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세븐 킬러 시리즈 3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달이 예쁘게 떴다 싶으면 구름이 모여들고, 벚꽃을 즐기고 있으면 바람이 불어 꽃을 떨어뜨린다. 호사다마와 같은 뜻이야. 무당벌레, 넌 늘 구름이 끼어 있고 늘 바람이 불어. 그렇지?”  “바로 그래.”   “둘 중 하나겠지. 지금은 글렀더라도 언젠가는 아름다운 달과 벚꽃이 나타날 것이라 기대하거나, 구름과 바람도 나쁘지 않다고 여기거나.”



“매화나무가 옆에 있는 사과나무를 신경 써서 어쩌자는 거야?” 하고 대꾸했다고 한다. “매화나무는 매화꽃을 피우면 돼. 사과나무는 사과를 맺으면 그만이고. 장미꽃과 비교한들 아무 의미도 없어.”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일 또 내일 또 내일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체로, 강박적으로 상처를 핥고 보듬기. 이 표현의 역설적 쓰임이 참 이상하다고 세이디는 생각했다. 상처를 핥으면 덧나기만 할 뿐이다, 안 그런가? 입은 박테리아의 온상지다. 하지만 인간은 제 참상과 주검의 맛에 쉽게 중독되기 마련이다.




...“그럼 난 어느 세월에 너에 대해 알 수 있어?”
기억은, 네가 오래전에 깨달았다시피, 건강한 두뇌를 가진 사람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게임이다. 그리고 이 기억 게임은 단 하나의 기준에 의해 승패가 좌우된다. 기억의 구성을 우연에 맡기느냐 아니면 기억해내기로 결심하느냐.
자, 이 일이 시작됐을 때 넌 어디에 있었지?




...NPC는 게이머가 플레이할 수 없는 캐릭터다. 프로그램된 세계가 그럴듯하게 보이도록 돕는 인공지능 엑스트라다. NPC는 절친한 친구, 말하는 컴퓨터, 아이, 부모, 연인, 로봇, 무뚝뚝한 소대장, 악당, 뭐든 될 수 있다. 그러나 샘은 그 단어를 욕으로 썼다—네가 중요하지 않다고 한 데 더하여, 샘은 네가 따분하고 예측 가능하다고 얘기하는 거다. 그러나 사실 NPC들이 없는 게임은 존재하지 않는다.
“NPC 없는 게임은 없어.” 네가 말한다. “그랬다간 얘기할 상대도 없고 할일도 없이 떠돌아다니는 허풍쟁이 영웅만 남겠지.”




... 네 인생의 얼마나 많은 부분이 우연에 좌우됐을까? 네 인생의 얼마나 많은 부분이 하늘 위 커다란 다면체 주사위의 굴림에 맡겨졌을까?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삶은 원래 다 그렇지 않나? 결국 자신이 뭔가를 선택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리고 네가 꼭 비디오게임 프로듀서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너는 그 일에 유능했다.





...세이디는 인간의 의식과 자각에 대한 책에서 인간의 두뇌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이 쌓이면 그들의 AI 버전을 생성한다는 얘기를 읽었다. 뇌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뇌 내에서 그 사람의 버추얼 버전을 관리한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 닥치면 우리의 뇌는 여전히 그 버추얼 버전이 존재한다고 믿는데, 어떤 의미에선 그 사람이 실제로 아직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일이 흐르면서 기억은 희미해지고, 그 사람이 살아 있을 때 만들어둔 우리의 AI 버전은 매년 서서히 사그라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변의 법칙 - 절대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23가지 이야기
모건 하우절 지음, 이수경 옮김 / 서삼독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무
고다 아야 지음, 차주연 옮김 / 책사람집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 오래된 나무는 그냥 죽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새로 자란 나무도 그냥 살아 있는 것이 아니었다. 생사의 경계, 윤회의 무참함을 봤다고 해서 그렇게 집착할 필요는 없다. 죽음의 순간은 찰나다. 죽은 후에도 이처럼 온기를 품을 수 있다면 그걸로 괜찮다. 이 현장을 못 보고 지나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이 온기를 남은 생의 선물이라 믿으며 살아가야겠다고 결심하자 눈이 촉촉해졌다. 나무란 이처럼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다. 이다음에는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나무가 숨긴 감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아무도 없고, 해와 꽃과 등에와 물뿐이었다. 등에가 날갯짓하는 소리와 꽃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그 밖에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멍하니’라고 해야 할지, ‘넋을 잃고’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버지 옆에 말없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포화(飽和)라는 말이 그런 상태를 가리키는 걸까 하고 나중에 생각해본 적 있다. 특별히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저 등꽃을 보고 있었을 뿐인데 어째서 그토록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된 것인지 이상하다...그러나 훨씬 훗날에 아버지가 등꽃에 관해 쓴 수필을 읽고 깜짝 놀랐다. 등꽃은 가을에 피는 꽃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등에 소리는 천지의 활기를 말해준다, 이 꽃을 보면 내 마음은 하늘에도 닿지 않고 땅에도 닿지 않는 공중을 떠돌며,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니고 하지 않는 것도 아닌 경계를 유람한다고 쓰여 있었다.




...아이는 등꽃을 골랐다, 그런데 왜 안 사준 것이냐, 돈이 부족하면 지갑을 통째로 계약금으로 걸면 끝날 일을 너는 아비가 한 말도 자식이 어렵게 내린 선택도 헛수고로 만들어놓고 태평하게 있으니 그 얼마나 천박한 심성이냐, 게다가 등꽃이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했는데 도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가치를 정하는 것이냐, 다소 값이 비싸다 해도 그 등꽃을 아이의 마음을 살찌울 거름으로 삼아줘야겠다는 생각은 왜 하지 못하는 것이냐, 등꽃을 계기로 어느 꽃이든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주면 그것은 아이의 일생에 마음의 여유가 될 것이고 여자 일생에 눈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만약 더 깊은 인연이 있다면 아이는 등꽃에서 담쟁이덩굴로, 담쟁이덩굴에서 단풍으로, 소나무에서 삼나무로 관심의 싹을 키워나갈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그것은 이제 그 아이의 재산이 된 셈이다, 그 이상의 가치는 없다, 한창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어떻게 하면 아이의 몸과 마음에 훌륭한 양분을 줄 수 있을지 그것만 생각하는 법이다. 금전을 먼저 들먹여 아이 마음의 영양을 생각하지 않는 처사에 기가 막혀 말도 안 나온다며 몹시 꾸중했다.




“비스듬히 서 있는 나무는 형일까요? 동생으로 보이나요? 형제든 친구든 한때 이 두 나무는 경쟁했을 겁니다. 그러다가 어떤 이유로 한쪽이 공간을 양보하게 되었고 그 상태로 지금에 이르렀을 겁니다. 똑바로 서 있는 나무를 감싸주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참 불쌍하죠? 서로 이웃해 자라는 나무에게서 이런 일들이 자주 일어납니다.”
평생 한쪽으로 기운 채 살아갈 편백나무의 높은 우듬지에 무성하게 달린 가느다란 잎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렸다. 그 작은 흔들림에도 기울어진 구간 어딘가는 인내를 요구받고 균형을 잡으려 애쓰고 있을 것이다. 나무는 말을 하지 않고 살아간다. 몸이 기울어도 아무 말 하지 않는다.






...나무란 겉모습을 아무렇지 않게 고쳐갈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고, 동시에 나무는 한번 상처를 입으면 평생 그 상처의 고통을 몸속에 품은 채 살아간다는 것이 된다. 나무는 성장이 중심부가 아니라, 항상 바깥쪽에서 바깥쪽으로 새로운 나이테를 만들어가며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배운 곳도 여기다. 바깥쪽에서 바깥쪽으로 새로운 나이테를 만들어가기 때문에 상처도, 그 상처가 일으킨 변형도 세월과 함께 안쪽 깊숙이 감싸안는다. 감싸안는다는 말은 따뜻한 정을 내포하는 표현이다. 알맹이를 보살피고 보호하고 외부의 재난을 막아주는 역할을 겸하는 행위가 바로 감싸안는다는 말이다. 생물은 인간도 새도 짐승도 모두 그 상처를 감싸안아야 할 필요가 있다. 나무도 당연히 그렇게 한다. 감싸안고, 보호해주고, 변형을 보완해주고, 되도록 상처 없는 나무와 마찬가지로 줄기를 원통형으로 만들어가려 한다. 굽은 나무가 비전문가의 눈에 얼핏 매끈한 피부를 보여주고 우수한 목재와 비교해 눈에 띄는 차이가 없어 보이는 이유는 사람을 속이려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이치에 따른 것으로 여겨진다.




...잔뿌리는 나무라는 구조의 말단이지만, 구조의 말단은 온 힘과 노력을 쏟고 있다. 인간에게 짓밟혀 껍질이 빨갛게 벗겨진 상태로 비에 젖은 투망형 뿌리를 보다가 나무는 평생 거주지를 바꾸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난 곳에서 죽을 때까지 한자리에서 살아가겠노라는 의지가 가장 강한 존재는 뿌리임이 틀림없다....보통 뿌리와 나무의 경계를 정하는 것은 흙이다. 흙 위로 솟아 나온 부분부터 나무가 된다. 뿌리와 나무는 본래 하나로 이어져 있다. 그런데 거기에 경계를 짓는 것이 작고 부슬부슬한 흙 알갱이라서 재미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질병 해방 - 치매, 암, 당뇨, 심장병과 노화를 피하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
피터 아티아.빌 기퍼드 지음, 이한음 옮김 / 부키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베이스 점프, 모터사이클 경주,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서 운전하기 같은 극도로 위험한 행동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면, 내가 ‘네 기사Four Horsemen 질병’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사망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바로 심장병, 암, 신경퇴행성 질환(치매, 알츠하이머병), 2형 당뇨병(그리고 관련 대사 기능 이상)이다. 장수를 달성하려면, 다시 말해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살려면 우리는 이 느린 죽음의 원인들을 이해하고 직시해야 한다.(‘네 기사’는 〈요한 계시록〉에서 세상의 종말이 찾아올 때 흰 말, 검은 말, 붉은 말, 창백한 말을 타고 등장한다는 기사들이다. 각자 세상의 4분의 1씩 다스릴 권한과 기근, 칼, 역병, 지상의 짐승으로 사람들을 죽일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한다-옮긴이)





...의학 2.0이 암 같은 장기 질환을 치료하는 쪽에서 이룬 성과는 그보다 한참 못 미친다. 장수 관련 책들은 1800년 말 이래로 인류의 평균수명이 거의 2배 증가했다는 사실을 늘 의기양양하게 제시한다. 그러나 스티븐 존슨이 《우리는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았을까》에서 지적했듯이 이런 증가는 오로지 항생제와 위생 개선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노스웨스턴대학교 경제학자 로버트 J. 고든은 19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사망률 자료를 분석했다. 그런데 1930년대에 항생제가 등장하면서 대체로 억제된 상위 8가지 감염병 사망자를 제외하자 전체 사망률이 20세기 내내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의학 2.0이 ‘네 기사 질병’에 맞서는 쪽으로는 거의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장수 자체, 그리고 특히 건강수명이 오늘날 의료계의 비즈니스 모델에 사실상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수명과 건강수명을 늘리는 데 꼭 필요하다고 믿는 광범위한 예방적인 개입들 대부분은 의료 보험이 거의 적용되지 않는다. 의료 보험사는 환자에게 2형 당뇨병으로 발전하지 못하게 막는 데 도움이 되도록 식습관을 바꾸라거나 혈당을 계속 측정하라고 권하는 의사에게 딱히 비용을 지불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보험사는 같은 환자가 당뇨병이란 진단을 받으면 (아주 비싼) 인슐린 비용을 지불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환자에게 근육량과 균형 감각을 유지하고 부상을 덜 당하게 고안된 포괄적인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했을 때 보험사는 한 푼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환자가 넘어져 엉덩이뼈가 부러지면 수술과 물리요법은 보험 대상이 될 것이다. 거의 모든 돈은 예방이 아니라 치료 쪽으로 흐른다.





...80대나 90대에 사망하는 모든 이들이 인지, 신체, 정서 면에서 파괴의 골짜기를 통과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파괴는 예방할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노쇠의 중력에 점점 더 강하게 끌리지만 그래도 이것이 대체로 우리 선택에 좌우된다고 나는 믿는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인지, 신체, 심지어 정서 악화까지 적절한 전술을 쓰면 늦출 수 있고, 더 나아가 때로는 되돌릴 수 있다.
또 다른 요점은 수명과 건강수명이 독립 변수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둘은 긴밀하게 얽혀 있다. 근육 힘을 늘리고 심폐 체력을 키우면 온갖 약을 투여해 얻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모든 원인에 따른 사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인지 건강과 정서 건강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건강수명을 개선하기 위해 취하는 모든 행동은 거의 언제나 수명 증가에 기여할 것이다. 우리 전술이 대체로 건강수명 개선에 주안점을 두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수명 연장 혜택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LDL은 지질을 더 많이 운반하는 반면, HDL은 지질에 대한 단백질의 비율이 더 높아서 더 치밀하다. 또 이 두 지질단백질(그리고 다른 지질단백질들)은 서로 종종 화물을 교환하곤 한다. 바로 이 점이 내가 ‘좋은’과 ‘나쁜’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것을 지독히 싫어하는 이유 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 HDL이 갖고 있던 ‘좋은 콜레스테롤’을 LDL에 전달하면 이 콜레스테롤은 갑자기 ‘나쁜’ 것이 될까? 답은 “아니요”다.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콜레스테롤 자체가 아니라 운반하는 입자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각 지질단백질 입자는 아포지질단백질이라는 하나 이상의 커다란 분자에 감싸여 있다. 아포지질단백질은 입자에 구조, 안정성, 그리고 가장 중요한 용해성을 제공한다. HDL 입자는 apoA라는 분자로 감싸여 있고, LDL은 apoB라는 분자로 감싸여 있다. 이 구분은 사소한 것 같지만 사실은 죽상경화 질환의 근본 원인이다. 죽상경화증에 기여하는 모든 지질단백질―LDL뿐 아니라 다른 몇몇 종류의 지질단백질―은 이 apoB 단백질 표지를 지닌다.




...그가 인식한 문제점은 콜레스테롤과 죽상경화증의 기초 연구 중 상당수가 토끼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는데, 토끼는 먹이에 든 콜레스테롤을 혈액으로 흡수하고 이 콜레스테롤이 죽상경화판을 형성하는 독특한 특성을 지닌다는 점이었다. 사람도 음식의 콜레스테롤을 그렇게 쉽게 흡수한다고 가정한 것이 바로 오류였다. 키스는 1997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음식의 콜레스테롤과 혈액의 콜레스테롤은 아무 관계도 없습니다. 전혀요. 그리고 우리는 그렇다는 사실을 줄곧 알고 있었죠. 우리가 닭이나 토끼가 아니라면 음식의 콜레스테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교육이나 경험을 통해, 또는 외국어를 말하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등의 복잡한 기술을 계발해 평생에 걸쳐 쌓은 이런 망과 하위 망이 더 많을수록 인지력 감퇴에 더 잘 저항하는 경향을 보일 것이다. 그래서 이런 망 중 일부가 망가지기 시작할 때도 뇌는 다소 정상적으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를 ‘인지 예비 용량cognitive reserve’이라고 하며, 일부 환자가 알츠하이머병 증상들에 저항하도록 돕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알츠하이머병이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더 늘리는 듯하다....파킨슨병에는 ‘운동 예비 용량movement reserve’이라는 비슷한 개념이 쓰인다. 운동선수나 운동을 많이 하는 이들처럼 몸 움직임이 더 낫고 더 오래 몸을 써온 사람들은 주로 앉아서 생활하는 사람들보다 파킨슨병에 더 잘 저항하거나 병의 진행이 더 느린 경향이 있다. 이것이 바로 운동과 훈련, 단지 유산소 운동만이 아니라 권투 같은 더 복잡한 운동이 파킨슨병의 주된 치료/예방 전략인 이유다. 운동은 파킨슨병의 진행을 늦춘다고 밝혀진 유일한 개입이다.






1. 심장에 좋은 것은 뇌에도 좋다. 혈관 건강(낮은 apoB 수치, 낮은 염증, 낮은 산화 스트레스)은 뇌 건강에 대단히 중요하다.
2. 간(그리고 췌장)에 좋은 것은 뇌에도 좋다. 대사 건강은 뇌 건강에 대단히 중요하다.
3. 시간이 핵심이다. 우리는 더 일찍부터 예방을 생각해야 하며, 유전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인 사람일수록 더 일찍부터 예방에 힘써야 한다. 심혈관 질환은 아주 기나긴 싸움을 벌여야 한다.
4. 인지력 감퇴를 예방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는 운동이다. 우리는 식사요법과 대사를 많이 다루어왔지만 운동은 다방면으로(혈관, 대사) 뇌 건강을 보존하는 역할을 하는 듯하다.





...2구간 운동을 자주 하는 사람은 달리거나 헤엄치거나 자전거를 탈 때마다 미토콘드리아가 개선되고 있는 셈이다. 반면에 미토콘드리아는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져버린다. 이는 2구간 운동이 대사 건강과 포도당 항상성의 참으로 강력한 매개자인 또 한 가지 이유다. 근육은 몸에서 가장 큰 글리코겐 저장소다. 미토콘드리아를 더 많이 생성할수록 글리코겐을 지방으로 저장하거나 혈장에 남겨두는 대신 저장 연료로 쓰는 능력이 대폭 증가한다. 혈당 수치가 만성적으로 높으면 심장에서부터 뇌와 콩팥까지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거의 모든 기관이 손상되며...





1. 쥘힘. 손으로 얼마나 세게 쥘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이 힘을 낼 때 손에서부터 넓은등근(광배근, 등에 있는 넓은 근육)에까지 이르는 모든 것이 관여한다. 거의 모든 행동은 쥘힘으로 시작한다.
2. 모든 움직임에서 동심성concentric과 편심성eccentric 부하 양쪽에 주의를 기울인다. 근육이 수축될 때(동심성)와 길어질 때(편심성)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천천히 제어하면서 하중을 들어 올리고 내릴 수 있어야 한다. 러킹으로 언덕을 내려가는 것은 편심성 근력을 키우는 좋은 방법이다. ‘제동 장치’를 밟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3. 머리 위쪽에서 몸 앞쪽으로 모든 각도로 잡아당기는 당기기 운동(턱걸이와 당기기 등). 여기에도 쥘힘이 필요하다.
4. 엉덩이 접기hip-hinging 운동. 데드리프트와 스쿼트뿐 아니라 계단 오르기, 힙 스러스트, 또 다리를 한쪽씩 번갈아 쓰면서 다리, 볼기근, 허리 아래쪽을 강화하는 무수한 변형 운동들이 포함된다.






...이러한 모든 연구 결과와 나 자신의 경험은 내가 주창하는 운동의 첫 번째 계명을 뒷받침한다. “첫째, 절대로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마라.” 이 계명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안정성’이 핵심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마인드셋의 변화도 필요하다. 우리는 매번 헬스장에 갈 때마다 몸을 불살라야 한다는 마인드셋을 물리쳐야 한다. 즉 매일 가장 무거운 하중을 가장 많은 횟수로 들면서 모든 운동을 돌아가며 다 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가 깨달았듯이 안정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줄곧 그렇게 자신을 밀어붙이다가는 거의 필연적으로 부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계속 몸을 불사르려고 애쓰면 몸 자체의 ‘속임수’에, 몸에 깊이 배어 있지만 위험할 수 있는 움직임 패턴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열량 제한은 대사 건강이 안 좋거나 영양 과잉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장기간에 걸친 심한 열량 제한이 제공할 수도 있을 수명 연장 혜택이 무엇이든 간에 과연 수반되는 트레이드오프를 무릅쓸 만한 가치가 있을지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계속 허기가 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면역력 약화와 더욱 안 좋게는 악액질과 근감소증에 취약해지는 것 등이 그렇다. 이런 원치 않는 부작용은 이미 노화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부정적인 과정들 중 일부를 가속시킬 것이며, 이는 특히 노년층에서 열량 제한이 이롭기보다는 해를 끼칠 가능성이 더 높음을 시사한다.





...영양생화학은 우리 전술의 중요한 요소지만 이것이 장수로 나아가는 유일한 경로도, 가장 강력한 경로도 아니다. 나는 이것을 구조 전술에 더 가까운 것이라고 본다. 특히 에두아르도와 톰처럼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과 2형 당뇨병 같은 정말로 심각한 대사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렇다. 근육량을 늘리거나 유지할 필요가 있는 노년층에게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수명과 건강수명을 늘리는 수단으로서의 능력은 더 제한적이다. 좋은 영양이 우리를 도울 수 있는 힘보다 안 좋은 영양이 우리를 해칠 수 있는 힘이 더 강하다. 이미 대사가 건강하다면 영양 개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쉽게 살해당하거나 먹힐 수 있는 데도, 많으면 생애의 3분의 1까지나 되는 시간을 그렇게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보내도록 진화가 허용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는 더욱 압박했다. “자연선택이 수억 년 전에 잠잘 필요성을 제거했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렇지 않았다는 것은 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뜻이 아닐까?”




...렘수면의 또 다른 아주 중요한 기능은 정서 기억 처리를 돕는 것이다. 어떤 감정을 촉발한 부정적인(또는 긍정적인) 경험의 기억과 그 감정 자체를 분리하는 일을 돕는다. 심란한 상태로 잠자리에 들었을 때, 거의 언제나 아침에 깨어나면 기분이 더 나아진 듯이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는 그 사건을 기억하지만 거기에 수반되었던 고통은 (이윽고) 잊는다. 이렇게 경험과 감정을 끊어서 정서적 치유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그 사건에 수반된 감정에 다시금 새롭게 휩싸임으로써 끊임없이 불안한 상태로 살아갈 것이다. 이 말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가리키는 양 들린다면 그 생각이 맞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이는 퇴역한 전투병들을 조사했더니 바로 렘수면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억과 감정을 분리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런 선언들이 그냥 내 안에서 쏟아져나왔다. 위대한 덴마크계 미국인 언론인이자 사회 개혁가인 제이컵 리스가 간파한 점이 떠올랐다. “아무것도 도움이 안 될 듯할 때 나는 돌아가서 바위에 망치질을 하는 석공을 바라본다. 아마 망치로 100번을 쳐도 바위에는 실금 하나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101번째 내려칠 때 바위는 둘로 쪼개질 것이고, 나는 바위를 쪼갠 것이 마지막 타격이 아니라 그전까지 죽 이어진 타격임을 안다.”





...나는 회복의 다리를 떠난 이래로 죽 마음챙김 명상을 했는데, 결과는 분명 엇갈렸지만 가끔씩 번쩍이는 깨달음의 순간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나 자신을 생각과 감정으로부터 분리할 수 있는 순간들이 때때로 찾아왔다. 체크아웃하고 떠난다는 의미의 완전한 초연함은 아니지만 화가 나 있거나 심란한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다른 차가 갑자기 끼어들 때처럼 일어나는 어떤 일에 단순히 반사적으로 반응하지 않도록 자극과 반응 사이에 충분한 틈새를 마련하고 싶다. 이 틈새는 더 차분하고 더 합리적인 방식으로 상황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