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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이야기 - 열망의 유토피아가 온다
주요섭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15년 3월
평점 :
한마디로 ‘전환’은 어려운 것이다. 기존의 체제와 사고방식이 익숙한 사람에게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매우 어렵고 시간이 걸린다. 특히, 이들에게는 전환을 견디는 것뿐만 아니라, 전환에 대해 설명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 그래서 저자는 이 시기를 혼란과 불안이 교차하는 시기로 규정한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의 환경운동가 폴 호켄의 말을 빌어 ‘축복받은 불안’의 시기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비록 전환이 힘겨운 것이라고 하더라도 애벌레가 고치의 시간을 견뎌 나비로 환골탈태하듯이 강한 애벌레가 아니라 새로운 존재 즉 나비로 거듭나야만 더 높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시기는 불안과 혼란으로 견디기 힘들기는 해도 이 시기를 무사히 견디면 한 단계 더 나은 삶으로 전진할 수 있는 축복의 시기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전환을 크게 세 가지 수준으로 설명한다. 첫째, ‘의식의 전환’으로 삶의 중심 가치 즉 사고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즉, 전환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로서 개인 의식의 전환이다. 둘째, ‘생활의 전환’으로 생활양식을 바꾸는 일이다. 예를 들면 기존의 개인주의적, 자본주의적 생활양식이 아니라 일이나 돈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어떻게 잘 살 것인가 즉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추는 생태적 삶이나 사람들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협동을 통해서 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공동체적인 삶 등으로 이동해가는 것이 그것이다. 이 두 번째 전환은 개개인의 의식전환을 바탕으로 실제 생활면에서 전환을 실천하고, 이를 공동체로 확대해나가는 과정이다. 마지막은 ‘체제의 전환’ 즉 사회경제 시스템의 중심이동이다. 즉, 위 두 수준의 전환이 더욱더 정착 확대되어 사회 체제 전체의 전환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저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쉽게 말해 “내가 바뀌면 우리가 바뀌고, 우리가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라는 것이 바로 전환의 가장 핵심적인 논리이다.
저자는 위의 세 가지 수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혹은 필요한, 즉 개인, 종교, 정치, 사회 등의 다양한 전환과 그에 대한 서술을 이 책에 포함하고 있다. 사실 위에서 ‘전환’은 어려운 것이라고 했지만, 솔직히 ‘전환’운동 혹은 이론에 그다지 많은 전문성이 없는 상태에서 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다. 특히, 각 장들이 전환이라는 주제를 다루고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하나의 책으로 유기적으로 연결 된다 기 보다는 각 각 따로 읽히는 편이어서 이 책을 다 읽고 났을 때 ‘아..결국은 이런 이야기구나’하는 하나의 완결된 느낌을 갖기 힘들었다. 하지만, 왜 지금 시점에서 전환이 절실한지, 전환운동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상세한 서술은 매우 신선하고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전환에 대한 의미규정과 분류 역시 앞으로 전환운동을 이해함에 있어 그 틀을 제공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즉, 전환이 무엇이고, 수준에 따라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를 기본으로 하는 것이 그 외의 논의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전환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면서, ‘각비-엑소더스-깨달음-새 공동체-체체전환’이라는 저자가 제시한 한국형 전환운동의 프로세스에 대해 생각해본다. 저자는 이 과정이 순차적이지 않고, 불연속적이고 불균등하며 동시에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전환은 개혁처럼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뒤바뀌는 개념은 아니기에 천천히 점진적으로 변화해가다보면 종국에는 ‘어..바뀌었네’하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어제와 오늘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십년 전과 지금은 많이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고치의 시간을 견디는 것은 어쩌면 영원처럼 느껴질 정도로 길고 힘들 수도 있지만 계속 노력하다보면 나비가 된다는 자명한 사실처럼, 지금의 변화의 움직임이 미약하고 작을지라도 어느 순간 돌아보면 ‘전환’을 이루었음을 느끼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