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약 집을 짓는다면 - 후암동 골목 그 집 이야기
권희라.김종대 지음 / 리더스북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예전부터 자기 집 한번 지으면 10년은 늙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집을 지을때 신경써야 할 것도 많고 결정해야 할 것도 많아서 일 것이다.

아파트처럼 다 지어진 집을 돈 주고 사서 들어가면 골치아플일도 없겠지만 누구나 나만의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은 한번쯤은 다 해봤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 사는게 힘들어서 집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전혀 안해본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릴적 초등학교 시절에는 미술시간에 한 두번쯤은 내가 살고 싶은 집을 그려보았을 것이다.

내가 어릴때는 내가 살고 싶은 집은 당연히 2층 단독주택이었다.

그당시에는 아파트는 거의 없었고 3~4층짜리 연립주택이라는 것은 동네에 한 두채 정도 있었다.

거의 모든 집이 단독주택이었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면 당연히 단독주택을 그렸었다.

지금 내가 꿈꾸고 있는 주택은 협소주택이다.

2000년 초반 일본의 어느 건축잡지에서 처음 협소주택에 대한 기사를 보고 거기에 매료되어 있던차에 2004년 일본 여행 당시 동경의 뒷골목에서 작고 아담한 협소주택들을 만나보고 서점에서 협소주택에 관련된 전문서적을 구매하면서 더욱 빠지게 되었다.

대학원 석사 논문 주제를 협소주택으로 정하려 했지만 그당시만해도 우리나라에는 협소주택이란 단어자체가 생소하던 시절이라 논문 주제를 다시 생각해 보라는 말에 좌절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협소주택이란 단어가 많은 이들이 알고 있고 이미 지어지고 있는 주택의 한 부류(?)가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협소주택이라고 말하는 자신만의 집을 짓는 과정을 희, 노, 애, 락의 4단계로 나눠서 가감없이 솔직하게 적어나가고 있다.

내가 보기에 이 주택은 일반적인 협소주택보다는 그래도 땅과 건물에 여유가 좀 있어보인다.

저자는 주택을 짓기위해 프로그램을 짜고 스스로 설계를 하고 건축가를 선택해 허가를 내는 과정들을 모두 적어주고 있다.

하지만 건축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허가방을 찾아 허가만 내는 방식은 없어져야 하는 방법이라 생각된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맡기듯이 설계는 건축을 전공하고 설계를 업으로 삼는 건축사에게 믿고 맡겨야 한다.

대신에 내가 원하는 것은 어떤 것인지 많은 대화와 만남이 있어야 한다.

설계 할 수 있는 시간을 넉넉히 주고 내가 원하는 바를 충분히 어필한 다음 건축가의 결과물을 가지고 같이 토론하면서 발전시켜나가야 원하는 집의 설계도가 나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원하는 바는 많이 있지만 그걸 건축적으로 제대로 풀어서 도면화 되지 못하다 보니 도면의 부실로 공사도 부실을 낳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 설계비를 아까워 하는데 설계비 몇푼 아끼다가 시공비가 더 많이 오바되는 경우가 아마도 대다수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도면이 부족하니 시공사는 대충 견적 뽑고 들어와서 나중에 도면에 없는 부분들 추가시공 했으니 돈을 더 내라고 얘기한다. 그럼 건축주는 아무것도 모르고 설계비의 몇배나 되는 추가공사비를 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책에서도 시공사가 견적을 대충 뽑아서 중간에 타절되고 건축주가 직접 직영처리하면서 돈은 돈대로 들고 고생은 고생대로 한 일들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집은 살면서 일생에 한번 겨우 지을가 말까 한다. 그런데 설계비를 너무 싸게만 주려고 하면 결코 좋은 결과가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물건은 어느 것이나 물건값을 한다.

제대로된 비용을 지불해야 제대로된 물건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저런 시행착오들을 포장하지 않고 기쁘면 기쁘다고 화가 나면 화가 난다고 솔직히 다 적어 놓아서 책 제목처럼 만약 집을 짓는다면 이런 저런 시행착오들을 겪지 않고 잘 지을 수 있도록 하나의 안내서 같이 이 책을 펴낸것 같다.

서점에 넘쳐나는 주택관련책들 중에 이처럼 속 시원하게 자기 할말 다 하면서 잘못된 부분은 잘못되고 잘된것은 잘됐다고 말하는 책은 없는 것같다.

만약 집을 짓는다면 이 책을 반면교사 삼아서 즐겁게 집을 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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