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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세계사 - 영화가 새로워지고 역사가 재미있어지는 ㅣ 보다 역사
송영심 지음, 신병근 그림 / 풀빛 / 2023년 7월
평점 :
『영화보다, 세계사』를 읽다.^^
재미있는 영화와 역사가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책은 영화의 즐거움과 역사의 참지식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게 해준다. 나는 세계사와 관련하여 이렇게 쉽고 재미있는 책은 처음이다. 책을 단 이 틀 만에 읽었다. 무엇보다 영화에서 잘 이해되지 않았던, 역사적 배경을 알게 되어 기뻤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에서는 왜 제목을 이렇게 정했는지 알게 되었다. 보리는 ‘당시 아일랜드 독립군이 가지고 다니던 식량’이었고, ‘밟혀도 끈질기게 저항하는 아일랜드인들을 상징한다.’ 아일랜드인들이 영국과의 평화협정 후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되었고, 왜 내전을 겪어야 했는지도 소상히 알게 되었다. 영국은 아일랜드의 북부는 자신들이 차지한 채, ‘영국 국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자치령인 아일랜드자유국’을 승인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아일랜드는 조약에 반대하는 ‘완전 독립파’와 ‘자유국 조약 찬성파’ 간에 극한 대립을 초래하여 결국 내전에 이른다. 완전독립파(IRA반군)가 더블린의 법원 4곳을 장악하자 영국의 처칠은 자유국에 압력을 넣어, 그들을 진압하지 않으면 영국이 아일랜드를 점령해 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결국 형제가 형제를 죽이는 피의 비극이 일어나고 만다. 영국이 얼마나 악랄하게 아일랜드인들을 고통스럽게 했는지 알 수 있다.
〈타이타닉〉에서는 1등칸 손님들은 비싼 티켓을 산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구조된 반면, 3등칸 손님들은 출입구를 봉쇄당하여 죽어갔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그들이 지불한 돈이 그들의 목숨값이었다. 사람을 돈과 지위로 차별하는 자본주의의 비정함을 새삼 느낄 수 있다.
〈호텔 르완다〉는 제국주의 백인들이 어떻게 아프리카를 분열과 절망에 빠트렸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벨기에는 평화롭게 살던 투치족과 후투족을, ‘인종주의에 입각하여 키가 크고 콧대가 오뚝한 투치족을 우월한 부족으로’, ‘그렇지않은 후투족은 열등한 부족으로 구분지었다.’ 그들은 ‘인종신분증까지 발급’하며 두 부족을 이간시켰다. 또한 ‘투치족이 토지개혁의 이름으로 후투족의 땅을 빼앗도록 했고’, ‘투치족 지배층이 후투족 추장을 몰아내게 하는 등 후투족을 와해시키는 악역을 맡게 했다.’ 인구구성으로 보자면 ‘후투족은 82%로 투치족에 비해 다수를 차지하는 형국’이었다. 결국 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르완다는 끝없는 학살과 내전으로 치닫는다. 주인공 폴(후투족 호텔 지배인)은 호텔에 몰려든 사람들을 구하려 몸부림치는데, 르완다의 슬픈 참상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유럽 제국주의자들의 악행을 여실히 보여준다.
……
지면 관계상 영화 하나하나를 다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이 책은 영화의 감동을 그대로 전해주면서, 역사의 진실을 쉽고 간결하게 풀이해 준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도 흥미를 갖고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영화가 이렇게 재미있다니, 역사가 이렇게 흥미진진하다니. 진실을 하나하나 알아갈수록, 왠지 차오르는 이 뿌듯함은 무엇일까. 진실이 가진 위대한 힘이 아닐까.
이 책이 나온 것은 행복이다. 그저 감사하고 고마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