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오브 어스
줄리 클라크 지음, 김지선 옮김 / 밝은세상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 '밝은세상'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투 오브 어스>는 전문 사기꾼 '메그 윌리엄스'와 그녀를 10년간 추적해온 저널리스트 '캣 로버츠'의 이야기를 두 여성의 시점으로 교차해 들려준다. 엄마를 잃은 슬픔에서 비롯된 한 여자의 파란만장한 여정을 중심으로, 두 여성의 십 년에 걸친 추격전은 피해자와 가해자, 복수와 정의의 경계를 끊임없이 묻는 치열한 심리전으로 펼쳐진다.


미니밴에서 잠을 자고 피트니스센터에서 샤워를 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낸 메그, 성폭행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캣, 코리로 인해 꿈을 잃고 학교를 떠난 크리스틴, 론에게 사기를 당해 집을 잃고 말기 암으로 세상을 떠난 로지 등 작품에는 다양한 여성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돈과 권력을 가진 남성들에게 피해를 입고, 그로 인해 오랫동안 고통의 시간을 보낸 인물들이다. 작품은 이들이 겪는 폭력과 불평등을 조명하는 동시에, 메그와 캣을 통해 생존과 저항의 다양한 방식을 보여준다. 메그는 사기라는 무기를, 캣은 진실 폭로라는 방법으로 세상에 맞선다.

코리를 시작으로 메그는 십 년 동안 여러 도시를 떠돌며 여성들을 괴롭히는 악당들을 찾아다닌다. 뛰어난 사기 실력으로 그들의 재산을 빼앗고, 인생을 회복 불가능한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그녀의 표적은 모두 여성을 착취하고 약자를 괴롭히지만, 권력과 돈으로 법망을 빠져나간 인물들이다.

십 년 전, 수습기자였던 캣은 메그의 제보를 받고 취재에 나섰다가 성폭행을 당한다. 그러나 캣이 증오하는 대상은 가해자인 네이트가 아니라 오히려 메그였다. 왜 직접적인 가해자가 아닌 메그를 더 증오할까?아마 캣에게 메그는 '그날의 시작'이자 자신의 삶을 무너뜨린 불행의 원인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법적으로 네이트를 단죄할 수 없었던 캣은, 결국 분노의 화살을 메그에게 돌려 그녀를 추적하며 자신의 상처를 통제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하지만 메그를 쫓으면 쫓을수록 캣은 흔들린다. 메그가 표적으로 삼은 인물들의 실체를 마주하면서, 그녀의 행위를 단순한 범죄로만 규정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메그의 표적이 악인이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방식이 정당화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질문으로 남는다. 법이 외면한 악인들을 대신 응징하는 메그의 모습을 보면서, 정의란 무엇이며 복수는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 다시금 곱씹어 보았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새로운 정보가 드러나고, 그때마다 이전의 장면들이 새롭게 해석되었다. 메그가 과연 복수를 성공할 수 있을까? 캣은 메그를 믿게 될까? 어떠한 방법으로 론에게 복수할까? 등 모든 질문의 답은 마지막 페이지에 가서야 드러나 끝까지 긴장감 넘치는 시간이었다.

솔직히 말해, 론에게 복수하기 위해 신분을 속이고 사기를 벌인 메그나, 트라우마를 안고 메그를 10년간 뒤쫓은 캣 모두 정상적인 삶의 궤도에서는 벗어나 있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렇게 오랜 시간과 정성을 쏟아부을 만큼의 인내력이 없는 나로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메그와 캣, 두 여성의 충돌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파장을 통해 '정의'와 '복수'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었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동안 연기해온 수다한 인물과 세월이 흐르는 동안 겹겹이 쌓인 때를 벗겨낼 수만 있다면 이곳을 떠날 때와 별반 달라질 게 없는 사람이었다. - P24

남자에게 기대서 얻는 안락은 필요 없어. 너와 내가 힘을 모아 바라는 걸 쟁취하면 돼. 오직 우리만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어. 우리가 손을 맞잡으면 무서울 게 없지. - P51

"저에게는 아무리 힘든 일이 생겨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고통 없는 삶은 없으니까요. 암울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힘껏 헤쳐나갈지 아니면 맥없이 주저앉을지는 우리가 선택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해요." - P59

"당신은 꿈이 없었던 게 아니라 도중에 잃어버린 거예요. 누군가 당신이 꿈을 펼치기도 전에 가로막았을 수도 있죠. 한 번뿐인 인생을 꿈도 없이 산다는 건 너무 허망하잖아요. 그 누구도 아닌 당신을 위한 삶을 살아봐요 - P367

"엄마가 세상을 떠난 날부터 나에게는 고향이 사라졌어요. 그 후로 오랫동안 나는 줄곧 어떤 환영 같은 감정에 휩싸여 살았어요. 그 감정이 내 삶의 질서를 다시 찾아줄 리셋 버튼이 되어주길 바라면서. 이제 나는 존재하지도 않는 환영을 따라잡는 행위를 그만두고 앞으로 나아가려 해요." - P39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