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20년 전쯤 설날에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였는데, 제가 그전에 제대한 걸 알고 겸사겸사 연락을 했던 거 같아요. 이런저런 소식을 나누다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 말이
"야 이제 우리도 23살이야. 많이 늙어서 이제 시간이 없어. 빨리 자리 잡고 공부해야지"
가만 생각해 보니 예전부터 주변에서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거 같아요.
많이 늦었다. 젊었을 때 1년은 나중에 10년이랑 같다. 젊을 때일수록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등등
아마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면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할까요? (안 그랬으면 좋겠지만...)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저는 대중교통을 타면 머리가 흰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다들 검은색으로 염색을 하고, 젊어 보인다는 이야기를 굉장히 좋아하세요. 노약자석에 앉아계신 분들이요.
한 극단에 있던 친구가 했던 이야기도 생각나네요.
"다들 나이대에 맞는 역할을 하는 건 싫어하고, 젊은 사람 역할을 좋아한다"라는 뉘앙스였어요.
늙는다는 생각이 사람을 늙게 만드는 걸까요 아니면 늙었다고 자각하는 특별한 순간이 있어서 스스로가 늙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