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지막 엄마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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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뉘엘 카레르 지음, 윤정임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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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언어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언어는 어떻게 창조되고 진화했는가
모텐 H. 크리스티안센.닉 채터 지음, 이혜경 옮김 / 웨일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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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아차리는 것이 의사소통 빙산의 꼭대기 부분을 차지하는 단어와 구, 문장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려면 빙산의 보이지 않는 부분(우리가 문화와 사회 구조, 세상과 서로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실제로 언어를 독백이 아닌 대화로 바라볼 때, 오직 그때만 무슨 말인지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언어의 핵심은 본질적으로 쌍방향적이며 유동적이고 협력적이라는 데 있다. 언어라는 제스처 게임은 대화로 한바탕 멋지게 어우러지는 춤을 추는 것과 같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함께 힘을 모아 그때그때 하나씩 적시에 의미를 창조한다.


...언어적 제스처 게임이 만들어내는 의미를 정밀한 수학적 체계로 환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착각이다. 언어의 유연성과 유희성, 변덕스러움은 형식 논리라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제거해야 할 약점이 아니다. 이러한 특징들이야말로 언어가 작동하는 방식의 본질이다. 의미의 바로 그 가벼움 덕분에 우리는 언어를 능숙하게 다룰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쉴 새 없이 바뀌는 의사소통 과제를 처리한다. 무엇보다 인간 언어의 으뜸은 시이고, 그다음이 산문이다.


...우리가 언어와 맺고 있는 공생 관계 역시 상호 호혜적이다. 언어가 살아남고 번성하며 번식하는 한편으로 인간도 더 잘 의사소통하고 서로에게 새로운 기술을 가르치며 지식을 건네주고 점점 더 복잡한 문화, 사회, 문명을 창조한다. 두 종이 이러한 유형의 상호 공생 관계에 있는 경우, 보통 그들은 공진화한다. 그러나 생물학적 적응이 언어 구조의 문화적 진화보다 훨씬 더 느리기 때문에 인간과 언어의 진화적 관계는 불균형한 측면이 있다. 우리 인간의 원형으로 불리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현생 인류에 이르는 인간의 진화는 수십만 년, 심지어 수백만 년의 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반면 브르타뉴어, 카탈로니아어, 덴마크어, 그리스어, 힌디어, 리투아니아어와 페르시아어처럼 다양한 언어가 그들의 공통 조상언어라 알려진 인도 게르만 공통 조어로부터 분화되기까지는 9천 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결국 언어적 제스처 게임은 C-학습의 전형적인 한 가지 사례다. 따라서 이 게임의 관건은 화자와 청자가 똑같이 해석할 수 있는 어떤 의사소통적 신호를 창조하는 것이다. 그 결과 학습은 극적으로 단순해진다. 문화의 다른 모든 측면처럼 언어도 이전 세대들이 했던 학습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언어는 어제의 학습자들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 어린아이는 현재와 과거의 다른 학습자들과 협력해야만 한다. 모든 세대는 바로 직전 세대의 발걸음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이따금 우리의 엉뚱한 ‘추론들’은 타당한 추론이 되기도 하는데, 타당한 추론이란 다름 아닌 앞선 세대의 학습자들이 내린 가장 대중적인 추론이기 때문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비유를 사용하자면, 자연선택은 ‘눈먼 시계공’ 같아서 믿기지 않을 정도로 느리지만 강력하고 무작위적인 변이와 선택의 과정을 통해 복잡성을 구축한다. 하지만 언어가 존재하는 덕분에, ‘눈이 보이는’ 시계공들의 온전한 공동체는 인간의 문화를 점진적으로 구성하고 전달할 수 있다. 또한 집단 지성을 활용해 지식과 기술, 사회적 복잡성을 숨 가쁠 정도로 빠르게 창조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을 모방하려고 한다는 것은 자동차가 말의 생명 활동을 흉내 내려 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자동차가 말이 해온 유용한 일의 일부를 그나마 해낼 수 있는 것은 말의 복잡한 생명 활동을 전적으로 배제했기 때문이다. 비슷하게 현재의 인공지능이 성공을 거두는 이유도 그것이 인간 지능의 복잡성을 완전히 배제해서다. 이는 인공지능이 거둔 성과를 깎아내리기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인공지능은 자동차의 발명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자동차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게 사회를 바꿔놓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으로서는 기술적 특이점으로 인류가 절박한 실존적 위기에 처해 있다는 생각은 앞으로 자동차가 더 발전하게 되면 자동차끼리 무리를 지어 다니고 자유롭게 짝짓기하며 살아가고, 자동차 점프 챔피언의 우승자가 되기 위해 훈련에 돌입하게 되리라고 상상하는 것만큼이나 공상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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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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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계속 걸어가고, 양동이의 가장자리를 타넘는 바람이 가끔 속삭인다. 우리 둘 다 말이 없다, 가끔 사람들이 행복하면 말을 안 하는 것처럼. 하지만 이 생각을 떠올리자마자 그 반대도 마찬가지임을 깨닫는다.

...나는 아까 이 집에 도착했을 때처럼 집시 아이 같은 내가 아니라, 지금처럼 깨끗하게 씻고 옷을 갈아입고 뒤에서 아주머니가 지키고 서 있는 내가 보일 때까지 기다린다. 그런 다음 머그잔을 물에 담갔다가 입으로 가져온다. 물은 정말 시원하고 깨끗하다. 아빠가 떠난 맛, 아빠가 온 적도 없는 맛, 아빠가 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맛이다. 나는 머그잔을 다시 물에 넣었다가 햇빛과 일직선이 되도록 들어 올린다. 나는 물을 여섯 잔이나 마시면서 부끄러운 일도 비밀도 없는 이곳이 당분간 내 집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집에서의 내 삶과 여기에서의 내 삶의 차이를 가만히 내버려 둔다. 아저씨는 내가 발을 맞춰 걸을 수 있도록 보폭을 줄인다. 나는 작은 주택에 사는 아주머니를, 그 여자가 어떻게 걷고 어떻게 말했는지를 생각하다가 사람들 사이에는 아주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넌 아무 말도 할 필요 없다.” 아저씨가 말한다. “절대 할 필요 없는 일이라는 걸 꼭 기억해 두렴.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
  오늘 밤은 모든 것이 이상하다. 항상 거기에 있던 바다로 걸어가서, 그것을 보고 그것을 느끼고 어둠 속에서 그것을 두려워하고, 아저씨가 바다에서 발견되는 말들에 대해서, 누구를 믿으면 안 되는지 알아내려고 사람을 믿는 자기 부인에 대해서 하는 이야기를, 내가 완전히 이해하지도 못하고 어쩌면 나에게 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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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풍경
마틴 게이퍼드 지음, 김유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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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미술가 제니 새빌은 회화 원작과 그것을 찍은 사진 사이의 차이점을 곰곰이 생각하던 중에 이런 말을 했다. “당신이 작품 앞에 있을 때, 당신은 그 작품을 만든 사람이 있는 곳에 있습니다.” 결국 렘브란트나 벨라스케스의 원작을 보는 것은 한정된 형태의 시간 여행인 셈이다...우리는 회화를 매개로 그 작품을 그린 작가와 같은 공간에 들어간다. 비록 머리로는 동일하지 않다는 가정과 믿음이 있더라도, 표면에 생긴 물리적 변화를 제외하면 망막을 통해 시신경에 닿는 시각적 정보는 거의 동일하다.


...미국 아티스트 제임스 터렐은 언젠가 내게 멀리 떨어진 장소에 자신의 작품이 놓여 있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노력을 들여야 하고, 그 여정에 들인 시간이 입장료라고 설명했다. 입장료를 지불하고 먼 곳까지 작품을 보러 갔으니, 더 오래도록 열심히 작품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반대로 미술관을 한 바퀴 도는 것은 책을 읽지 않고 표지만 힐끗 보는 것과 같다고 그는 말했다...이는 종교 순례에 대한 생각과 비슷하다. 혼자 여행을 하면 특별한 마음가짐을 갖게 되며, 자신이 집중하는 데 중점을 두게 된다. 다른 장소에 가기만 해도 유사한 것조차 다르게 감상하게 된다. 시공간의 거리는 인간의 마음가짐을 바꾼다.


...그는 중국의 공간 감각은 유럽과 상당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유럽에서는 르네상스 이후 정착된 원근법이 관객의 시점을 특정한 지점에 자동으로 고정시켜서 세계를 바라보게 한다. 반면 중국 회화의 관객은 아마 몇 미터나 되는 두루마리 위를, 마치 산을 타는 여행객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호크니는 공간을 표현하는 데 하나의 정답은 없지만, 중국식 접근법은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현실 세계에서처럼 관객은 감각과 직관을 활용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주변을 탐색할 수 있다.


...여기서 나는 그의 유명한 이론인 ‘결정적 순간’을 떠올렸다. 이는 17세기에 한 추기경이 “삶의 모든 것에는 결정적 순간이 있다”고 한 데에서 인용한 것으로, 1950년대 초 카르티에브레송이 출간한 책의 제목이다. 사진에서 결정적 순간은 사진가가 변화무쌍한 삶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표현적인 형태를 촬영하게 되는 찰나의 순간이다. 그 순간을 만나면 반드시 셔터를 눌러야 한다. 순간을 놓치면 영원히 사라진다. “‘아까 그 미소를 다시 한 번 해 주시겠어요’라고 어떻게 말하겠어요?” 그가 말했다...트램이 덜컹거리며 지나가는 것을 관찰하던 그는 이 세상이 “언제나 바뀌고 있으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진가는 헤라클레이토스 역설의 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이 고대 그리스 철학자는 같은 강에 발을 두 번 들여놓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우리가 발을 다시 들여 놓으려고 하면, 물은 이미 변해 있고 우리도 변해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같은 사진을 두 번 찍을 수 없다. 특히 프랭크나 그의 선배인 카르티에브레송처럼 현실의 흐름 안에서 촬영한다면 더욱 그렇다.


...사실 대부분의 삶과 예술은 우연 속의 행복을 다룬다. 선사 시대 화가가 동굴 옆면의 자국을 들소 같다고 보고, 레오나르도가 오래된 얼룩진 벽을 보고 전쟁과 풍경을 떠올린 것처럼, 인간은 주변의 혼란 속에서 형체와 형태를 발견한다. “우연은 나보다 나아요.” 리히터가 겸손하게 설명했지만 이내 덧붙여 말했다. “하지만 무작위성이 이 일을 수행할 수 있도록 조건을 갖춰 둬야 하죠.” 여기에 또 다른 역설이 있었다. 리히터는 우연의 미천한 하인인 동시에 연구소의 과학자처럼 캔버스 위에서 무작위로 일어나는 일을 통제하는 주인이었다. 피카소는 “나는 구하지 않는다, 발견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리고 마셜 맥루한은 미디어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리히터의 추상화가 주는 메시지는, 우주가 아름다움과 의미를 읽는 거대한 로르샤흐 검사의 잉크 자국이라는 것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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