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퍼시벌 에버렛 지음, 송혜리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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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얼마나 이상한가, 존재란 얼마나 이상한가, 본래 평등한 사람이 자신을 위해 스스로 그 평등을 입증해야 하고, 평등을 주장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가야만 자신의 의견을 펼칠 수 있다니, 그렇지 않으면 사람이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주장할 수 없다니, 또한 그런 주장에 대한 전제가 평등을 부정하는 이들의 검토를 거쳐야만 한다니.





...내가 글을 볼 수만 있다면, 그 누구도 글 자체나 내가 글을 통해 배우는 내용을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글자를 단순히 보고만 있는 건지, 읽고 있는 건지, 소리만 내고 있는 건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건지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글을 읽는 건 완전히 은밀한 일이었고, 완전히 자유로운 일이었으며, 따라서 완전히 체제 전복적인 일이었다.




...도망칠 때면 지형도 자연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는 생각했다. 과연 얼마나 많은 뱀이 우리의 급한 발걸음에 놀랐으며, 너무 놀란 나머지 공격도 못했을까? 우리는 얼마나 여러 번 발을 헛디뎌 추락할 뻔했으며, 다음 걸음이 매우 재빨라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던 걸까? 하지만 그렇게 오래도록 뛰었는데도 그 어디도 새로운 곳처럼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이 도망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나와 함께 있어줄 백인이 없으면, 백인처럼 보이는 얼굴이 없으면, 세상의 빛 속에서 안전하게 이동하지 못하고 울창한 숲속으로 내쫓겨야 한다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나를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해줄 백인이 없으면 내 존재를, 나의 실존을 정당화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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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트렌드 2026 - 위기 속 돈의 흐름을 지배하는 50가지 생존 공식
정태익 외 지음 / 북모먼트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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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으로 2026년에 금리가 낮아지고 돈이 풀리면 기본적으로 자금은 위험 자산으로 흘러 주식, 비트코인 같은 시장이 수혜를 입을 것이다. 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질 때마다 큰 폭의 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전체적인 흐름은 긍정적이지만 ‘다운사이드 리스크’를 모니터링하고 이를 해지할 수 있는 전략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요한 점은 관세가 결코 트럼프 정권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관세는 단순한 정책 수단이 아니라 세입 수단이기 때문이다. 마치 임대소득이 가계에 안정적 현금 흐름을 제공하듯, 관세는 미국 재정에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은 관세 정책은 이제 미국 무역구조의 일부로 고착될 것이며, 트럼프 행정부의 궁극적 목표는 이를 통해 미국 무역구조의 ‘토털 리셋’을 이루는 것이다.




...처음엔 낯설고 희소한 것처럼 보였더라도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고 대중적으로 자리 잡았을 때도 여전히 가치가 유지되는 것들이 있다. 이미 인류가 오랫동안 검증해왔고 누려왔던 아날로그와 오프라인에는 그런 것들이 많다. 그 안에는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욕망의 본질이 담겨 있다. 요즘 Z세대가 열광하는 콘텐츠나 문화가 왜 아날로그와 오프라인 중심인지 생각해본 적 있는가? 시간이 흐르고 낯섦이 사라져도 인류가 계속 받아들인 검증된 욕망이기 때문이다.




...루틴 관리를 중시하는 사람들, 특히 2030대의 마음속엔 이미 리추얼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에도 일상의 리추얼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소비자들에게 일상의 습관 관리는 실행을 넘어 ‘중심 욕망’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결국 중국과 러시아가 CBDC로 ‘통제’를 택했다면,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민간 확산’으로 달러 패권을 지키려는 셈이다. 이런 흐름은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결제, 송금, 자산 이전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규제 환경, 발행사의 신뢰도, 담보 투명성은 앞으로 스테이블코인 투자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핵심이다.



...결국 양자컴퓨터 시대가 오면 암호화폐 생태계는 보안 인프라를 전면 재설계해야 할 것이다. 안전한 암호 체계와 블록체인의 불변성을 함께 지켜내는 것이 암호화폐 기술 혁신이 신뢰로 이어지는 최소 조건이다. 양자컴퓨터 리스크에 대비한 기술 전환을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코인과 프로젝트를 주목하는 것이 향후 시장에서의 생존력과 성장 가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결국 좋은 암호화폐를 고르는 기준은 단순하다. “기술이 뛰어난가? 커뮤니티가 활발한가?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가? 규제 리스크가 낮은가?” 이 네 가지 질문에 대부분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다면 맹목적인 투기보다 합리적인 선택에 더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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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 그림자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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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뜨료슈까는요,라고 무재씨가 강판에 무를 갈며 말했다.
  속에 본래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알맹이랄 게 없어요. 마뜨료슈까 속에 마뜨료슈까가 있고 마뜨료슈까 속에 다시 마뜨료슈까가 있잖아요. 마뜨료슈까 속엔 언제까지나 마뜨료슈까, 실로 반복되고 있을 뿐이지 결국엔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있던 것이 부서져서 없어진 것이 아니고, 본래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뿐이죠.
  무재씨, 그건 공허한 이야기네요.
  그처럼 공허하기 때문에 나는 저것이 사람 사는 것하고 어딘가 닮았다고 늘 생각해왔어요.




...어떤 생각을 하느냐고 나는 물었다.
  이를테면 뒷집에 홀로 사는 할머니가 종이박스를 줍는 일로 먹고산다는 것은 애초부터 자연스러운 일일까, 하고. 무재씨가 말했다.
  살다가 그러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은 오로지 개인의 사정인 걸까, 하고. 너무 숱한 것일 뿐, 그게 그다지 자연스럽지는 않은 일이었다고 하면, 본래 허망하다고 하는 것보다 더욱 허망한 일이 아니었을까,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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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탱고 - 2025 노벨문학상 수상 알마 인코그니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조원규 옮김 / 알마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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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에 거지가 교회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가슴 아픈 모양으로 태양이 떠올라, 흡사 빛으로 세상에 그림자를 드리우겠다고 다짐하는 듯이, 간밤의 하나같이 차갑고 강고하던 어둠 속 거미줄에 걸린 파리처럼 속박돼 있던 나무와 땅과 하늘 그리고 짐승들과 인간들을 마침내 분리하여 풀어준다. 그러고는 패망하여 절망한 군대처럼 아직도 도주 중인 밤과 밤의 끔찍한 요소들이 하늘의 경계 너머로, 서쪽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광경을 태양은 가만히 응시한다.





...누군가에게 확신을 불어넣고 그의 덧없는 실존을 온전한 존재로 고양시키는 기억은, 어떤 사태로부터 기억 자체의 질서에 따라 실마리를 끄집어내고 기억과 인생 사이의 거리를 단지 그 기억을 지니고 있다는 경직된 만족감으로써 무마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비로소 그는 모든 것을 훨씬 놀랍게 바라보게 되었는데, 얼마 안 있어 그는 벌써 어떤 기억을 소유한 자로서 그것에 집착하게 될 것이었다.





...길지도 않은 비정한 시간이 지난 뒤에, 벽에는 금이 가고 창문과 문은 틀에서 이탈하고 굴뚝은 기울어져 무너지고 벽에 박은 못은 빠져 걸어놓았던 거울이 깨지고 마지막에는 엉망으로 망가진 건물이 침수된 배처럼 가라앉도록. 그리하여 영락한 인간이 비와 땅을 상대로 벌이는 가련한 싸움의 덧없음을 깨닫게 해주려는 듯이. 지붕은 방어막이 되어주지 못했다.




...그는구덩이를더깊게팠지만 구덩이는자꾸만허물어졌다 파고또파도 소용 이없었다그가울음을 터뜨렸다 그녀는기계실창가에 앉아 지금이저녁무렵인지아니면새벽인지 궁금해하고있었다희미하게밝은기운이끝도없이이어졌다 그는앉아서어리둥절해하고있었다 바깥은아무런변화가없었다 저녁이깊어가지도아침이오지도않았다 그저끝없이아침인지저녁인지어스름만이어지고있었다…




...“잘 알아둬라. 인생의 비밀은 농담에 있다는 걸.” 그가 엄숙하게 말했다. “일은 어렵게 시작해서 나쁘게 끝난단다. 중간에 일어나는 일은 다 좋은 법이야. 네가 걱정할 건 마지막 순간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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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 가치에 대한 탐구
로버트 메이너드 피어시그 지음, 장경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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