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 제12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
김슬기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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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클레이하우스'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서평단 #도서협찬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는 삶에 지친 청년 '강하고'가 근육질 할머니들에게 납치당해 바다 마을 '구절초리'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기 아쉬울 만큼 깊은 여운이 남는 책이었다. 작가님의 말씀처럼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한 순간이 있으며, 그 따뜻한 존재가 삶을 다시 일으키는 힘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줄거리: 

서른셋 배달 기사 ‘강하고’는 가족과 친구에게 버림받은 채 재개발 철거 지역의 빈집에서 외롭게 살아간다. 절망 속에서 삶의 경계에 다다랐을 때, 근육질 할머니 3인방이 나타나 하고를 바다 마을 ‘구절초리’로 데려간다. 구절초리는 운동으로 몸을 단련하고, 스스로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할머니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곳이다. 하고는 할머니들에게 친모 '김명희'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엄마가 운영하던 가게 '만나다방'을 이어받기로 결심한다. 구절초리의 할머니들과 유쾌하게 지내며, 하고는 점차 삶의 의미를 되찾고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기 시작한다.


책을 읽으면서 '이름 없는 풀' 차와 '이름 있는 풀' 차가 너무 마시고 싶었다.

'이름 없는 풀' 차는 특별한 맛이 없는 차지만, '이름 있는 풀' 차는 구절초리 할머니들의 이름을 딴 개성있는 차들이다. 하고가 느낀 할머니들의 삶과 성격이 고스란히 담긴 그 차가 과연 어떤 맛일지, 책을 읽는 내내 무척 궁금했다.


그리고 가족을 모두 잃은 하고가 구절초리에서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만나 회복하는 과정이 기억에 남는다. 할머니들은 하고를 무기력한 존재로 여기지 않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한 사람으로 존중하며 그녀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이 되어준다. 하고는 이들 사이에서 처음으로 타인의 돌봄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돌보는 법을 배운다.

할머니들과 하고의 관계는 강자가 약자를 돕는 일방적인 구조가 아닌 서로에게 기대며 성장하는 관계다. 그렇기에 할머니들은 때로는 엄격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하고를 품어준다. 그중에서도 금복자 할머니의 말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쓴 건 콱 뱉고, 얼른 단 걸 집어삼켜야지"라는 이 문장은 아픔과 상처에만 머물지 말고 삶의 즐거움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라는 따뜻한 조언처럼 느껴졌다.


이 책은 '늙음'과 '약함'이라는 편견을 시원하게 깨뜨린다. 늙어도 강할 수 있고, 노년에도 아름답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을 할머니들의 삶을 통해 배웠다. 또한, 겉으로는 강한 척 살아가지만 내면은 무너져 있던 하고가 진짜 강한 할머니들을 만나 진정한 '강함'의 의미를 깨닫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을 통해 다시 삶의 중심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무엇보다, 이름처럼 하고가 언젠가는 정말로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기를 응원하게 되는 작품이다.


+ 하고가 태수와 정아와의 관계를 끊지 못할 땐 답답하고 화가 났다.

계속 상처받으면서도 관계를 놓지 못하는건, 함께했던 따뜻한 기억 때문인 걸까?

이해는 되지만,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더 컸다.




처음엔 더위를 씻어냈고, 다음엔 온갖 냄새를 지우기 위해, 그 다음엔 오늘 어쩔 수 없이 들었던 말들을 지우기 위해 씻었다. - P21

저승사자가 데리러 올 거라는 생각은 왜 하지 못했을까. 누구에게나 죽음은 딱 한 번뿐이라 배달 후기처럼 진짜 리뷰를 확인할 수도 없다. 내가 아는 죽음이란 죽어본 적 없는 자들이 지어낸 이야기가 전부인 셈이었다. - P39

"오래전부터 우리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믿어왔어. 이름 없는 풀이 세상의 향과 빛깔을 다 담아내서, 오히려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는 거라고. 너무 많은 걸 품으면, 끝내는 아무것도 아닌 게 돼버리는 거지. 비워서 빈 게 아니라, 가득 채워서 빈 거야. 그 모든 것이자, 아무것도 아닌 걸 들이켜는 거야." - P129

"앞으론 달게 살어."
"네?"
"아까도 말했잖아. 온통 쓴 것만 삼키는 인생이, 기다린다고 달콤해져? 쓴 건 콱 뱉고, 얼른 단 걸 집어삼켜야지. 그래야 인생도 끈적해지지. 꼭 달고나 녹은 거처럼 놓고 싶지 않아진다고." - P162

"보람찬 하루를 보낸 어른들은 좀비로 변하곤 하니까." - P191

"아픈 기억이 없는 건 아니다만, 요 제습기 같은 걸 마음에도 돌리면 아주 보송한 것만 남는다. 지금도 얼마나 좋으냐. 비 올 때마다 배추전 챙겨주는 친구도 있고, 그걸 배달해주는 너도 있고. 왕영춘이 인생도 헛살진 않았다."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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