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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엄마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9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 / 202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 스즈키 루리카는 현재 고등학교 2학년 18살 일본 작가다.
이 책을 받는 순간, 제목에서 한 번 놀라고 이력에서 한번 더 놀랐다
고등학생 스즈키 루리카는 초등학교 '12세 문학상' 3년 연속 대상을 수상, 14 살에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로, 매년 자신의 생일마다, 소설을 출판하는 천재 작가이다.
생일마다 책을 쓴다 참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엄마의 엄마!
분명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 일 것이다.
외할머니와 엄마의 이야기, 누구나 엄마의 엄마가 있기에 많은 기대를 하고 나도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우리 엄마의 엄마를 떠올리며 이 책을 읽어 내려갔다
엄마의 엄마~
엄마는 늘 일을 하시지만, 언제나 가난하고 돈이 없다.
하나미는 엄마랑 둘이 산다. 언제나 돈이 들어가는 일에는 늘 "변변찮아도 마음이야,"라는 말을 달고 사신다.
엄마뿐만 아니라 집주인 아줌마도 같이 말이다.
그 시절 어른들은 가난했기에 검소함과 절약이 몸에 뵈어 그럴수 있다지만, 어린 하나미 입장에서는 늘 의문이다.
중학교 입학하는 하나미,
교복을 맞춰야 하는데 너무 비싸 주인집 아줌마랑 다른 학교 교복을 가지고 와 착시현상때문에 아무도 다른 교복이라는것을 모를거라는 두 분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하나미는 기가 막힌다.
어느 날, 하나미는 사치코 집에 초대를 받는데 걱정하는 하나미에게 또 "변변찮아도 마음이야,"라는 말과 함께
앞마당 진디가 가득한 금잔화와 장례식장에서 받아온 유통기간 지나지 않은 쿠키를 들려준다.
진딧물을 없애려고 불다 사례가 걸리는 모습을 본 하나미는 엄마를 이해하려고 무지 애를 쓴다.
사치고는 새아빠랑 새아빠 사이에서 나은 동생이랑 네 식구가 산다.
새 가정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사치코는 안중에도 없고 친손주만 너무 아끼며 편애 한다.
그들 사이에서 엄마도 어쩔 줄 몰라 한다.
늘 그 집에서 벗어나려는 사치코, 독립하기 위해 돈을 벌고 싶은 사치코, 해골이 되어 돌아온 할머니 돈을 조금이라고 갚아 엄마를 도와주고 싶은 하나미 둘은 어느새 단짝이 되어간다.
'엄마'라는 말의 무거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떠난 사람이
어느 날 우리 모녀 앞에 나타났다.
어느 날 눈이 꺼져 해골 같은 몰골로 집 앞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낯선 할머니를 만난다.
이상한 불길한 예감이 든다.
분명 할머니는 돌아가셨다고 들었는데 말이다.
그러나 알고 보니 엄마의 엄마, 하나미의 외할머니였다.
핏줄이라 그런지 어딘지 모르게 하나미는 자꾸 걱정이 되고 끌린다.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가 할머니라고 한다.
어릴 적부터 버리지고 찾아오기를 수십 번 너무나도 힘들었던 어린 기억이 이었기에, 엄마는 할머니를 돌아가신 사람 취급했다.
그도 그럴 듯이, 지독히 가난하여 남의 집에 맡기고 찾으러 올 거 같은 기대감으로 있다보며 철저하게 배신당한 느낌으로 버려졌구나를 깨달았다고 한다.
지금 말로 하면 할머니의 학대는 계속되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할머니 진 빚을 엄마다 대신 갚아주고 있었는데 몇달째 돈을 부치지 않자, 직접 찾아온 것이었다.
그돈도 할머니의 강요에 의해서 어쩔수 없이 갚아주는 것이었다.
늘 가난하고 돈이 없다는 이유를 하나미는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할머니에게 매달 돈을 부쳐야 하기 때문에 늘 집이 가난한 것이었다.
그러나 할머니에 대한 불쌍함과 연민의 정이 생기는 것일까 할머니가 늘 신경 쓰인다.
홀연히 나타났다 홀연히 사라지는 할머니 모습을 보면서 한없이 울며 마지막에 목놓아 불러보는 "할머니"
그렇다, 할머니는 하나미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를 들었고, 졸업식에도 살짝 왔다 가셨다.
이렇게 할머니와의 만남은 아쉬운 이별로 마무리한다.
나에게도 할머니가 두 분 계셨다. 여느 할머니처럼 자상하고, 인자하시고 그리고 세상에서 나를 제일 이뻐하셨다.
3남 1녀의 맏이로 태어난 나는 가난하지는 않았지만, 완전히 시골이라 늘 일이 치어있었다.
그런 엄마를 두고 훗날 나는 계모가 아닐까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나만 일을 많이 하는 거 같아서 말이다.
살림에 취미 없는 나에게 빨래며, 설거지며, 가끔은 마당에 널어 놓은 쇠똥도 뒤집으라고 하셨다.
우리 형제들은 모이면 예나 지금이나, 네가 많이 했냐, 내가 많이 했네, 이런 이야기를 아직도 한다.
아마 더 늙어 때까지 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엄격하고 늘 부지런한 부모님 덕분에 우리 집은 늘 아이들이 일과 함께 지내왔다.
물론 시골에서 편하게 지내는 애들도 있지만, 보편적으론 밭일, 논일을 거들면서 자라곤 했다.
이 반면에 부여에서 머리에 복숭아를 한 대야이고 오신 울 외할머니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 시절 차도 변변치 않아 머리에 이고 산길을 넘어오셨으니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우리 할머니가 그래서 아프셨나 하는 생각도 한다. 불과 10년 전까지 살아계셨는데 말이다.
외할머니는 오랜 시간 치매 때문에 고생하셨고,
나의 친할머니는 시골에서 어릴 적부터 우리 부모님이 모시고 살았기에 더 애틋하다.
서울 큰댁에 한번 가실 양이면 떨어지기 싫어서 맨발로 큰아빠 차를 쫓아가면서 울던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오랜 시간 그 시절, 중풍으로 누워계셨던 나의 할머니, 첫 손주인 나를 위해서 늘 마을 잔치서 맛있는 거 가지고 오시면 나부터 챙겨주신 나의 할머니 갑자기 이 책을 보니 생각이 난다.
이 책에는 똑똑하고 머리 좋은 집주인 아들 겐토가 다 커서 백수처럼 놀 수밖에 없는 이유도
하나미가 자주 회상하던 기도 선생님의 어느 날 홀연히 집을 나가서 여자가 되어서 돌아오는 이야기도 실려있다.
책을 보면 어딘지 모르게 더 많은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다음 장에 있을 것만 같았다.
다음 편에 이어서 나오는 것일까?
매년 생일 때마다 작가는 소설을 출간한다고 했다.
그럼 내년에 아니 올해 다시 이어서 나오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조금은 아쉬운 분이 있었던 책이었다.
하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오랜만에 다시 떠올려 보는 나의 할머니,
그리고 엄마의 엄마를 그려보는 좋은 시간이었던 거 같다.
올해 책을 많이 읽으려고 했는데, 1월에 겨우 두 권 읽고 이제야 서평을 쓴다.
독서에 있어 좀 더 분발하는 한 해를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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