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케로의 우정에 대하여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지음, 강현규 엮음, 정윤희 옮김 / 원앤원북스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한 동네에서 자라다가 학교를 함께 다니면서 더욱 가까워지게 된 친구는 굳이 이제부터 친구라고 말하지 않아도 이미 서로가 친구임을 알게 된다. 너무 자연스러워 한 번 맺은 친구는 영원한 친구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한 번 맺은 친구의 우정이 깨지게 되는 현실을 맛보기도 한다. 스스로 자립할 때가 되어 치열한 삶의 현장을 살아가가다 보면 뜻하지 않게 친구들을 가볍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진정한 우정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지 않았던 사람들은 친구들이 다 이해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결국엔 서로 상처를 입고 상처를 입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친구들은 하나 둘씩 떠나간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중년의 나이가 되면 다시 옛 친구들을 그리워한다.

 

친구간의 진정한 우정이 무엇일까? 꼭 그런 의미를 알아야하면서 친구관계를 맺고 살아야 할까? 진정한 우정에 대한 정의나 기준이 모호하다. 알고 싶어도 우정에 대해서 깊은 통찰을 담은 내용을 찾기가 어렵다. 그런데 기원전 44년에 키케로가 친구의 우정론을 정립했다. 진실된 친구의 죽음 이후 두 사위에게 전하고자 쓴 책으로 그 안에는 우정의 본질과 우정을 지키기 위한 원칙들이 무엇인지 수록되어 있다.

 

키케로는 우정의 의미를 근사하게 표현했다. 미덕과 신뢰를 강조하며 우정의 뜻을 깊이 새길 수 있도록 하였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우정은 미덕을 바탕으로 하고, 서로 조화를 이루며 안정적이고 신뢰를 가질 때만 가능한 것”

 

또한 우정이란 선한 사람들 사이에서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정은 라틴어 ‘amor' 사랑이란 단어에서 파생된 것처럼 이해관계를 떠나 오직 선의로만 가능하고 진정한 사랑의 감정과 호감이 결합되어 발생된다는 것이다. 우정에 대해 이런 깊은 뜻이 내포되어 있었다니 새삼 놀라울 따름이다. 진실된 우정이 변하지 않고 영원할 수 있도록 당부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어느 한쪽이 미덕을 저버려서는 안 되고, 결핍을 채우기 위해 우정을 맺어서는 안 되며, 우정 때문에 악덕을 행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우정이 특정한 ‘이익’을 얻기 위해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무리들은 우정의 가장 매력적인 연결 고리를 파괴하려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가 친구를 사귀면서 가장 즐겁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를 통한 이익이 아니라 친구를 향한 사랑 그 자체다. 우정이란 온화한 마음에서 우러나올 때 가장 행복한 것이다.”

 

또한 어려울 때 곁에 있어야 진정한 친구이고, 오랜 친구가 더 좋은 벗이 될 수 있다는 조언들을 얘기하고 있다.

 

그간 살아오면서 친구의 우정을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있었을까? 우정을 아끼고 가꾸기 위해 노력해 본 적은 있었을까? 키케로의 우정론을 읽어가며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단지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기 때문에 친구였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진정한 친구의 우정을 가슴에 새겨 넣지 않았던 것 같다. 그나마 요즘 친구에 관해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어 다행이다. 가장 가까운 친구는 최고의 버팀목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친구의 존재를 새롭게 느껴가고 있다. 나의 주변에 여전히 나를 찾아주고 반겨주는 친구들이 있어 고맙다. 키케로의 우정론을 가슴 깊이 새겨 친구와의 우정이 변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친구와의 우정을 아무렇게 생각지 말자. 우정을 이어나가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믿음으로 뭉쳐진 아름답고 진실한 우정을 맺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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