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고 제주 여행 - 제주도 자전거여행 완벽 가이드북
김병훈 지음 / 원앤원스타일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나에게 자전거란 중학교시절에는 학교까지의 운송수단이었고 집안일을 도와주는 일종의 짐자전거로 활용되었다. 청춘시절에는 넓은 캠퍼스를 누비는 나의 발이 되어주었고, 성인이 되어서는 운동기계가 되어버렸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나름대로 내 삶의 한 부분이었던 자전거는 그저 생활 수단의 하나였을 뿐 자전거로 여행을 해 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이런 상상을 해보았다. 차에 자전거를 싣고 경치 좋은 곳에서 가족 모두가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걸으면서 하이킹을 해 보는 것이다. 그곳이 어디인지는 정하지는 않았었지만 작년 10월에 다녀온 제주도의 또 다른 섬 우도여행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고 온 이후로는 이곳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동하면서 드넓은 바다와 푸른 녹색이 어우러진 파노라마와 같은 풍경을 온몸으로 담고 싶었지만 버스 안에서는 답답함만 느끼게 되었고, 자전거로 돌담 사이를 돌아다니며 진정한 자유와 여유를 누리는 그들이 부러웠다. 우도뿐만이 아니다. 한적한 제주도의 해안도로를 달리면서 보여 지는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은 빠른 속도의 느낌이 아니라 천천히 쉼과 함께 하는 느낌을 받고 싶었다. 결국 차가 아니라 바로 자전거였으면 했다. 그런 아쉬움을 뒤로하고 돌아온 일상에서 제주도 여행의 여운이 가실쯤에 만난 <자전거타고 제주여행>이란 책은 다시 나의 마음에 설렘을 불어넣었다. 그것도 자전거여행이라니 말이다.

 

이 책은 제주도 해안도로 13구간과 우도 및 곶자왈 숲길과 오름지대의 자전거 코스 소개와 숙박 및 음식점을 소개하였고, 각 구간에서 만나는 풍경을 저자의 느낌과 생각들을 잔잔하게 들려주고 있다.

 

 

지난 제주도여행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이 책으로나마 보상이 될지 기대가 되었다. 코스는 제주도의 서쪽해안을 시작으로 일주를 하게 된다. 용두암에서 출발한 자전거여행은 출발지에서부터 전혀 몰랐던 명소가 소개되었다. 용두암만 알았지 쇠소깍과 비슷한 탐라계곡인 용연을 몰랐었다. 민물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이며 정자가 구름다리의 풍경이 아름답고 계곡미가 넘친다는 곳이다. 이렇듯 첫 구간부터 자전거 슬로우 여행의 묘미가 시작되었다. 애월리의 아름다운 바닷길을 따라 쭉 페달을 밟다 보면 곧 전국 최고의 바다인 협재와 금능해변을 만난다. 이곳 또한 자동차여행에서 그냥 지나쳤던 곳인데 에메랄드 빛 바다가 드넓게 펼쳐지는 곳이다. 가히 환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풍경을 자랑한다.

 

 

고산포구에서 시작하는 남향 해안길을 따라 차츰 동쪽으로 꺾어지는 코스는 바람의 방향전환을 맛보는 곳이며 너른 들판을 볼 수 있다. 서해안을 돌아 남해안을 따라 달리다가 송악산에서 바라본 남해안의 경치를 담아보고 중문을 거쳐 남원읍을 달리다보면 어느 샌가 주민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곳은 관광용 도로가 아니라 주민들 생업의 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박함과 정겨운 마음이 들었나 보다.

 

 

세화리에서 시작되는 해안 길은 서서히 동해안으로 접어들게 된다. 이곳에서는 협재와 금능에 비견할 만한 바다가 기다린다. 바로 표선 해비치해안이다. 자동차로 1132 일주도로로만 달린다면 결코 아름다운 연두빛 바다를 보지 못할 것이다. 신선리에 다다르면 이제 동쪽 해변을 달려야 한다. 일출의 명소 성산일출봉까지의 코스는 해안도로의 절정이라 말할 수 있다. 특히 절벽의 장대함은 위용 그 자체다. 이곳도 성산일출봉에만 초점을 맞추면 결코 볼 수 없는 비경을 놓칠 수 있다. 바로 섭지코지와 성산일출봉 사이의 해변길이다. 이제 목적지가 다다른다. 남아있는 코스는 성산포항에서 시작해서 월정리와 함덕을 거치면 드디어 출발지점이다. 그 여정에서 옥색바다와 백색 모래의 하모니는 얼마 남아 있지 않은 구간에서 피로를 해소해 준다.

 

 

저자와의 동행을 한 느낌이다. 페달을 밟고 떠나는 저자와 함께 페달을 밟아 보았다. 모험을 시작한다. 제주도에서의 모험은 새로운 만남의 시작임을 알았는지 흥분되고 가슴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지도를 따라 구간을 살피고 페달을 힘차게 밟으면서 만나는 제주도의 섬세한 모습들을 상상해 보니 떨리는 내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겠다. 제주도의 지도만 보더라도 설렘인데 자전거여행이라니 상상만으로도 인생의 활력이 느껴진다. 제주도는 해마다 다녀올 것 같다. 그만큼 매력적이고 힐링의 느낌이 잔득 묻어있는 곳이다. 같은 장소를 가더라도 20Km로 진행하는 자전거여행은 흥미와 성취감을 얻을 수 있고 제주도의 진면목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당장 해안도로 240Km의 일주는 어려울 수 있지만 한 두 구간 정도 다음 여행에 가족과 함께 하기를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