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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로 읽는 항우와 유방 - 초한지제의 흥망을 『사기』, 『한서』, 『자치통감』으로 파헤치다
신동준 지음 / 인간사랑 / 2019년 9월
평점 :
고전을 깊이 연구한 학오 신동준 선생의 초한지제를 접하니 감개무량하다. 풍부한 고전 지식을 바탕으로 초한지제를 분석한 저자의 논리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초한지의 역사를 바르게 알고자 한다면 꼭 읽어야 할 명저다. 유방은 인재를 포용하고 활용할 줄 아는 정치가였다. 반면 항우는 군사를 잘 다루고 싸움을 잘하는 장군감이었다. 천하를 놓고 정치가인 유방과 장수인 항우가 싸워 유방이 천하를 통일했다. 유방은 정치가로서 대국을 볼 줄 알았고, 자신이 건설해야 할 나라, 세상에 대한 나름의 비전이 있었다. 하지만 항우는 구체적으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지 못한 채, 군사들과 세력을 믿고 전쟁만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최고지도자는 역사의 흐름과 대세를 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유방은 그것이 있었고, 항우에게는 그것이 없었다. 이것이 그 둘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한편, 저자의 견해에 대해 약간의 부연설명을 하고자 한다. 저자는 건달 유방이 명분을 버리고 실리를 취했으며, 귀족 항우는 명분을 취하고 실리를 버렸다고 말한다. 유방은 명분보다는 실리를 더 중시했고, 항우는 실리보다는 명분을 더 중시했다는 뜻이다. 동의하기 어렵다. 현실 세계에서는 명분과 실리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명분을 위해 실리를 조금 뒤로 미루거나, 실리를 위해 명분을 내세우는 것이 그렇다. 천하를 차지하기 위해 때론 명분을, 때론 실리를 내세우며 싸웠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