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쩜 이런 이야기가 있을까. 경이롭다. 호랑이와 구조보트에서 220일간 표류한 어린 소년의 이야기.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기적이다. 무엇이 “real"인지 끝내 헷갈린다. 지독한 사실(fact)에의 갈증! 지하수 없는 사막에서 흙을 파듯이, 진실은 사실이 아닌 믿음에 있음을 어리석게 또 깨달았다. 주인공 파이의 이야기(story)는 다만 하나의 진솔한 고백이며 삶에 대한 애착과 행운이다. 너무 깊이 빠졌는지 서두 때문인지 나는 이 소설을 진짜로 알았다가 소설임을 깨닫고 충격에 빠졌다. 머리보다 먼저 가슴을 울리는 멋진 소설이다. 아니, 이야기다. 순수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