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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나를 멈추게 한다면
장성남 지음 / 클래식북스(클북) / 2022년 7월
평점 :
“기억의 숲에는 어린 시절이 숨어있다
기억이 당신을 멈추게 한다면 무언가를 써야 한다는 신호다“
장성남 작가님의 '기억이 나를 멈추게 한다면'은 한 사람이 자신의 상처를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이며, 결국 품어 안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 에세이다.
어린 시절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감정들, 바쁘게 살아가느라 꺼내볼 여유조차 없었던 기억들.
분명 잘 견뎌 왔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던 감정과 기억들을
작가님은 있는 그대로 꺼내어 보여준다.
(TMI 처음엔 생생한 날것의 문장으로 작가님의 과거사를 풀어내셔서 놀랐다.)
그 기억이 단지 아프고 슬픈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만든 조각들이며, 때로는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다. 그러나 진짜 회복은 그 기억을 외면하지 않고, 천천히 들여다보고 끌어안는데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묘한 감정이 차올랐다.
'기억 속에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란 게 이런 거구나' 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이 책은 빠르게 읽히는 종류의 에세이는 아니다.
그러나 중간중간 책장을 덮고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힘이 있다.
나는 그 멈춤의 순간이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복잡한 심리학 이론이나 정답 같은 조언 없이, 담담하게 이야기해주는 점이 오히려 더 진심으로 다가왔다.
설득하려 하지 않고, 그저 내가 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도록 조용히 자리를 내어주는 것 같았다.
작가님의 삶을 따라가면서 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잊고 지냈던 나를 만났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도 글을 써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를 이해하기 위해선 '과거의 나'도 '현재의 나'도 함께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으니 말이다.
*이 글은 출판사 클북으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내 가슴에 어린 시절 상처가 뿌리내리며 굳어진 신념이 가치관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 P16
산길을 혼자 가게 될까 봐 가슴 조이며 걱정하던 산골 소녀를 꼭 안아주고 싶다. 내가 살아온 낯선 인생길도 마찬가지였다. - P130
아픔은 헤아릴 수 없다. 그래도 눈이 쏟아지면 친구하고, 세찬 바람이 불어오면 나무와 같이 흔들리며 다녔다. - P160
그동안 까만 바둑알과 하얀 바둑알이 번갈아 깔리는 대로 살던 삶에서 무엇이 하얀 바둑알인지 까만 바둑알인지 구분할 힘이 생겼다. 인생의 바둑판에서 내가 원하는 바둑알을 한 알씩 늘려가는 중이다. - P180
상처에 새살이 차오르듯 올바른 자아 정체성이 자리 잡아갈수록 무너져있던 자존감에도 새살이 돋았다. - P202
우리는 저마다의 어린 시절을 간직하고 있다. 기억 속에 어린 시절이 숨바꼭질하고 있다. 기억의 숲에서 술래잡기하고 있을 그 아이의 손을 꼭 잡아주고 싶다. 이제 당신이 어린 시절 기억쓰기를 시작할 차례다.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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