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 집안의 아들인 훕시로 태어나 몹시도 출세와 돈과 명예를 쫓아 훕시라는 백정의 이름과 신분을 버리고자 똥줄타게 일본인들의 엉덩이라도 핥을 기세로 덤벼들어 돈을 만지게 된 그는 드디어,마침내 그토록이나 원하던 하씨성 족보를 사들이는데 성공했으나 창씨개명을 앞두고 성이 가와모토로 바뀌게 되는 운명에 처한다. 백정의 자식이고 못배우고 가진게 없이 시작했다는 지격지심으로 인해 두번째 부인만은 신여성과 결혼해야 한다는 굳은 결의로 한 결혼도 결국 행복하진 못했다. 하씨 집안의 배다른 형을 사랑하는 현옥이라는 인물로 인해 그간 일본인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는 간이라도 빼줄듯이 아부와 아첨으로 일관하던 아버지의 노력(?)이 무색하게 윤식은 가미가제 독고다이, 즉 자살특공대에 들어가게 된다. 2차 세게대전의 승리를 위해 일본의 식민지 지배하에 있던 조선인들은 무작위로 너도 나도 할것없이 소, 개 끌고 가듯이 천황폐하의 축복아래 자신의 한몸을 바치기 위한 영광된 자리인 인간폭탄전술의 특별 공격대. 더이상 사람이 아니고 그저 전투전술의 무기로 활용되는 지옥스러운 곳에서도 꼴통스러운 하윤식의 기막힌 행운을 보고 웃음이 나는 한편으로 왠지 가슴한켠이 뜨거워짐을 느끼게 되었다. 가미가제 독고다이는 잔인하고 너무도 무모하지만 기꺼이 한몸을 바칠 수 밖에 없었던 그때의 그 아픈 조선인의 기억을 후벼파듯이 아프고 슬픈 처참한 내용을 너무도 구수하고 웃을 수 있게 만드는 김별아 작가의 특별함이 묻어나있는 책인 것 같다. 무거울 만한 소재를 갖고 재밌게 읽을 수 있게 표현해 낸다는 점에 플러스 점수를 주고 싶은 책. 하지만 웃고 끝낼 일이 아니라 더욱 가슴 한켠이 눅눅해지도록 한번쯤 그때 그 시절의 일들을 생각할 수 있도록 독자들을 유도해주는 책인 것 같아 더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