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무가 사라진 날 ㅣ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01
신민재 지음 / 길벗어린이 / 2020년 10월
평점 :
내가 좋아하는 길벗어린이에서 새 책이 나왔다.
‘나무가 사라진 날’, 책 좋아하는 큰 아이와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아 반가운 마음이다.
헌데 책 설명을 읽어 내려가며 조금씩 주저하는 마음이 생긴다. 왠지 이 책을 펼치자마자 우리 아이 입에서 "엄마네"하는 소리가 나올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한 집콕이 길어지며 이제 막 학교에 입학한 아이에게, 하지 않았던 잔소리가 자꾸 늘어가고, 자연스레 잠든 아이를 보며 엄마인 내가 반성하는 날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아마 많은 엄마들이 나와 같지 않을까……. 변명을 덧붙인다.)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 내가 밤에 반성하는 날이 줄어드는데 도움이 되는 무엇인가가 남지 않을까?
집 앞 공원 숲에서 놀기 좋아하는 나무는 엄마의 잔소리를 듣고 눈물을 흘리다 나무 의자가 되어버린다.(엄마로서 충격적이다;;;) 의자가 되어버린 자신의 아이를 되돌리기 위해 병원, 가구점 등을 다니며 애쓰던 엄마는 아이가 좋아하는 공원 숲에서 다시 자신의 아이를 따뜻한 품에 안게 된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1011/pimg_7824822372697249.jpg)
역시나, 따뜻한 느낌의 그림으로 그대로 찍어낸 듯한 우리 집 풍경이 등장한다. 책을 함께 읽으며 멋쩍어진 내가 “우리 집 모습이네…….”하니 큰 아이가 위로 하듯이 말한다.
“아니에요, 내가 방에서 나온다고 엄마가 혼낸 적은 없어요.”
그렇지……. 우리 집은 거실에 공부 책상이 있다;;;
엄마의 잔소리에 방에서 눈물을 흘리던 나무는 의자가 되어버린다. 공부하라는 잔소리로 엄마에게서 한 발짝 물러선 나무의 다친 마음이 나무를 딱딱하게 굳은 의자로 만들어 버렸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1011/pimg_7824822372697250.jpg)
“나무가 병에 걸렸나봐요.”
공원에서 뛰어놀던 나무의 친구들은 금세 나무의 상태를 눈치 챈 듯하다.
나무는 단지 마음이 아프다는 것을.
나무가 의자가 되었다는 말에 한 치의 의심도 보이지 않는 친구들은 의자가 된 나무의 마음을 읽어준다.
“그런데 의자가 되면 꼼짝할 수 없어서 심심할 것 같아요.”
마음을 다친 나무도 의자로 변한 지금의 상태가 답답하겠지.
“우리가 나무랑 같이 놀아도 될까요?”
그리고는 의자가 된 나무와 한바탕 신나게 함께 논다.
역시 아이들이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1011/pimg_7824822372697251.jpg)
“나무야... 우리 같이 별을 바라본 게 너무 오랜만이다. 미안해...”
어두운 밤이 되고, 엄마는 의자와 함께 반짝이는 별을 보며 말한다.
그리고 곧 의자가 되어도 자신의 아이를 알아봤던 엄마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아이를 두 팔 벌려 자신의 품에 안는다.
등교하지 않는 날이 많은 초등학교 1학년이 된 큰 아이.
단짝 친구와 놀기 좋아하고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서서히 잔소리가 늘어간다.
급기야는 “오늘 해야 할 공부를 다 한 후에 하고픈 걸 해.”라는 말이 한두 달 전부터 내 입에서 자주 튀어나온다.(반성합니다.)
오늘 해야 할 공부라는 것의 대부분도 엄마인 내가 하나씩 정해온 것들 투성이. (또 반성합니다.)
아, ‘내가 밤에 반성하는 날이 줄어드는데 도움이 되는 무엇인가’를 찾은 듯하다.
‘좀 더 많은 시간을 아이가 아이답게 지낼 수 있도록 하자.’
아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다 말해주는 엄마인 내가,
아이의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공부’들을,
‘너를 위해서’라는 변명으로 너무나도 쉽게 던져주고 있었다.
‘사랑하는 내 아이는 아직 만 7세의 어린 아이인걸 잊지 말자.’
아이에게 물었다.
보물아 나무는 왜 의자가 되었을까?
“슬퍼서요. 공부를 하라는 엄마의 잔소리에 슬퍼져서.”
너도 같은 상황일 때 어때?
“슬프고 공부가 하기 싫어지죠.”
그래 엄마도 그랬어.
딱 그 프로그램만 보고 공부하려고 했는데……. 엄마의 공부하라는 잔소리에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속상해서 울었지. 곧 그만 울고 해야 할 숙제를 얼른 끝내고 싶었지만, 왠지 더 숙제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어.
엄마도 그랬던 걸 잊고 있었어.
아이가 그림이 너무 예쁘다며 “엄마, 또 읽어도 되죠?”한다.
‘나무가 사라진 날’을 책꽂이에 잘 꽂아두고 욕심이 올라오는 날, 나도 한 번씩 꺼내봐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