음에 발행되었던 남무성 작가님의 Jazz it up 덕분이었습니다. 비록 Jazz it up에서도 주로 다룬 음악가들을 보면 마일스 데이비스, 허비행콕, 찰리 파커, 빌 에반스 등 멜로디 라인을 주로 연주하는 음악가들이었지만요.

아트 블레키 같이 드럼이나 퍼커션을 연주하면서 유명하신 분들도 있지만 위에 언급드린 부등식에 따라 대부분 멜로디 라인을 연주하는 사람들이 부각되는건 사실입니다.

그러던 와중에 을유문화사에서 찰스 밍거스라는 분의 전기를 번역해서 발간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서평단에 신청하였고 (물론 될거라는 확신은 많이 없었습니다) 오랜만에 저도 재즈를 다시 한 번 들어볼까 하던 찰나에 선정이 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Jazz it up에서는 유머와 풍자가 많다보니 인종차별이나 사회이슈와 관련된 음악가들의 입장이 잘 드러나지 않는 반면에, 이번 책의 부제 소리와"분노"는 과연 어떻게 표출되었을까요?

과연 찰스 밍거스는 얼마나 뛰어난 베이시스트인데 이렇게 대가라고까지 알려져 있을까요?

첫인상




한 권의 책에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쓰여진 만큼 정말 많은 분량을 자랑하는 책입니다. 뒤에 주석과 인용을 제외하고 800페이지를 넘기는데요. 저도 하루에 1~2권씩 읽고 서평을 쓰는데, 이번 책은 장장 4일을 소요해서 1독을 겨우 했습니다. 찡그리는 듯한 저 표정이 밍거스의 트레이드마크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백문이 불여일견. 아래 음악을 켜두고 한 번 읽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주요 내용

이 책은 저자가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쓴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다양한 주변인물들 (가족, 전처, 동료 등)의 인터뷰와 직접 조사한 신문기사, 저널, 일화 등을 기반으로 찰스 밍거스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음악을 글로 표현하는게 정말 어려운데, (그래서 들으면서 읽는 걸 추천드려요) 중간에 코드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나오기는 하나, 그냥 그런게 있구나 정도로 훑고 넘어가신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얼마전 영화 '귀수' 인터뷰에서 바둑을 몰라도 볼 수 있는 액션영화라는 표현이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어린 시절 찰스 밍거스부터 시작해서 루게릭병으로 타계할 때까지의 전 일대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다른 재즈 대가들과의 협업도 많았기 때문에 어느정도 배경지식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찰스 밍거스의 나무위키 표현에 따르면 정말 한성격 하시는 분이라는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본문에는 좀 더 과격하게 표현됨)

음반사를 운영하다 생긴 빚을 갚지 못해서 주거지에서 퇴거를 당하는 모습도, 자신을 늘 증명하려고 노력하던 모습도, 수틀리면 사람 이빨을 부러뜨릴 정도로 패는 모습도, 조금은 안쓰러워 보였어요.



다른 천재, 대가들과 마찬가지로 밍거스도 다른 분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뒷부분에 나오는 이야기지만 아마 여러분야의 박사학위를 딸 정도로 다방면에 관심이 많았다고 해요. 특히 지금까지 존재하는 인종 차별을 비롯해서 당시에는 마틴루터킹 목사나 말콤 x 같은 흑인 운동가들도 많았던 시절이니 더 사회적 움직임에 예민하게 대응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밍거스가 재즈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기존 클래식 음악이 너무 유러피언 (백인들) 위주인 반면, 재즈는 재능 있는 흑인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음악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이런 시작점부터 밍거스는 인종차별에 대항하는 스탠스를 가지게 된 게 아닐까요?



다만 안정적인 직장을 갖길 바라는 아버지 밍거스의 반대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 밍거스는 군인 출신으로 위계적인 모습을 많이 보이는데요. 그걸 이겨내고 (냈다고 하기에는 마음 속 상처를 많이 받은) 꾸준히 재즈 음악을 연주했기 때문에 찰스 밍거스라는 대가가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인종 차별의 문제는 끊임없이 밍거스를 괴롭힙니다. 당시에 형성되어있던 노조 고위직도 대부분 백인들이었으며 그에 따라 조합비는 내면서 정당한 대우는 받지 못하는 상황이 많이 연출됩니다. 낮은 페이로 연주를 한다든지요.



어느순간 밍거스는 스스로 몰아일체의 경지에 올라섰다고 선언합니다. 이렇게 스스로를 자신하는 모습은 뒷 부분에 다시 나오긴 합니다만,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찍질하고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기가 이런 실력에 자신감도 일정부분 기여하지 않았나 싶어요.




금지어라 제대로 쓰진 못하겠고... 당시 백인들이 주류로 활동하던 재즈 음반시장에 대해서도 많은 비판을 가했습니다. 노예시절 농장과 다를바가 없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요즘도 크로스오버가 많이 진행되긴 합니다. 국악-클래식, 국악-재즈, 재즈-메탈, 재즈-클래식 등등.. 아마 밍거스 만큼 두 부분을 정확히 이해하고 융합한 음악가는 없지 않았나 싶어요.



앞서 소개드린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밍거스의 모습이 보입니다. 다만 자신이 헌신해야 할일 때문에 너무나도 바빠서 관심을 쏟지 못했다는게... 가족에게 헌신하는 부모들의 모습이 겹쳐보인다면 너무 비약일까요? (물론 밍거스는 가족에 크게 관심을 가지진 않았습니다)



 



저도 음악이 전문이 아니라서 이부분은 그냥 훑고 넘어갔습니다. 무조성과 다조성을 받아들였다는게, 아마 조성 (노래방에서 보이는 남자key C, D, 뭐 이런거겠죠?)에 따른 스케일을 맞춰서 진행하지 않았다거나 변화무쌍했다거나 둘 중에 하나 일 것 같아요.

이런 밍거스의 스타일이 조직화된 혼돈을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그걸 또 선호했구요.


밍거스는 다양한 재즈 음악 장르를 개척한것으로도 유명한데, 그것 말고도 오케스트라에 가까운 규모의 빅밴드를 최초로 기획하고 연주했다는 점은 놀라웠습니다.




밍거스의 음악에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되는 그 시대 사회상도 각 꼭지마다 간략하게 소개되어있습니다. 미국 역사 (특히 흑인 역사)를 알고 보신다면 좀 더 이해가 쉽겠으나, 크게 배경지식이 없어도 읽는데 무리는 없어요. 인종 차별 극복이나 투쟁의 역사로 인식하면 될 것 같습니다.


1963년 돌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나선 디지 길레스피의 조직을 보면서 피식 웃었습니다. 밍거스를 평화부 장관 (아마 한국의 통일부 장관 정도겠죠?)로 선정한 이유가 누구보다 빠르게 또 남들과는 다르게 뚝배기를 깰 수 있다는게 이유였으니까요.



철학도 비슷한 것 같은데요. 자신만의 철학을 갖는게 중요하다고 하는데, 밍거스도 자신만의 연주 색을 갖는 것을 강조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비록 방법은 남달랐지만요. 마치 쥐를 쳐다보는 고양이처럼요.


아무래도 보여지는 직업이다라고 생각하다 보니 자신의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도 보입니다. 물론 건강을 위해서 체중을 조절하는 건 중요하지만, 인위적으로 단기간에 살을 뺐다 쪘다 하는게 몸에 무리가 많이 갔을 것 같아요.

그 당시 시대상황이 그래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유독 재즈 뮤지션들은 대부분 마약과 술 중독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단명한 사람들도 많구요.



퇴거명령을 거부하면서 썼던 편지 내용을 보는데 조금 짠했습니다. 소리로 연주하는 것을 좋아하는 음악인 이라고 짧게 표현했지만, 저 당시 밍거스의 업적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재정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모든 걸 현금으로 결제하고 바로 써버리는 습관) 퇴거 명령까지 받고 이름없는 클럽에 연주하러 나섰을 때 기분은 어땠을까요?



시대 상황은 좀 더 나아졌고, 밍거스도 let my children hear music을 발표하면서 화려하게 부활합니다. 다만 마일스 데이비스와 같이 다른 분야의 뮤지션과 협업을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어요.



이후 루게릭 병을 선고 받고 자연치유등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법을 찾으려했으나, 유명 Jazz festival 중 하나인 New port jazz festival을 마지막으로 참여하고 이후 치료에 전념하게 됩니다.



투병과정 중 자신이 왜 그런병에 걸렸는지 한 번도 누구를 원망한적도 없고 계속 살아남아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음악을 꺼내려 했다는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물론 죽음은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것이고, 필연적으로 포기라는 과정을 겪게 되지만 밍거스의 죽음은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려는 모습처럼 보였어요.

마무리

아무래도 책 분량이 상당한 만큼 저 같이 문외한이 읽기에는 많은 인내심을 요구한 것도 사실입니다.

밍거스의 음반을 가지고 있는게 없어서 유튜브를 통해서 언급된 몇 가지 명반들만 따로 들어봤는데, 귀에 들어오는 노래들도 있는 반면에 아방가르드 같은 (복잡하고 어려운) 느낌의 곡들도 많았어요.

Charles mingus documentary 하니까 몇 몇 영상들이 나오는데, 언어의 압박이 있긴하지만 이번 주말에 한 번 봐야겠습니다.



찰스 밍거스라는 직관적인 책 제목과 더불어 "소리와분노" 라는 부제를 가진 이번책을 받아보면서 부담을 많이 가진 것도 사실입니다.

실은 누군가의 전기를 읽어본게 정말 오래되기도 했고, 위에서 언급한 음악가들과는 다르게 찰스 밍거스라는 베이시스트 (베이스 연주자)는 제 머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었거든요. (게다가 분량이 후덜덜...)

하지만 1,2부로 나눠서 포스팅 할까 하다가 흐름이 끊길 것 같아 하나로 몰아서 작성하였습니다.

부제와 마찬가지로 한 시대를 분노하며 치열하게 살아왔던,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려했던, 찰스 밍거스라는 음악가를 알게 되어 정말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리즈의 다른 편인 빌 에반스도 한 번 기회가 된다면 읽어봐야겠어요.

"이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읽고 난 뒤, 주관적인 생각을 적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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