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엽의 길 3,200km - 다시 걸은 前 고려대 총장 김준엽의 독립투쟁길
윤영수 지음 / 맥스미디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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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역사 공부를 하면 늘 느끼는 후회? 비슷한 감정이 있습니다.

조선왕조가 해외 문물을 빨리 받아 들였다면, 좀 더 강한 군대를 양성할 수 있었다면, 일본 식민지배를 받지 않았다면 등등

그 만큼 가슴 아픈 역사이기 때문에 더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요즘 홍범도 장군의 흉상 철거에 관련된 이슈 때문에 근현대사에 대한 관심이 어느때보다 높은 것 같습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면 사인을 하지 않으면 쌀을 주지 않는다고 해서 사인하고 가입한 것 뿐인데 라는 대사가 머릿속에 깊이 남았어요.

홍범도 장군의 공산당 가입 이력을 가지고 이렇게까지 이념 논쟁에 휘둘릴 때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역사의 한 가지 가정입니다만, 일본의 항복이 조금만 늦어지고 OSS (Office of Strategic Service) 작전을 성공시켜 한국의 독립군들이 서울 진군을 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안타까움이 있어요. 물론 역사에는 가정이 없고, OSS 작전이 무조건 성공했으리라는 보장도 없지만요.

이번 책은 장준하 선생님과 함께 (저도 처음알게 된) 김준엽 선생님의 일대기 입니다.

다만 그 형식을 지난번의 삼국지기행과 같이 중국에서 김준엽 선생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기행의 형식을 빌려 심각하지 않게 (가끔은 유쾌하게) 그려낸 책이에요.

첫인상




학도병으로 차출되었다가 만주에서 탈출한 이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있었던 충칭까지의 먼 여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3,200km의 대장정을 거치면서 과연 김준엽 선생님은 어떤 시련을 겪었을까요?

주요 내용

일제강점기, 광복, 독재 까지 두루 살아온 김준엽 선생님이지만 이번 책은 일제 강점기 당시 내용에 집중되어있습니다. 저자인 윤영수님이 중국에 도착해서 조선족 가이드와 함께 김준엽 선생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기행의 형식과, 그 장소에서 얽혀있던 김준엽 선생님의 행적에 대해 반반씩 소개 되어 있어요.



처음 일본군을 탈출하여 도망친 김준엽 선생님이 장개석 군의 별동대와 만나는 장면인데,

최대한 할 수 있을 만큼 내 힘으로 진행하되 나머지는 하늘에 맡긴다는 진인사대천명이 이번 만큼 적절하게 쓰일 때가 있을지 모르겠어요.



얼마전 영화 플래시를 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인데, 과거로 돌아간 플래시가 배트맨을 만나면서 과거를 바꿔봤자 inevitable intersection (피할 수 없는 교차점)은 어떻게든 마주할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이걸 우리는 '운명'이라고 부르죠.

아마 장준하 선생님과의 만남을 그렇게 회상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광복 이후의 두 분의 행적에 대해 살펴봐도 필생의 동지를 타국에서, 그것도 탈출 이후에 저렇게 만난다는 점이요.





 

야스쿠니 신사 참배자를 손님으로 받지 않는다는 사실도 신기했습니다. 아무리 한중일 3국이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직까지 넘어가야 할 역사의 상처가 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차 세계대전의 주범들을 우리나라로 치면 현충원에 모셔두고 참배하다니, 피해 받은 국가에서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죠.


 


3,200km의 여정길을 거쳐 임시정부에 합류했을 당시의 내용도 감동적이었습니다.

준엽의 일생이야말로 대한민국의 혼이라고 한 김구 선생님의 격려사도, 태극기를 향해 올린 손을 내리지 않고 영원히 계속하고 싶었다고 한 장준하 선생님의 답사도 나라잃은 설움을 나타냈던 것 같아요.

마무리



느닷없이 시작된 광복에 모두가 혼란할 때,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동족간의 살상이 일어났죠.

기행의 마무리도 임시정부가 있었던 충칭에서 됩니다.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해주던 조선족 가이드의 모습도 우리 민족의 (어찌보면) 비극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저도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오랜 시간동안 중국의 곳곳을 여행해보고 싶어지는, 역사적 의의를 떠나 기행자체로도 재미있던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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