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사람들
아리안 부아 지음, 정기헌 옮김 / 다른세상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가족 중 한명의 자살로 인해,
모든 가족의 갈등과 슬픔을 표현한 책입니다.

그 슬픔을 이 책을 통해 공유할 수는 있지만,
사랑했던 사람이 죽은 뒤 느끼는 그 감정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전혀 모를 것입니다.

저 또한, 가장 소중했던 엄마가 암으로 돌아가셨고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엄마가 죽었다고 울면서 전화했을때
지인들의 반응은 냉정함, 천차만별이었습니다.


드니가 자살한 뒤,
모든 가족은 다시 살아야만 했습니다.
살아있는, 남아있는 사람이었기에.

하지만, 평범했던 생활이 한 순간 다 멈춰버립니다.
아침에 일어나는것부터, 눈을 감는 순간까지.
기억의 망각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램도 있을것입니다.
누나,동생도 그 슬픔이 큰데
자식을 읽은, 부모는 얼마나 고통스러울까요.

드니의 엄마는, 남아있는 막내아들이 없었더라면,
죽은 아들을 벌써 따라갔을거라고 말합니다.

저도, 엄마가 돌아가셨을 당시,
딸과 남편이 없었다면 무슨일이 벌어졌을지 모르겠네요.


엄마가 눈을 감는날.
전 울지 못했습니다.
식구들은 나에게 조용히 하라고 했습니다.
위로해주는 이는 없었습니다.

엄마가 뼈가루로 남겨지는 날.
식구들은 나의 상복을 벗겼습니다.
전 이를 악물고, 엄마 가는 걸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화를 냈습니다.
전, 맘껏 울어보지 못하고,
감정을 억제해야 했습니다.

엄마 몸이 불에 타서 없어지는 화면을 보여주는 것은,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온 몸이 증오하고 있었지만,
가족들의 냉정함,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 가족들 틈에서
막내인 나 혼자만이 비틀거리며
엄마 가는 그 길을, 막고 있었습니다.

저의 남편 또한, 어머니가 자살을 했습니다.
다행히 5살 때라고 하지만,
엄마의 기억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남편은 항상 애틋한 사랑이 많은 나를 원합니다.
하지만, 내 성격은 그 수준을 맞춰줄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남편은 항상 불만이었습니다.

엄마의 죽음 이후로
삶은 엉망이었습니다.
두 아이를 양육하는 시간들.
나에게 많은걸 바랬던 남편.
나도 위로받고자 했지만, 빡빡한 삶이 나를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내 감정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난 숨을 쉬고 있기에, 아이를 키우고 살아야 했습니다.
슬픈 감정이 치유되지 못하고 계속 쌓이고 있었습니다.

토해내지 못한 감정들,
삶의 허무함, 인간의 죽음.
25살 나이에, 인생의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것을 인정하기까지는  5년이란 시간이 걸렸습니다.
혼자 이겨내고 버텨야 했어요.
내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5년의 시간.
그 시간은, 인생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이었을지 모릅니다.

체바퀴 같은 생활은, 여느때와 같이 돌아가고 있었고,
다른 이들은, 날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 속에서 내 맘을 추스린다는 것 자체가 울분이 터졌지만,


그 결과, 온 몸의 장기들은 망가지고, 정신마저 병이 들게 되더군요.
한참이 지나서야, 나의 모든 것을 인정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남아있는 이 가족들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는것 같습니다.

 

이 책을 통해, 위로감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엔, 어느 누구도 위로해주지 않았으니까요.
혼자 이겨내야할 숙제와도 같았습니다.
이 책이 그 당시에, 가까이 있었다면, 같이 공감하고 봤을텐데요.


죽음은, 너무도 슬픈 일이지만
너무나 소중한 일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태어난 것도, 죽음도,
사람이라면, 반드시 치뤄야할 숙제이기에.
살아갈때는, 죽음이라는 것도, 익히고 배워야 하는 것 같습니다.
갑작스런 죽음은, 너무도 큰 슬픔을 주니까요.
사람이 죽는 순간에, 인생을 알 듯이
인생의 경지를 알았을때, 그 때가 바로 인생의 시작인것 같습니다.

 

남겨진 드니의 가족들에게, 위로를 보냅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실,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 보낸 분들에게도
이 책이 슬픔을 나눠갖는 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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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lll 2011-11-18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유사한 경험을 하게 되어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별다른 위안은 받지 못했습니다. 님의 글이 제게 더 위안을 주는 것같군요. 젊은 나이에 너무 큰 아픔을 겪으셨군요. 세상에 혈육을 잃는다는 것 이상의 슬픔이 어디 있습니까? 마음대로 슬퍼하지도 못하게 하는 주위사람들이 야속하군요. 이제는 슬픔을 많이 극복하신 듯합니다. "죽음이라는 것도, 익히고 배워야 하는 것"이라는 말이 와닿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