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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만남, 그저 사랑 안에 똑같이 존재하는 이야기
권지명 지음 / 설렘(SEOLREM) / 2022년 12월
평점 :
이 책을 받아들고 한줄한줄 읽어내려가며 느꼈던 건 마치 영화를 보는 것 처럼 장면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졌습니다
남자가 유전성 장애인 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저자는 결혼을 했고,
보통 부부와 다른 출산과 육아, 남편을 함께 거들며 그 속에서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헤쳐나갔습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만남. 보통은 이런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꺼내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꺼내고 나면 세상은 그만큼 넓어집니다. 많은 일을 겪으며 미움과 후회에서 고마움으로 이어지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위대한 사랑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23년간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한 저자가 말하는 삶과 사랑.
책속으로 들어가 볼게요~
1장은 저자의 배우자 이야기와 그들이 첫 만남을 시작으로 세상에서 아주 특별한
결혼식을 올리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오 목소리 좋은데?'
그날 전동 휠체어에 앉은 그가 왜 그렇게 근사해 보였을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수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보통 인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건 운명이야'
저자의 배우자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엄마를 잃었던 이야기는 눈물 날만큼 슬펐고,
의미 없는 생을 마감하고 싶었다는 배우자는 자신의 몸뚱이는 자살하기도 힘들다며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냈던 이야기를 둘려주고 있습니다.
배우자의 이야기를 통해 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만약 내가 부모였다면 비장애인 딸이 장애를 가진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집에 데리고 왔다면 허락을 했을까?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부모님이 어떤 마음이였을지 감히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결혼 허락받기 대작전! 미래에 우리 아이들이 남자친구, 여자친구를 집으로 데리고와
결혼 허락을 받는다면.. 이라는 상상을 하며 흥미롭게, 때론 마음 아프게 읽어내려갔습니다.
저자의 아버지가 저자에게 보낸 편지, 그리고 아버지가 쓴 청첩장 문구는 마음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2장은 결혼 이후 임신과 출산, 육아의 과정에서 부부가 느낀 감정들과 겪은 이야기,
3장에는 관계 안에서의 고민과 갈등 그리고 이혼이라는 결정까지 도달하게 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임신과 출산의 과정은 힘들면서도 감격의 연속이었다.
엄마라는게 행복하고 자랑스러웠다. 그런 나와는 달리 남편에게는 어두움이 드리워졌다.
우리는 서로 다른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 (p109)
저자는 임신소식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았지만, 그 뒤에 숨겨놓은 근심들이 있었습니다
가족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아이가 '정상'일지를 염려했지만 저자에게 대놓고 말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많은 이들의 염려 속에서 저자는 아무렇지 않은듯 행복한 임신부로 지냈습니다
저자는 출산예정일이 다가오며 남편을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은 어디에 있어야 하며, 출퇴근 준비는 어떻게 할지, 남편 밥은 누가 차려줄지...
아이가 정상이길 바라는 마음과 남편을 걱정하는 마음.. 저자가 참 많이 힘들었을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자의 아이들은 착하고 또 착했습니다
아이들은 아빠가 어린이집에, 학교에 오는 것을 무척 좋아했고, 공개수업, 입학식, 졸입식, 운동회 때
아빠 온 것을 확인하면 신이나서 손을 흔들기도 했습니ㄷ.
휠체어 탄 아빠와 10년 넘게 다니다 보니 멀리서부터 휠체어 진입이 가능한 곳인지, 아닌지 딱 알아보기도 합니다
저자와 배우자는 사랑하는데 있어 살아가는데 있어 장애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말했던 우리였지만, 살다 보니 점점 장애 때문에 상처주고, 상처받는 날이 늘어갔습니다.
저자는 점점 지쳐갔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게 됐죠.
남편이 미워보이기 시작했고, 불만은 점점 쌓여갔습니다.
내가 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고생하며 살지 않았을텐데,
혼자서 자유롭게 살고 있었을 텐데, 이런 생각이 거듭될수록 이 결혼을 한 것이 너무나 후회스러웠다.(p140)
마지막 4장은 주변을 채워주고 있는 가족과 동료들의 존재에 대한 저자의 감정과
그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남 얘기에만 귀 기울여주는게 아니라 내가 억울할 때, 힘들 때 늘 다독여주고
내 편 들어 주는 이가 바로 남편이다. 서로 신경전을 벌이다가도 내가 열 받는 일이 생기면 남편도
함께 욕해준다. 남편은 늘 내 편이다. 이런 남편을 만났으니 내 인생, 참 다행이다.
늘 남의 편이라서 '남편'이라던데, 내 남편은 늘 '내 편'이라서 참 고맙다.(p190)
이 책 제목이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였는데, 책을 읽고 난 다음 책 제목의 의미를 알 수 있었습니다
7년 전, 이혼을 갈망하며 부르짖었던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은 후회의 말이었습니다
7년이 지난 지금의 저자는 다시 고백합니다.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 책은 결코 부족하지 않은 남자와 유별나지 않은 여자의 평범한 사랑이야기 입니다.
책을 통해 남편과의 관계를 되돌아 보게 되었고, 출산과 육아의 이야기를 읽으며 공감하기도
나도 훌쩍 어디론가 떠나거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보통의 삶을 살기위해 저자와 저자의 배우자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고
내가 살아온 삶과 앞으로 살아갈 삶에 대해 곰곰 생각할 수 있게 해준것에 감사함을 전합니다
삶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할 수 있게 해준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꼭 읽어보세요^^
- 슬로미디어 설렘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