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기원 - 인간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서은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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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한 사회심리학자 팀 윌슨은 그래서 우리는 자신에게도 ‘이방인’ 같은 낯선 존재라고 했다.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정말 모르는 게 자기 자신이라는 것이다. 멍청해서가 아니고, 우리의 많은 선택과 결정은 의식을 거치지 않고 진행되기 때문이다. 의식은 용량이 아주 한정된 값비싼 자원이다. 그래서 정말 중요한 것만 선별적으로 기억하고 생각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 시간을 1년으로 압축한다면, 인간이 문명 생활을 한 시간은 365일 중 고작 2시간 정도다. 364일 22시간은 피비린내 나는 싸움과 사냥, 그리고 짝짓기에만 전념하며 살아왔다. 동물이기 때문에. 그러나 우리는 1년 중 고작 2시간에 불과한 이 모습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어처구니없게도 우리는 더 이상 동물이 아닌 줄 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데, 과연 600만 년간 유전자에 새겨진 생존 버릇들이 그렇게 쉽게 사라질까? 절대 그럴 수 없다.
인간은 여전히 100퍼센트 동물이다.




...그렇다. 생명체는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호모사피엔스의 존재 이유도 벌, 선인장, 꽃게와 마찬가지로 생존이다.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이것을 행복과 연결시키면 당연하지 않은 결론이 나온다. 이 새로운 관점으로 보면 행복은 삶의 최종적인 이유도 목적도 아니고, 다만 생존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정신적 도구일 뿐이다.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상황에서 행복을 느껴야만 했던 것이다.




...행복은 복권 같은 큰 사건으로 얻게 되는 것이 아니라 초콜릿 같은 소소한 즐거움의 가랑비에 젖는 것이다. 살면서 인생을 뒤집을 만한 드라마틱한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혹시 생겨도 초기의 기쁨은 복잡한 장기적 후유증들에 의해 상쇄되어 사라진다.




...많은 사람이 돈이나 출세 같은 인생의 변화를 통해 생기는 행복의 총량을 과대평가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행복의 ‘지속성’ 측면을 빼놓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사상가 라로슈푸코가 400년 전에 지적한 대로 우리는 “상상하는 만큼 행복해지지도 불행해지지도 않는다”. 승리의 환희도 패배의 아픔도 놀라울 정도로 빨리 무뎌지지만, 우리의 머리는 이 강력한 적응의 힘을 감안하지 않고 미래를 그린다. 그래서 항상 ‘오버’를 한다. 이것을 가지면 영원히 행복하고, 저것을 놓치면 너무도 불행해질 것이라고.




...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Happiness is the frequency, not the intensity, of positive affect)’. 나는 이것이 행복의 가장 중요한 진리를 담은 문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큰 기쁨이 아니라 여러 번의 기쁨이 중요하다. 객관적인 삶의 조건들은 성취하는 순간 기쁨이 있어도, 그 후 소소한 즐거움을 지속적으로 얻을 수 없다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결국 행복은 아이스크림과 비슷하다는 과학적 결론이 나온다. 아이스크림은 입을 잠시 즐겁게 하지만 반드시 녹는다. 내 손 안의 아이스크림만큼은 녹지 않을 것이라는 환상, 행복해지기 위해 인생의 거창한 것들을 좇는 이유다.





...가치 있는 삶을 살 것이냐, 행복한 삶을 살 것이냐는 개인의 선택이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첫째, 이 둘은 같지 않다는 것이고, 둘째는 어디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삶의 선택과 관심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무엇이 가치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잣대가 필요하고, 많은 경우 그 잣대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평가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하고 싶은지보다 우선시되는 것은 내 선택을 남들이 어떻게 평가하느냐다. 내가 지금 좋고 즐거운 것보다 남들 눈에 사려 깊고 힘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 앞에서 설명했듯 여기서 행복은 역풍을 맞기 시작한다.





...행복의 핵심을 사진 한 장에 담는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의 내용과 지금까지의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총체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것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장면이다. 문명에 묻혀 살지만, 우리의 원시적인 뇌가 여전히 가장 흥분하며 즐거워하는 것은 바로 이 두 가지다. 음식, 그리고 사람...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모든 껍데기를 벗겨 내면 행복은 결국 이 사진 한 장으로 요약된다. 행복과 불행은 이 장면이 가득한 인생 대 그렇지 않은 인생의 차이다. 한마디 덧붙인다면 “The rest are details”, 나머지 것들은 주석일 뿐이다.




...감정은 뇌라는 혀로 세상을 맛보는 것이다. 이때, 행복과 유사한 기능을 가진 경험이 단맛이다. 나에게 유익을 주는 기회나 상황이 나타났으니 관심을 가지고 추구하라는 메시지다. 하지만, 음식이든 세상 경험이든 무분별하게 단맛만을 느끼는 것은 축복이 아니라 파멸의 시작이다.
우리는 늘 행복하길 바라며 산다. 그러나 감정의 기능을 이해한다면 다소 철없는 소망이다. 슬픔, 분노, 실망과 절망도 일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경험들이다. 다채로운 감정들을 적시에 느낀다는 것은 나의 뇌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사실,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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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
김원영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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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 월배당 ETF로 40대에 은퇴한다 - 7천만 원으로 월 2백만 원 받는 연 30% 이상 초고배당의 비밀
최영민 지음 / 지음미디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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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배당의 비밀은 옵션 프리미엄 수익에 있다. 옵션 프리미엄 수익은 추종하는 지수 또는 종목의 주가가 등락을 반복하는 변동성이 클수록 수익이 증가하는 특징이 있다. 주가의 가격이 높을수록 투기 심리가 높아져 옵션 판매가 증가하고 판매가격도 비싸져 높은 배당금 지급이 가능하다.특히, 테슬라(TSLA), 엔비디아(NVDA)같이 변동성이 큰 주식은 옵션 프리미엄이 매우 높게 형성된다. 따라서 이 개별 종목을 추종하는 TSLY, NVDY 같은 초고배당 ETF들은 옵션 프리미엄 수익으로 연 50%에 육박하는 배당수익률을 자랑한다. 그러나 변동성이 큰 만큼 주식 폭락의 가능성이 크고, 옵션 운용수익이 적자가 난다면 배당금도 급격히 줄어들 것인데, 이는 주가 하락 폭을 키우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




...반면, 미국 ETF는 15%이지만, 배당금이 지급될 때 배당소득세가 자동으로 차감되기 때문에 별도로 신경 쓸 것은 없다. 주의할 점은 수령한 배당금과 다른 금융소득을 합한 금액이 연간 2,000만 원이 넘으면 분리과세가 아닌 종합과세에 합산된다. 이는 국내 ETF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근로소득 등 본인의 소득 금액을 잘 고려하여 투자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배당소득 금액이 연간 2,000만 원(월 166만 원)까지는 종합소득세에 합산되지 않는다(다른 금융소득이 없는 경우)....주의할 점은 연간 2,000만 원은 세전 수익이라는 것이다. 증권계좌에 입금된 배당금은 세후 배당금이므로 이를 두고 연간 2,000만 원이 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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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 - 부의 격차를 좁히는 진짜 돈의 모습
필립 바구스.안드레아스 마르크바르트 지음, 배진아 옮김 / 북모먼트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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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장경제 결사옹위...가도 너무 갔다....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강제적인 화폐 시스템은 인류 역사상 최대 사기극이라고 할 수 있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국민에 대한 최대의 사기극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당신의 계좌 잔고가 유로화를 도입한 이후 두 배로 늘어나지 않았다면 당신 역시 사기를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들은 당신의 재산을 탈취하고 횡령하는 방법으로 당신을 기만하고 있다.




...통화량 확장을 통해 수입과 재산이 재분배된다. 일반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은 층에서 높은 층으로 재분배가 이뤄지며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지고 부유한 사람들은 더 부유해진다...애초부터 화폐 시스템은 파괴의 싹을 가지고 있다. 지속적인 금리 인하와 강도를 더해가는 통화량 확장의 길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면, 사람들은 결국 화폐에 대한 신뢰를 잃고 말 것이다. 이 길의 끝에는 화폐 시스템의 불가피한 붕괴가 기다리고 있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복지국가의 성장률이 금본위제에 대한 결별 및 화폐 시스템으로의 전환과 일치한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현대의 복지국가는 막대한 국가 채무를 기반으로 생겨났으며 화폐 시스템을 통해서 그처럼 어마어마한 규모의 국가 채무를 지는 것이 가능해졌다. 복지국가에 드는 재정을 순수하게 세금으로만 충당했다면 이미 오래전에 국민들이 폭동을 일으켰을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화폐는 필연적으로 부채 경제를 초래했으며, 금융 산업과 모든 것을 제공해 주는 국가에 대한 국민의 종속성을 강화했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은밀하게 세력을 확장해 왔다. 부채의 노예라는 비참한 처지는 화폐로 지탱되는 복지국가 개념과 합세해 사람들의 기반을 뿌리째 뽑아버렸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계를 지원해 주는 국가에 종속되면서 이웃, 특히 가족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유대 관계도 무너지고 있다. 사회를 결속시키던 윤리적 접착제가 끈기를 잃어버렸다.




...서구 세계의 경우 사회복지 프로그램과 군사적 개입에 드는 국가 지출이 국가 부채와 가계의 적자 증대를 유발했다. 부채를 실질적으로 상환하는 것은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다. 복지국가 건설 자체가 이미 잘못된 투자다. 그것은 서로 자발적으로 협력하려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만약 납세자들에게 징수한 돈과 화폐 독점권을 이용해 새롭게 만든 돈으로 계속해서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복지국가는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화폐는 국가가 고안한 것이 아니며 입법 행위의 산물도 아니다. 따라서 국가가 화폐를 승인하는 행위는 화폐의 개념과 전적으로 거리가 멀다. 화폐로 간주되는 특정한 물건들의 존재 역시 경제적인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국가의 영향력 행사는 전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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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세븐 킬러 시리즈 3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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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예쁘게 떴다 싶으면 구름이 모여들고, 벚꽃을 즐기고 있으면 바람이 불어 꽃을 떨어뜨린다. 호사다마와 같은 뜻이야. 무당벌레, 넌 늘 구름이 끼어 있고 늘 바람이 불어. 그렇지?”  “바로 그래.”   “둘 중 하나겠지. 지금은 글렀더라도 언젠가는 아름다운 달과 벚꽃이 나타날 것이라 기대하거나, 구름과 바람도 나쁘지 않다고 여기거나.”



“매화나무가 옆에 있는 사과나무를 신경 써서 어쩌자는 거야?” 하고 대꾸했다고 한다. “매화나무는 매화꽃을 피우면 돼. 사과나무는 사과를 맺으면 그만이고. 장미꽃과 비교한들 아무 의미도 없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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