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우체국
호리카와 아사코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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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북다'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환상 우체국>은 평범한 취업 준비생이었던 아즈사가 '물건 찾기'라는 특기로 도텐 우체국을 알게 되고, 그곳에서 다양한 사연을 마주하며 점점 변하게 되는 이야기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으면서도, 이야기 전반에 흐르는 것은 절망이 아닌 희망이며, 슬픔보다는 치유였다. 삶과 죽음, 기억과 마음을 이어주는 그 연결고리가 마음에 깊이 남는 작품이다.



현실의 우체국과 도텐 우체국은 비슷하면서도 분명히 달랐다.

두 우체국 모두 편지를 통해 사람들 간의 소통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의 우체국은 살아있는 사람들 간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현재적 소통을 중시하는 반면, 도텐 우체국은 생과 사의 경계를 넘어선 감정과 기억의 전달을 중요하게 다룬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택된 자들만이 도텐 우체국을 방문할 수 있다는 점이 달랐다. 책 속 등장인물들이 고인을 기억하며 편지에 담아내는 후회, 사랑, 감사 같은 감정이 고인에게 전달되고, 고인들이 남긴 편지는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꿈이나 암시의 형태로 답을 준다는 설정은 매우 신비롭고 흥미로웠다. 이는 죽음이 소통의 단절이 아닌 다른 형태의 연결임을 보여주는 듯했다.

무엇보다 '물건 찾기'라는 특기 덕분에 아즈사가 도텐 우체국의 아르바이트생이 된 것이 인상적이었다.

평범하게만 여겼던 특기가 도텐 우체국에서는 꼭 필요한 능력으로 인정받았을 때, 아즈사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음을 확인하고 큰 위안을 받았을 것이다. 이러한 '물건 찾기' 능력은 아즈사의 자존감을 높이고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처음에는 '목간'을 찾기 위해 필요했던 특기가 책의 중간마다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처음에는 잔잔하게 흘러가던 이야기가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빠르게 전개되었다.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요소들이 하나씩 해결될 때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등장인물들은 각자 서로 다른 슬픔과 아픔을 지니고 있으며, 죽음과 이별을 받아들이는 방식 또한 달랐다. 이처럼 죽음을 마주하는 다양한 태도를 통해 삶의 여러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죽은 사람은 사라지는 게 아니다'라는 마음이 듬뿍 담긴 <환상 우체국>을 읽으며, 살아있는 사람과 고인이 서로에게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그런 특별한 공간이 실제로 존재했으면 하는 바람까지 품게 된다.

다들 당연하다는 듯 출발한 첫걸음을 나는 아직 내딛지 못했다. - P10

"도텐 우체국은 정말 이곳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만 선택해. 도텐 우체국이 선택한 사람만 올 수 있어." - P124

항상 다니는 길가의 건물이 철거되면 그곳에 원래 무엇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건 흔한 일이다. 네잎클로버는 그것이 행운의 부적이라고 해도 어지간히 눈에 불을 켜고 찾지 않으면 찾을 수 없다.

"인생도 똑같아. 사람은 가고 싶은 곳에 가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잖아. 꿈을 갖고 실현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하면 분명 이루어져. 말로만 하는 꿈은 꿈이 아니라 허풍으로 끝나버리지만." - P125

‘솔직히‘를 연발하는 것은 솔직함과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아왔다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변명하느라 그런 걸까? - P202

"어머, 아즈사. 다른 사람하고 싸우지 않고 살고 싶다는 건 훌륭한 꿈이야. 고래가 되는 것만큼이나 이루기 어렵겠지만."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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