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나라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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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다즐링'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가제본서평단 #도서협찬


<젊음의 나라>는 우리에게 그리 멀지 않은 미래, 어쩌면 다가올 수도 있는 모습을 그려낸다.

저출생 고령화가 극에 달해 노년층이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회에서, 스물아홉 청년 '유나라'의 일기를 따라가며 우리가 꿈꾸는 젊음의 나라는 어떤 모습일지 생각하게 만든다.


줄거리: 29세의 청년 유나라는 더 젊은 세대와 기계에 밀려 힘겨운 현실을 살아가지만, 남태평양에 위치한 인공섬 '시카모어 섬'에 입도해 '엘피다 극단'의 일원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던 중, 노인 복지 전문 시설인 '유카시엘'에 입사하게 된다. 유카시엘은 노인의 자산 수준에 따라 최고 등급인 '유닛 A'부터 최하위 '유닛 F'까지 복지 시설을 철저히 계층화한 구조로 운영되며, '시카모어섬'과 MOU를 맺고 있어 근무 경력이 있는 이들의 채용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라는 시카모어 섬으로 이직을 꿈꾸며, 상위 유닛부터 하위 유닛까지 유카시엘의 모든 유닛을 경험한다.


<젊음의 나라>는 일기 형식으로 진행된다. 날짜별로 서술되는 방식이라 읽는데 부담이 적고, 사건들이 순차적으로 이어져 이해하기도 쉬웠다. 특히 주인공 나라의 내밀한 절망과 소망, 비밀과 환희를 엿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묘했다. 나라의 기록을 따라가며, 우리 사회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그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소설 속 미래는 노인 인구를 부양하기 위한 체계화된 시스템과 청년 세대의 고단한 삶이 대비된다. 재력을 가진 노인들은 '시카모어섬'에서 호화롭고 존엄한 노년을 보내지만, 일반 노인들은 민간 복지시설 '유카시엘'에 수용되어 자산 규모에 따라 '유닛 A'부터 '유닛 F'까지 등급이 나뉜다. 그리고 주인공 '나라'는 스물아홉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더 젊은 세대와 기계에 밀려 점차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어간다. 사람의 존엄마저 돈의 유무로 결정되는 냉혹한 현실이 잔인하면서 슬펐다. 그리고 사회에서 소외되고 밀려나는 개인의 무력감과 외로움, 상실감 등 내면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서글펐다.

고령화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의 일상화, 급격한 기술 발전, 외국인 이민자의 증가, 극단적 혐오와 차별, 존엄사(선택사)와 같은 복합적인 사회문제들을 포함하며, 가까운 미래의 한국 사회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젊음의 나라>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리면서도 결국 '희망'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다. 거대한 사회 변화 속에서 느끼는 무력감과 불안을 포착하고, 저출생과 고령화라는 문제를 단순한 통계가 아닌 그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삶과 감정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속편이 나올 가능성이 낮다고 하였지만, 개인적으로는 후속작이 나오면 좋겠다. 전체적인 플롯이 나라의 내면 변화에 중점을 두고 전개되어, 후반부 갈등이 비교적 빠르게 정리된 점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또한 끝내 밝혀지지 않은 시카모어섬의 이야기도 궁금해 작은 가능성이라도 기대해 본다.



일기장이 보여준 미래는 빈 페이지를 채우는 일이 전적으로 내게 달려 있다는 듯 말갛고 하얗기만 하다. 그 순수한 백지는 마치 내 운명은 내가 마음먹은 대로 될 거라는 선언처럼 느껴지지만 그게 착시라는 걸 안다. 스물아홉 해 정도 살았으면 알 만도 하지. 원하는 대로 그리는 그림처럼, 내 손으로 내 운명을 전부 바꿀 수 있을 거라고 말하는 듯한 순진한 공백이 부담스럽다. - P12

어쨌든 이런 곳에서라면 노년이 두렵지 않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여기 올 수만 있다면 자신이 가진 젊음을 늙음으로 바꾸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상상이 들 만큼 모든 게 완벽했다. - P57

뭔가가 바뀌려면 갑자기, 확, 아예 뒤엎어지듯 바뀌어야 돼. 그냥 적당히 부드럽고 착하게 굴면 뭐든 원래대로 돌아간다고. 흔들어 엎고 부러져야 길이 다시 깔리고 방향이 바뀌는 거야.
- P71

나무들은 계절 안에서 순환하니 끝과 시작이 없다. 하지만 창창하게 푸르렀던 사람이 힘없는 노인이 되는 건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그 사실이 슬프고 애잔하다. - P192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너무 길면 오히려 입을 닫게 돼요. 인생이란 게 이야기로 풀어내면 아주 길고 지루한 한탄에 지나지 않을 수 있지요. - P207

어떻게든 되겠지. 미래는 언제나 상상을 비껴가니까. 전이라면 절대 하지 못했을 걸 실행에 옮기는 날이 올지도 모르지.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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