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객 미식쇼
김용철 글 사진 / MBC C&I(MBC프로덕션)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만화가에서 맛객으로 변신하여 요리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맛 스토리를 들려주는 사람이라니 흥미롭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맛객 미식쇼’라는 책 제목이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자 만들어냈으리라 생각했었는데 실제 요리를 통해 대중들에게 쇼를 진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것도 제철에 나오는 재료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며 직접 공수해서 온 싱싱한 재료를 가지고 말이다. 미식가란 고급스러운 음식을 먹는 사람과 맛에 까탈을 부리는 사람으로 알고 있어 좋은 의미로 인식하고 있지 않았는데 재료가 지닌 특성을 이해하고 제대로 먹는 것이 바로 진정한 미식이라고 정의한 저자의 얘기를 듣고 미식가의 관점이 달라졌고, 특별한 음식이 아닌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4계절 동안 제철에 생산되는 음식을 갖은 양념은 지양하고 간소한 양념으로만 재료 특유의 맛을 살려내는 요리를 선보이고 있는데 그 맛은 단순한 맛이 아닌 자연과 정성과 노력이 빚어낸 복합적이고 특별한  맛이 아닐까 생각한다. 게다가 저자가 말하는 재료와 음식의 스토리는 그 맛을 더욱 감칠 나게 만드는 것 같았다. 가공식품에 휩싸여 살고 있는 우리는 정성과 온기가 들어가 있는 음식에 반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4계절의 음식을 보니 생선종류가 참 많았다. 산촌에 살았던 나는 생선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먹는 생선이 조기, 고등어, 갈치 종류로 한정되어 있고 농어, 광어와 같은 생선은 비싸다는 인식과 거의 회로만 먹는 경향이 있어 연례행사로 한 번쯤 먹는 음식에 불과했다. 하지만 미식의 관점에서 보고 비싸다는 인식보다는 제철에 그 재료가 발산하는 특유의 맛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또 하나의 즐거움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책을 쭉 넘겨보니 봄의 향연에 눈이 고정이 된다. 역시 산에서 뛰 논 경험이 많다 보니 갖은 나물 앞에 초롱초롱해 진다. 지역 특성상 책에서 소개하는 병풍취나 얼레지와 같은 나물은 구경하기가 힘들지만 눈으로 즐겼으니 위안을 삼는다.

 

제철에 자연에서 구해 온 재료로 자신이 직접 요리하여 블로그에 신청한 몇 명의 신청자와 함께 음식을 공유하는 기획이 참 맘에 든다. 누군가 나를 위해 요리를 해 준다는 점과 미식이란 이런 거구나 하며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니 말이다. 맛객 미식쇼에 가서 음식 맛을 보기는 힘들겠지만 내 고장에서 나오는 식재료를 가지고 가족들 앞에서 미식쇼를 열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내년 봄에 채취할 고사리, 취나물, 쑥과 이번 가을에 산을 누비며 새롭게 발견한 엄나무 군락지에 싹 틀 엄나무 순을 생각하니 흐뭇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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