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완벽한 무인도
박해수 지음, 영서 그림 / 토닥스토리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 '창비'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서평단 #협찬


관계에 지치고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할 때면, 아무도 없는 섬에서 조용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생각일 뿐, 실제로 모든 걸 내려두고 떠날 용기는 나에겐 없었다.

<나의 완벽한 무인도>는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긴 한 사람의 이야기다.


줄거리: 도시에서의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에 지친 '지안'은 아무도 살지 않는 작은 섬으로 떠난다. 그러나 섬에서의 삶은 생각만큼 낭만적이지 않다.

불편함도 많고, 때로는 외롭다.

하지만 그 고요함 속에서 지안은 조금씩 숨을 돌린다.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고, 텃밭을 가꾸고, 바다에서 직접 해산물을 얻어 끼니를 해결한다. 하루하루가 조용히 쌓이며, 점점 '나로 살아가는 감각'을 되찾아간다.


<나의 완벽한 무인도>는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갈등 없이, 담백하게 지안의 삶을 보여준다. 특히, 아무런 준비 없이 무인도로 떠난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준비를 마친 후 떠났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 선택에는 충동이 아니라 의지와 자신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한, 이야기가 단순히 시간 순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의 감정에 따라 전개되어 더욱 몰입되었다. 섬에서의 삶, 도시에서의 삶 속에서 지안이가 느낀 감정들을 함께 따라가다 보면, 누구의 시선도, 기대도 없이 오롯이 나로 살아가는 시간이 얼마나 귀하고 단단한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혼자라는 이유로 외롭지 않고, 고요해서 더 충만한 삶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않아도 괜찮고, 꼭 무언가를 이뤄내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가 마음에 남는다.


고독은 견디기 어렵다. 즐긴다고 말하는 건 나를 속이는 일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무인도에서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나는 혼자여서 편하고 가끔은 몹시 행복하다는 점이다. - P11

바닷물이 차다. 신기하게도 처음 발을 담글 때는 몸이 움찔할 정도로 차가운데 찰나의 순간만 지나면 언제 그랬나 싶게 수온과 나의 체온이 비슷하게 맞춰진다. 내 몸의 온도가 낮아지는 것일까, 아니면 서로의 온도는 판이한데 그저 각자의 것에 익숙해지는 것일까. 잡념은 딱 여기까지다. 이제는 깊은 물로 들어가야 하니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 P16

살아 있는 모든 것이 각자의 내음, 향을 갖고 있구나. 그렇다면 내가 풍기는 냄새는 어떨까. 바다는, 숲은 나의 냄새를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앞으로 어떤 향을 만들어 풍기며 살아갈까. - P63

나는 지금 과거의 삶과 새로운 삶을 동시에 짊어지고 있다. 사춘기 때로 돌아간 것 같다고나 할까. 무엇인가를 결정해야 할 것 같은, 어딘가 약간은 불편한, 그러나 싫지 않은 긴장감.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이런 싱숭생숭함마저도 나쁘지 않다고 느꼈다.
- P188

몸이 아픈 것과 마음이 아픈 것은 이렇게 다른 것이구나. 마음은 마치 하나의 댐과 같아서 몸의 고통을 어떻게든 붙잡아두다가, 그 통증이 어느 눈금을 넘기면 감당하지 못하고 놓아버리는 것일까. 그렇다면 눈물은 몸과 마음이 끝까지 실랑이한 끝에 결국엔 넘쳐 흘러버린 고통의 결정체인 걸까. - P210

"자신감은 언제 어디서나 품을 수 있는 마음 아닐까? 지안이 네가 몇달 전에 ‘저 섬에서 살 자신 있어요!‘ 할 때 그 마음이 자신감이지, 안 그래?" - P25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