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뺏기 - 제5회 살림청소년문학상 대상, 2015 문학나눔 우수문학 도서 선정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2
박하령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 '미래인'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문학나눔 우수문학도서 선정

⭐비룡소·살림 문학상 수상작가 박하령 대표작

⭐'미래인' 청소년걸작선 92


같은 날 태어났지만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은오와 지오. 일란성 쌍둥이지만 당당한 지오와는 달리, 은오는 위축되어 있으며, 심지어 지오의 성형수술로 인해 닮은 외모마저 달라져 더욱 대조되어 보였다.

이야기는 언니 은오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학교에서의 위치, 친구 관계, 가족 안에서의 자리 등 청소년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자매의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었다. 그 속에서 경험하는 복잡한 감정들이 솔직하고 섬세하게 담겨 있어, 은오의 내밀한 감정과 심경의 변화를 생생하게 포착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항상 양보하고 뒤로 물러서기만 했던 은오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때, 놀라움과 짜릿함이 공존했다. 은오의 반란은 지오를 향한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자신을 억압했던 구조와 내면의 불안을 향한 것이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은오가 얼마나 단단하게 성장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자는 이 소설이 누군가의 자리를 빼앗는 '의자 뺏기'가 아니라, 함께 성장하기 위한 내 몫의 '의자 찾기'라고 말한다. 이 말이 참 따뜻하게 다가왔다. 누군가의 자리를 빼앗는 경쟁이 아니라, 학교에서의 위치, 가족 안에서의 자리, 나아가 세상에서 나만의 공간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누군가 만들어준 자리가 아니라, 스스로 채워가는 자리 말이다. 결국 은오는 지오의 의자를 빼앗지 않고, 자신의 의자를 찾았다. 그리고 그 의자는 지오의 의자 옆에 나란히 놓일 수 있었다. 경쟁이 아니라 공존, 빼앗기가 아니라 나누기. 이것이 진짜 성장이 아닐까 싶다.


<의자 뺏기>는 불공평한 세상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모든 청소년의 이야기다. 부모의 선택, 환경의 한계, 친구 관계의 어려움. 이 모든 것이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결국 우리 자신을 만드는 것은 우리의 선택이다. 이 소설은 항상 양보하고 배려하라는 말을 들으며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해 불안해하는 세상의 모든 은오들에게 말한다. "너도 앉을 자리가 있어. 그러나 그 자리는 네가 찾고 만들어가는 거야." 그리고 어쩌면, 우리 모두는 은오처럼 자신만의 의자를 찾아가는 여정에 있는지도 모른다.

구체적으로 어떤 감정이 떠올라서 맺힌 울음이 아니었다. 그건 마치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내 안에 단단히 맺혀 있던 슬픔이 졸지에 풀어 헤쳐지면서 터져 나오는 것 같았다. 오래 묵은 만큼 그 농도가 짙어서인지 울음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대책 없이 부풀어 오르는 거품처럼 울음은 삼켜지지도 않았다. - P57

"눈을 감고 숨을 들이쉬는 거야. 창문을 열면 신선한 바람이 집 안으로 들어오듯이 말이다. 숨은 우리 안으로 들어와서 이것저것 엉키고 맺힌 것을 휘휘 저어서는 외로움이라든가 슬픔, 그런 것들을 낱낱이 가는 실처럼 풀어낸대! 물 풀을 바르고 부채로 바람을 일으키면 풀이 실처럼 되는 거 본 적 있어? 그딴 거랑 비슷한 거지. 우리가 ‘휴‘하고 날숨을 쉬면 걔들이 밖으로 나가 바람이 되는 거야." - P60

그런데 덮기만 하는 게 과연 좋은 일이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덮어 놓은 까만 콩나물 이불 속에서 예상치 않게 웃자란 콩나물을 보면 놀라듯이, 난 요즘 들어서 자꾸만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 P85

이 분노가 끝이 나면 안 된다. 분노란 감정은 사람을 적극적으로 만드니까. 만약 이 분노가 맥없이 끝나면 할머니 말대로 밥벌이를 해야 할 그 누구는 바로 내가 될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소리 없이 밀리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지오에게는 다시 밀리고 싶지는 않단 말이다. 난 계속 분노할 것이고, 억지로라도 분노에 풀무질을 해 불꽃을 일으킬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분노는 건강하고 정당하다. 또다시 마음에도 없는 ‘아임 오케이!’를 외칠 수는 없었다. 의자 뺏기를 해야 한다면 그렇게 할 거다. 나도 이제는 앉고 싶으니까. 난 기필코 의자 뺏기의 승자가 될 것이다. - P93

하지만 아무리 이를 악물어도 무너지는 순간순간은 있다. 아무리 ‘아임 오케이!‘를 몇 만 번 외쳐도 그런 순간을 꼭 왔다. 내가 아무리 다짐을 하고 눈을 부라려도 그냥 단숨에 확 하고 나를 덮치는 질기디질긴 막막함. 그럴 때는 올무에 갇힌 짐승처럼 꼼짝없이 있어야 한다. 그 순간들이 모여 힘을 합쳐 오늘 드디어 걸쇠를 열었다. - P1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