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의 심리 처방전
김은미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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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의 심리처방전>은 오십대가 마주하는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다룬 심리 에세이다.

'백세 시대'의 오십은 인생의 절반을 지난 시점이다.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 잠시 멈춰 서서 지나온 길을 반추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방법을 깊고 담백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죽기 전에 한 번쯤은 꼭 해보고 싶은 일을 정리한 목록을 '버킷리스트'라고 한다. 다만 50대라면 남은 인생에서 해야 할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들, 그리고 하지 못할 것들이 무엇인지 작성해봐야 한다. 지금은 히말라야를 오를 수 있지만 60대에는 준비를 더 많이 해야 하고, 어쩌면 못 오를 상황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p.39)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이 아닌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을 작성해야 한다는 점이 충격이었다. 우리는 흔히 버킷리스트를 '언젠가는 하고 싶은 일'로 생각하며 여유롭게 미뤄두곤 한다. 그러나 저자는 50대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희망 목록이 아니라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영영 못할 수도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20대처럼 새로운 경험을 무한정 쌓아 올릴 시간이 없기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지난 시간동안 관계, 책임, 혹은 두려움 때문에 외면했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인 것이다. 즉, 50대는 삶의 에너지를 재분배하고 후회 없는 노년을 설계하기 위한 전환기인 동시에, '나중에'라는 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나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절실하고 진지하게 자신의 삶을 들여다봐야 하는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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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이라는 시기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아는 나이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지켜왔던 삶의 원칙이 무뎌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 번 실수했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도 아니고, 원칙을 안 지켰다고 해서 다른 일들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다. 이 평범한 사실을 깨닫는 시기가 바로 오십이다.(p.101)

막연히 오십은 인생의 절반이 지난 시기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그 시기가 단순한 중간 지점이 아님을 깨달았다. 오십대는 다양한 감정과 생각, 변화하는 사회적 지위와 가정에서의 역할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시기였다. 마냥 젊지도 않고 마냥 늙지도 않은, 그 사이 어딘가에 서 있기에 오히려 더 많은 고민이 찾아오는 때인 것 같다. 단순히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이 아니라, 진정한 나를 찾아 새롭게 출발하는 시기라는 작가의 메시지가 깊이 와닿았다. 그렇기에 오십은 언젠가 다가올 먼 미래가 아닌, 지금부터 준비하고 이해해야 할 중요한 인생의 전환점인 것이다. 젊은 시절의 경직된 원칙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실수해도 괜찮다는 것을 아는 여유, 그리고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받아들이는 성숙함. 이것이 바로 50대가 얻게 되는 지혜이자 선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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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은 더 이상 황혼이 아닌, 삶의 에너지를 재편하고 새로운 지평을 여는 '두 번째 출발선'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출발선에 선 이들이 그동안 사회적 역할과 타인의 기대 속에 묻어두었던 선택을 비로소 '자신의 선택'으로 바꿀 수 있기를 바라게 되었다. 그리고 언젠가 다가올 나의 오십이 조금 두렵기는 하지만 동시에 지금 내가 하는 선택들이 어떤 '오십의 나'를 만들어낼지 기대된다. 이 책이 말하듯, 오십 이후의 삶은 더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보내야 할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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