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4
도리 힐레스타드 버틀러 지음, 이도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 '미래인'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은 트루먼 중학교 학생들이 사용하는 '트루먼의 진실' 온라인 사이트를 중심으로, 선의에서 출발한 공간이 어떻게 악의의 온상으로 변질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초등학생 때 읽었던 도서인데, 어느새 16년이 지났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40만 부 기념 개정판이 출간되어 다시 읽게 되어 반가우면서도 그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작품의 깊이와 무게를 제대로 느낄 수 있던 시간이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여러 인물의 시선을 따라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점이다.
'트루먼의 진실' 사이트에 릴리의 과거 사진이 올라오고, '익명'이 던진 날카롭고 악의적인 글들이 퍼지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긴장감은 점점 높아지고, 과연 '익명' 뒤에 숨은 인물이 누구인지, 그들의 진짜 동기가 무엇인지 다양한 인물들의 시선을 오가며 추리할 수 있었다. 각 인물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며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이야기의 중심에 놓인 것은 결국 '익명성'이라는 이름의 두 얼굴이었다.
익명은 때로 표현의 자유를 지켜주고 약자를 보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무거운 폭력을 숨겨주는 가면이 되기도 한다. 이 작품은 익명성을 단순히 선악의 틀 안에 가두지 않는다. 대신 익명을 사용하는 우리의 마음가짐과 책임 의식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해서 양심까지 가려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물들의 갈등과 성찰을 통해 조용하지만 깊게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가해자와 피해자, 선과 악에 대한 완벽한 해답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함께 고민하고 성찰할 수 있는 출발점을 마련해 준 작품이었다. 읽는 내내 씁쓸함이 교차했지만, 동시에 '나는 어떤 태도로 사람들을 대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 보았다. 특히 온라인에서 무심코 하는 말이나 행동들이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단순히 보고만 있는 것도 때로는 공범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그런 불편함이야말로 이 책이 주는 가장 값진 선물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온라인과 현실에서 맺는 관계의 책임을 되새기게 하는 작품으로,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다.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 동안 여운이 남아, 평소 내가 하는 말과 행동들을 다시 한번 점검해보았다.
나도 똑같이 하려고 노력했지만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게 참기 어려웠다. 사람들이 우릴 보며 즐거워할까, 아니면 바보 같다고 생각할까? - P62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릴리나 리스처럼 인기 있는 애들은 자기가 가진 능력을 좋은 일에 쓸 수 있다는 점이다. 네로처럼 말이다. 모든 애들이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그저 더 이상 아이들을 괴롭히지 않겠다고 말해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는다. 오히려 나쁜 일에 힘을 쓰고 있다. - P76
나는 <트루먼의 진실>이 학교생활에 관한 진실하고 솔직한 정보가 모이는 곳이길 바랐다. 그것이 모든 학생과 연결된 무엇이기를 바랐고, 모두가 그 안에 속한다고 느끼길 바랐다. 좋지 않은 생각과 감정일지라도 누구나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어쩌면 내 기대가 너무 지나쳤는지도 모른다. - P145
"그건 정말 쉬운 일이야, 제이비. 넌 사이트 편집자야. 어떤 글을 보여 줘도 좋은지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이야." - P166
어쩌면 나는 도망치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때로는 도망치는 것이 괜찮은 선택일 수도 있다. - P199
아무도 당신을 지켜보지 않을 때, 혹은 아무도 당신이 누구인지 모를 때... 그 모습이 진정한 당신의 모습이다! - P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