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옥이 수연에게 말했다. “너의 세계냐?” 꺾인 계단을 오르던 수연이 걸음을 멈추고 윤옥을 내려다보았다. 가벼웠던 수연의 얼굴에 스치듯 진중한 표정이 지나갔다. 순간의 변화였지만 윤옥은 알아차렸다. 수연에게 민들레 야학은 심장이라는 것을. 수연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네. 저의 세계예요.” ...심장 언저리가 들끓는 것 같았다. 부르릉 소리와 함께 시동이 걸리는 것 같았다. 생의 의지가 아래로부터 올라왔고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언제고 삶을 마감할 때가 오겠으나 그때까지는 살아가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죽음이 찾아오면 그것대로 받아들이고 싶었다. 자신의 세계를 가꾸며 하루의 시간을 채우고 싶었다.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친절하고 더 많이 행복하고 싶었다. 뜬금없이 운명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자신의 지난 삶을 돌아보며, 언젠가 찾아올 죽음을 생각하며, 윤옥은 서서히 차오르는 적의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