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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꽃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73
정연철 지음 / 비룡소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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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작가의 책을 읽게 되면 두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기발함과 성급함. 기성보다 남달라야한다는 억압이 기발함을 낳지만 동시에 서너 계단을 한꺼번에 뛰어오르는 성급함과 함께여서 책을 덮고 나면 그래서 신진이라는 이름이 붙는다는 걸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이 두 가지가 다 없었다. 시골 소년이 겪는 에피소드들은 수십 년 동안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성장 소설에 써먹은 듯 한 내용들의 연속이었다. 가난한 집에는 가장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도 힘없는 아내와 아이들을 괴롭히는 아버지의 폭력이 있고, 그 아버지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나약한 어머니가 있다. 아이들은 제대로 키워지지도 못한 채 도시로 돈 벌러 나가고 그 누나와 형을 기다리는 동생들이 아버지의 폭력 속에서 집을 떠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날을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은 자신의 현실을 회피하고자 상상 속으로 빠져든다. 내가 이 집 아이가 아니기를, 내 친부모가 늦게라도 나타나 나를 구원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신의 불행한 현실을 부정하며 자란다. 그렇게 자라서 어른이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이 노출된 환경과 비슷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주인공 기범은 아버지가 주는 상처에서 벗어나고자 공부를 택한다. 시골아이가 도시에 정착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범이가 다른 형제들과 달리 도시에서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부모의 전폭적인 지지가 아니라 자신의 가출과 자살 소동이 낳은 혜택이었다. 기범은 가족과 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공부를 선택했고, 그 길을 간신히 걸어간다고 믿었다. 그러나 내면 깊숙이 숨어있던 가족과 집에 대한 기억은 자신의 가장 중요한 시간인 대입고사를 치르던 순간에 표출되었고 그제서야 기범은 먼저 집과 화해하고 난 뒤라야 자신의 삶이 제대로 살아질 것임을 자각한다.


가족을 끝없이 괴롭히던 아버지가 병으로 죽자 기범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아버지를 보낼 수 있었다고 회상한다. 그러나 고향집으로 돌아온 뒤 찾은 일기장을 통해 그 옛날의 기억들을 되짚으며 자신을 괴롭히기만 했던 아버지의 모습은 다만 반쪽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일기장을 통해 비로소 아버지와 집을 인정하고 화해한 기범은 이제 어떤 장애물이 와도 넘어갈 수 있는 의지를 갖게 된다. 앞으로 기범 앞에 펼쳐질 삶의 고통은 다른 사람들과 한 치 다를 바 없는, 누구에게나 주어진 넘어갈 수 있는 삶의 장애물에 불과한 것이다.


기범을 과거와 화해시킨 것은 기범의 일기장이었다. 자신의 비밀 일기장에 모든 것을 적을 수 있었기에 기범은 상처 받은 마음을 아물게 할 수 있었다. 누구나 자신의 현재를 다 말하지는 못한다. 남모르는 비밀 한 두 가지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비밀 때문에 살면서 스스로를 아프게 하고 힘들게 할 수도 있다면 이렇게 기범처럼 비밀일기장을 통해 스스로에게 숨 쉴 틈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알려준다.


청소년 도서로 손색이 없는 책이다. 처음에 말한 기발함과 성급함이 없는 대신에 다 읽고 나면 기범을 통해 그 나이 또래에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예민한 상처를 치유하는 길을 모색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기범처럼 일기를 써도 될 테고 온 몸을 흔들어 드럼 채를 잡아도 되겠다. 이런 시기에 이런 아픔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그 아픔을 아물려가는 방법을 찾게 되는 것. 이것이 이 책을 읽는 청소년 독자들에게 주는 마법과도 같은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룡소의 블루픽션시리즈가 점점 더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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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아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72
로이스 로리 지음, 조영학 옮김 / 비룡소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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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인기를 끌었던 로이스 로리의 청소년 SF소설의 마지막 편을 먼저 읽었다. 앞에 발간된 《기억 전달자》, 《파랑 채집가》, 《메신저》에 이어 이십년 동안의 출간 여정을 마무리하는 책이라고 한다.


3부로 나눈 구성의 스토리는 너무나 선명하다. 열두 살에 출산모로 선발된 클레어는 신생아를 상품 취급 받는 사회에서 아들을 낳고, 순산하지 못한 관계로 더 이상 산모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강을 경계로 모든 것이 운영위원회의 지시로 이루어지는 1장의 사회는 흡사 조지 오웰의《1984》를 보는 듯하다. 사람들은 자기 의지대로 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출산과 양육조차 조직에서 시키는 대로 이루어지고, 자신의 미래 역시 위원회의 선택에 맡겨진다. 사람들은 위원회에서 시키는 대로 삶을 이어가며 이것이 최상의 생활로 믿으며 나름대로 만족하며 살아간다. 클레어도 그럴 뻔 했지만 순탄치 못한 출산 중에 누구도 챙기지 못한 환약을 먹지 않아서 다른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감정을 갖게 된다. 그 감정은 다른 출산모들이 갖지 못한 모성으로 발전하고 아들과 함께 해야겠다는 강렬한 욕망에 아들 주위를 맴돌게 된다.


2부는 또 다른 고립된 사회다. 돌이 된 아들이 사회부적응자로 낙인찍히고 어디론가 사라지자 클레어도 아들을 찾기 위해 배를 탔다가 난파된다. 죽음 직전에 구조된 사회는 고립된 전통 사회다. 그곳에서 클레어는 아비 없이 아들을 낳았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지금까지 호의적이던 마을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당한다. 마을을 벗어나려면 험준한 산을 넘어야하는데 이 산꼭대기에는 거래 마스터가 클레어를 기다린다. 거래 마스터는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을 갖게 하는 대신 그 사람의 소중한 것을 빼앗는 식으로 거래를 한다. 클레어는 아들을 찾고, 대신 자신의 젊음을 빼앗긴다.


3부는 저자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회의 형태다. 기존의 사회로부터 적응하지 못하고 소외받은 사람들이 이룬 마을. 이곳에 클레어의 아들이 자라고 있다. 사람들은 이 마을에 들어오는 그 어떤 사람도 외면하지 않고 도와주며 욕심 부리지 않고 소박한 즐거움을 누리며 살아간다. 클레어는 이미 늙은 노파의 모습으로 마을에서 아들이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낙이다. 하지만 자신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 느껴지자 아들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한다.


거래 마스터는 악의 화신으로 나온다.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로 하는 어떤 것을 족집게처럼 찾아서 주며 그 대신 그 사람이 이미 가졌지만 그 소중함을 모르고 있는 어떤 것을 받아간다. 거래 마스터는 환상적인 인물이 아니다. 현실에서도 우리는 이런 거래를 많이 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세속의 성공이라고 일컫는 것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있는 건지. 이 책은 이 거래 마스터의 거래행위를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의 허망함과 무가치함을 이야기한다.


1부의 전제주의 사회, 2부의 전통 사회, 그리고 3부의 이상사회를 통해 사람들 사이에 가장 소중한 것은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전달하는 이 소설은 재미있게 잘 읽히면서 여운을 남긴다. 어린 소녀가 자신의 아들을 찾아가기 위해 자신의 젊음을 거래하며, 다음에도 역시 같은 선택을 할 거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모성의 본성이 그 어떤 것보다도 강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미 지나온 시대를 통해 미래를 함께  열어보고, 그 미래에도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사람들과의 사랑이 깃든 관계라는 주제가 조금씩 딱딱해져가는 심장을 말랑하게 만들어준다. 앞에 출간된 책들도 읽고 싶게 만드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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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의 집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71
최상희 지음 / 비룡소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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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아파트에서 19년을 살다가 올해 시골로 이사했다. 좁은 평수였지만 베란다로 숲이 이어져 있어서 보물 같은 집이라 생각하며 살던 나와는 달리 남편은 날마다 주차전쟁을 치러야하는 아파트 생활에 넌더리를 내곤 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아파트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다. 거기다 게스트 하우스격인 토담방까지 딸렸으니 공간에 대한 만족도는 최상이다. 그런데도 나는 사방이 유리로 둘러싸인 이 집의 앞 베란다에 방석을 가져다놓고 거기만이 내게 할애된 공간인 듯 앉아서 이 책을 다 읽었다. 며칠 춥던 날씨가 풀려 햇볕이 들어온 베란다는 벽과 바닥이 모두 따뜻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돌아가고 싶어지는 곳이 집이라고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 칸트가 말했다. 집이 없는 사람은 지는 해를 바라보는 일을 질색으로 여길 것이다. 칸트는 마음과 몸을 모두 감싸주는 집에 꼭 필요한 것 세 가지를 말해보라고 말한다. 등장인물인 중학생들은 나름대로 자신이 가장 필요로 한 것들을 이야기하는데 나도 책을 읽다말고 생각해보았다. 집에 꼭 있어야 할 세 가지는 뭘까. 가장 필요한 것을 꼽아보았더니 나는 영락없는 주부였다. 집에는 난방과 요리를 위해 불이 꼭 있어야하고, 가족의 식단을 위해 냉장고가, 그리고 내 몸의 고단함을 덜어 줄 세탁기라고 그 이미지를 머리 위 말주머니에 띄워놓은 뒤에  든 생각이다.


자폐증을 앓는 큰 아들 나무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자 엄마는 두 아들을 데리고 바닷가 마을로 이사를 온다. 뜬금없이 시골 생활을 하게 된 동생 열무는 형에게만 신경을 쓰는 엄마와 자신의 세계에 갇혀 사는 이기적인 형에게 화가 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인다. 이 한적하고 우울한 바닷가 마을에 자신들과 같은 이방인이 또 한사람 보인다. 열무는 늘 같은 시간에 같은 모습으로 산책을 다니는 괴상한 모습의 사람을 칸트라고 이름 짓고 관심을 보인다.


들여다보면 상처 받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유명건축가였던 칸트는 자신이 너무 바빠서 돌보지 못했던 가족에 대한 자책감에 사로잡혀 외부와 단절하고 자신이 만든 집 속에서만 살아간다. 고독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바닷바람과 새들을 벗 삼아 살아가던 칸트에게 무작정 밀고 들어오는 나무와 열무 형제의 사랑은 속수무책이다.


누구의 도움 없이는 한시도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나무를 보는 일은 아픔이다. 엄마의 바람이 있다면 자신이 아들보다 더 오래 사는 거였다. 그런데 나무가 건축가였던 칸트에게 마음을 열어보이자 엄마는 희망을 본다.


비룡소에서 벌써 71권 째  펴내고 있는 블루픽션 시리즈를 여러 권 읽었다. 이 책은 “명탐정의 아들”로 제 5회블루픽션상을 받은 작가의 작품이다. 중학생인 열무와 자폐증을 앓고 있는 나무, 그리고 전직 건축소장 칸트가 나직하게 주고받는 이야기는 철학적이면서도 감동을 준다.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나무를 통해 진심을 드러내 보이기를 두려워하며 마음까지 화장술로 둘러싸버리는 요즘, 진심만 갖고도 관계를 맺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철학자 칸트보다도 더 철학적인 말을 할 줄 아는 열무의 따뜻한 마음씨는 읽는 내내 웃음과 함께 감동을 준다. 벽을 쌓고 살아가는 칸트 씨를 보며 한 번 쌓아버린 벽을 허물어버린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누구나 열무 형제를 만날 수 있는 행운을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전에 이웃과 벽을 쌓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몇 번이나 자리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억누른 채 다 읽고 나서야 자리를 정리했다. 해가 창을 비켜 서쪽으로 기운지 한참이다. 소설을 읽어서 마음이 따뜻해진 건지, 햇볕에 몸이 따뜻해져서 마음까지 노근노근 해졌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무가 말한 것처럼 가장 좋은 집은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집이라고 하는 말에는 깊이 공감한다. 청소년들이 읽으면 나보다 더 마음이 따뜻해질 갈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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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지구에서 살게 되었을까? - 인류가 탄생하게 된 12가지 우연 즐거운 지식 (비룡소 청소년) 28
신 줌페이 지음, 이수경 옮김, 이덕환 감수 / 비룡소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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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금 이 순간을 정지 화면으로 캡처해놓고 보면 기적 아닌 것이 없다. 태어난 일부터 자라서 어른이 되어 내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낳고 지금까지 무난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이 실은 정교한 삶의 시간들이 제각각 작용해서 만들어진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말이다.


비룡소에서 청소년도서로 나온 이 책도 그런 상상에서 시작 되었다. 제목처럼 현생 인류인 우리는 어떻게 해서 이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고 그 답을 찾아보고 있다.


저자는 열두 가지 우연들이 겹쳐 현재가 탄생되었다고 보며 그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저자가 정리한 내용이다.


1. 인류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주가 생겨나야 하는데 우주에 자연상수(중력,     전자기력 등 우주의 다양한 고유값)가 알맞게 정해졌다.

2. 태양의 크기가 적당해서  태양계가 생겨났다.

3.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가 알맞다.

4. 태양계에 두 개의 거대 행성인 목성과 토성이 있어서 지구에 거대 운석이 떨어     지는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5. 달의 존재도 지구의 행운이다.

6. 지구의 크기도 인류가 살아가기 적당하다.

7. 이산화탄소가 바다로 스며들면서 서서히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     다.

8. 지구 자기가 존재해서 태양광 같은 위험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할 수 있다.

9. 오존층이 생물체를 지켜준다.

10. 기체, 액체, 고체 상태의 물이 함께 공존하면서 생명체를 탄생시키고 유지할 수      있다.

11. 지구의 환경이 급격히 변하면서 생긴 여러 번의 생물체의 멸종을 통해 인류가      탄생되었다.

12. 1만 년 전부터 유지되어 온 기후 역시 현재를 있게 했다.


이렇게 열두 가지 우연이 겹쳐서 현생 인류가 지금의 문명을 누리면서 살고 있음을 알려준다. 이 과정에서 우주와 지구의 탄생, 달의 의미, 태양계에 대한 정리, 그리고 지구의 역사를 시기별로 정리해주고 있다. 그러나 핵심은 맨 마지막에 있었다. 저자가 지구의 역사를 우주기원부터 현재까지 정리한 이유는 우리의 현재를 미래로 진행시키고자하는 의도가 있었다. 일부러 만들려고 해도 어려웠을 갖은 우연들로 인해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변화를 겪을 것이다. 언젠가는 태양이 빛을 잃을 것이고 그 전에 지구의 인류는 마지막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그러기 전에 수십억 년의 변화를 거쳐 탄생한 지금의 인류 한 사람 한 사람이 진지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서 인류를 지켜가자는 것이다. 지구가 태양이나 그밖의 요인으로 인해 위험에 초래하기 전에 인류 스스로가 만든 위험 요소부터 걷어내자고 말한다. 그것은 핵전쟁이거나 신형 바이러스의 출몰 혹은 환경문제가 될 수도 있다. 아니면 끝을 모르고 발전하는 로봇 산업이 될 수도 있고, 거대 운석과의 충동일 수도 있다. 우리가 아무 것도 모른 채 편안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 순간도 사실 따지고 보면 이토록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시간들인 것이다.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 우주와 인류의 탄생 등의 과학 지식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이렇게 마지막 부분에서는 우리가 해야 할 생각과 행동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자는 것이므로 인문도서에 가깝다. 보통 이런 종류의 책은 많은 칼라화보를 곁들여 이해를 쉽게 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흑백으로 진행되는 책의 내용이 마뜩치 않았다. 하지만 인류의 미래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를 읽으면서 과학지식보다는 우리가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이 더 절실하게 느껴졌다.


과거와 미래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없는 시간들이고 오직 현재만이 우리의 의지로 만들어 나가는 시간이라고 했다. 모든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 흑인이라고 알게 해주는 것, 이것을 통해 인종 간의 차별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도 의미 있는 내용이었다. 저자가 과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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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동화 빨간 자전거 - 당신을 위한 행복 배달부 TV동화 빨간 자전거 1
김동화 원작, KBS.쏘울크리에이티브.KBS미디어 기획 / 비룡소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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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집배원 아저씨의 교통수단은 오토바이다. 부르릉 타고 와서는 신문을 던져놓고 다시 오토바이를 돌려 휭 하니 나간다. 스무 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이지만 신문배달 때문에 매일 우리 집과 동네에 오는 집배원 아저씨와 아직은 별다른 인연을 쌓지 못했다. 만약 집배원 아저씨가 십년 뒤에도 그대로 우편배달을 하신다면 그땐 사소한 내용을 서로 나누는 이웃사촌 사이가 될지도 모르겠다. 여긴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야화리 같은 시골마을이니까.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같은 제목의 동영상을 찾아서 볼만큼 티비를 잘 보지 않는다. 그래서 만화로 먼저 나와서 주목을 받은 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내용이 다시 책으로 나왔다는 사실도 책 소개를 통해 알았다.


야화리에는 오토바이 대신 자전거를 고집하는 집배원이 우편배달을 다닌다. 그가 굳이 자전거에 고집을 부리는 이유는 오토바이 엔진에 묻히게 될 자연의 소리 때문이다. 꽁지머리를 하고 빨간 자전거를 탄 집배원은 마을 사람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이웃이다. 젊은 사람이 빠져나간 시골마을에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기 때문이다. 까막눈 노인을 위해 소식 끊긴 아들에게 대신 편지를 써주고, 감기 걸린 할머니 대신 도시락을 가슴에 품고 가서 할머니 손자에게 전해주기도 한다. 과부 경산댁과 홀아비 황씨를 맺어주는 중신애비 역할도 하고 이따금 찾아오는 도시 며느리가 버린 할머니의 손때 묻은 그릇을 쓰레기 더미에서 찾아주기도 한다. 박노인네 부부싸움을 화해시켜주고 길 끝에 혼자 사는 희문 할아버지의 반찬 노릇이 되어주기도 하는 젊은 집배원. 자신이 카메라를 사기 위해 모아둔 돈을 전기가 끊길 위기에 처한 할머니 전기세로 쓰고,  베트남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의 갈등을 중재시켜 주기도 한다. 이렇게 그는 단순히 주민들의 편지 배달을 해주는 배달원이 아니라 야화리 마을 사람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마을의 모든 사람들을 자세히 살피고 그들이 평안한 일상을 살 수 있도록 뒤에서 보살펴준다.


집배원의 이런 관심과 사랑에 마을 사람들도 집배원을 남다르게 생각한다. 집배원의 망가진 바퀴 대신 자신의 바퀴를 선뜻 빼서 달아주는 중학생이 있고, 베트남 며느리가 음식을 잔뜩 차려놓고 초대를 하기도 한다. 군에서 선정하는 효행상 후보로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집배원을 추천해서 상을 받게 만들고, 요즘 젊은 사람들은 달달한 믹스 커피보다 시커먼 아메리카노를 좋아한다는 소리에 상문 할머니는 직접 검은 콩을 볶고 갈아서 야화리식 아메리카노를 대접한다.


젊은 사람들이 떠나고 없는 시골마을에서 젊은 사람의 역할을 죄다 맡아서 하는 집배원의 모습이 너무 바빠 보인다. 자신이 힘들다고 아이들을 시골에 맡기는 도시의 자식들, 그들을 기다리며 정을 나누는 조손가정이 모습들. 내가 살고 있는 마을과는 다소 떨어진 이야기가 많지만 그래도 서로 관심을 갖고 돕고 사는 이웃의 모습을 보니 내가 사는 마을인 것처럼 다정함이 인다.


이 책을 읽으며 아주 가끔은 “저 우체분데요~”라며 택배 왔다는 전화를 해주지만 거의 대부분은 물건들을 현관아래 계단에 던져놓고 가는 집배원 아저씨를 떠올린다. 아직 낯설어서 커피 한 잔 건네 드리지 못했지만 내가 먼저 마음을 연다면 우리 마을 집배원 아저씨도 살갑게 인정을 보일 분이시다.


그리고 한 바퀴 도는데 30분도 걸리지 않는 이 작은 마을에서 우리 집이 첫 집이라는 핑계로 마을 안으로 들어가 보지도 않는 내 모습을 보았다. 얼마 전에는 마을 위쪽에 사시는 할아버지가 편찮으셔서 입원하는 바람에 그 댁에 묶여있는 개가 더위에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빨간 자전거 집배원처럼 하루에 한 번 마을을 돌았더라면, 그리고 낑낑 거렸을 개에게 물 한 모금 마시게 했더라면 더위에 탈진한 개가 살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마음에 안타까웠다. 이왕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는 일. 이제부터라도 마을의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특히 오늘 같은 휴일에는 별일이 없더라도 강아지를 끌고 동네를 돌며 동네 분들과 마음을 트고 지내는 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짧은 이야기들이어서 커다란 감동을 전달하진 못하지만 우리가 잊고 살았던 작은 관심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이 읽으면 재미없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일본의 정형시 하이쿠를 읽는 것처럼 짧은 내용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길다.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읽으며 자신들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 빨간 자전거가 “찌릉찌릉” 짧은 여운을 남기며 떠난 뒤 켜진 불빛이 너무 따뜻해 보여 그 그림을 한참동안  들여다보았다. 우리 집도, 그리고 당신 집도 언제나 이렇게 따뜻한 불빛 속에서 지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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