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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종의 화첩기행 1 - 예의 길을 가다 ㅣ 문학동네 화첩기행 5
김병종 지음 / 효형출판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기를 좋아한다.
가 보지 못한 곳을 사람들이 묘사하는 것도 좋고, 가 본 곳을 다시 떠올려 보는 것도 좋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가 보지 못한 곳이나 가기 힘든 곳의 이야기를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이 좋아서 보통은 외국 여행기를 고르곤 한다.
김병종의 화첩기행은 순전히 <어느 미술사가의 낭만적인 유럽문화 기행>에 실망해서 읽기 시작한 책이다. 미술사가의 너무 현학적인 기행이 좀 식상했던지라, 잘 쓴 여행기라는 소문이 자자한(어디서 들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화첩기행을 읽어 보기로 했던 것.
화첩기행은 김병종 교수가 98~99년 조선일보에 연재했던 칼럼을 모아서 낸 책인데, 이번에 개정판으로 다시 냈다. 우리나라 문화 인사와 관련된 곳을 찾아가서 그 곳의 경치를 느끼고, 문화 인사와 관련된 유적을 찾아보며 그의 향기를 느끼는 그런 글이다. 그렇다 보니, 어느 글은 진짜 여행기스럽고, 어느 글은 인사에 대한 향수가 가득차 있고, 어느 글은 옛 시절에 대한 향수가 들어 있기도 하다. 중간중간 들어 있는 김병종 교수의 그림도 멋지다. 여느 여행기처럼 그곳의 멋진 사진이나 풍경이 들어 있는 건 아니지만, 동양화로 재구성된 경치나 향수가 주는 깊이가 멋졌다.
읽다 보니, 선운사와 정선에 대한 얘기도 나오는데, 올해 선운사를 가면서 서정주의 시비를 못 본 것도 아쉽고, 정선에서 정선아리랑을 제대로 듣지 않고 온 것도 아쉬웠다. 같은 곳을 보는데 이렇게 깊이가 다르다니 하는 자괴감도 들었고.
다음 여행지는 책에 나오는 곳으로 잡아서 가리라(아마도 봉평?), 가서 여러 가지를 보고 오리라 마음 먹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