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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보늬 ㅣ 라임 청소년 문학 69
설재인 지음 / 라임 / 2026년 7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입시에 성공해야 한다는 일그러진 욕망과 욕심, 그 민낯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이 소설을 통해 보았다. 보늬와 아이들은 중학생 시절부터 이미 입시 전쟁을 겪고 있었다. 그 입시가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믿고 따르며 점점 괴물이 되어가는 학부모들과 아이들의 모습은 사회의 일그러진 파편처럼 보여 불편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일이 사회 곳곳에서 오래전부터 자행되어온 일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씁쓸해졌다.
보늬가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져서, 이 소설은 더 힘 있게 다가왔다. 보늬는 처음부터 끝까지 선하기만 한 인물도, 그렇다고 미워할 수만도 없는 인물이다. 자신보다 못한 처지라 여겼던 민서정이 이무기의 무리에 들어간 모습을 보며 질투하면서도, 동시에 자신 역시 그 무리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소외감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과 진실을 향한 의심이 한 사람 안에서 계속 부딪히는 모습을 지켜보며, 보늬 역시 이 구조 속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는 한 명의 아이라는 걸 실감했다. 그래서 보늬의 선택이 더 절실하게 읽혔다.
읽는 내내 가장 섬뜩하게 느껴진 부분은 개인의 악의가 아니라 집단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였다. 괴롭힘은 특별한 이유에서 시작되지 않고, 그저 “누군가가 필요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구든 때로는 피해자가, 때로는 가해자가, 때로는 방관자가 되었다. '또래 집단에서의 권력은 누군가를 괴롭히는 모습으로 증명된다는 걸 보늬는 잘 알고 있었다.(p.55)'라는 문장을 읽으며, 폭력이란 결국 자리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특별히 악해서가 아니라, 그 자리에 있고 싶다면 누구든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 그 사실이 어떤 확신에 찬 악의보다 더 오래 무서웠다.
나보다도 못한 처지인 아이가 존재한다는 이유가 그동안 보늬에게 얼마나 버틸 힘이 되어 주었던가. 그 애가 영원히 자신보다도 괴로운 상황에 빠져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보늬는 따돌림을 당하는 내내 민서정을 보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민저정보다는 자신이 낫다고 생각하면서.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못난 마음이었다. - P16
마치 초등학교 시절의 방학 숙제처럼, 생각 자체를 미루고 미루었다. 그 단어는 의식 저 깊숙한 곳에 묵직한 찌꺼기처럼 가라앉아 있는 존재였다. 언젠가는 걸러 내어 버려야 하지만 지금은 크게 신경 쓰고 싶지 않은 불순물 같은. - P57
아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더 바짝 정신을 차려야 했다. 세상에는 그 어떠한 일도 일어날 수 있으며, 그 일에 뛰어든 이들은 그것이 대단히 합리적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사실, 그걸 받아들여야만 진실을 알 수 있었다.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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