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면 죽는다 - 비밀이 많은 콘텐츠를 만들 것
조나 레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윌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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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우리의 관심 버튼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너무 모르지는 않을 때’ 작동했다. 벌린의 공식에 따르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대상은 단순하면서 참신하거나, 혹은 복잡하면서 익숙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즉 인간은 미스터리(시각적으로 새로운 형태)를 좋아하지만 해독할 수 있는 (혹은 해독할 수 있을 것 같은) 미스터리를 좋아한다.



...각 스포츠의 시즌 길이는 한 경기당 신뢰도와 항상 반비례했다. 크리스틴펠드는 이렇게 설명했다. “한 번의 게임만으로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종목은 시즌이 짧고, 운에 많이 좌우되는 종목은 시즌이 깁니다. 따라서 종목별 신뢰도는 한 시즌 전체를 놓고 보면 거의 똑같습니다.” 이는 각 스포츠 경기의 시즌 길이가 단순히 역사나 날씨, 다른 제약 조건에 따라 임의로 결정된 게 아니라는 뜻이다. 그보다는 ‘실력과 운의 알맞은 조화’를 원하는 팬들의 열망에서 비롯됐다. -
...팬들이 원하는 것은 이른바 ‘최적의 모순’이다. 대개는 실력이 더 나은 팀이 이기게 되겠지만, 스포츠 경기를 보는 재미는 알 수 없는 상호 작용으로 탄생하는 뜻밖의 반전에 있다. 크리스틴펠드의 설명에 따르면, 스포츠 경기의 규칙은 가장 이상적인 균형점을 찾아 끊임없이 수정되어 왔다.




...선명한 것이 분명 더 쉽다. 하지만 우리가 〈화이트 앨범〉과 J. D. 샐린저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계속 다시 듣고 읽는 이유는 신탁처럼 해석해야 하는 메시지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에서 오는 쾌감 때문이다. 작품 속의 진리는 살아 있고 계속 바뀌고 있다. 우리처럼....예술은 거울이다.





... “가상의 이야기를 보거나 읽을 때 우리는 의식적으로 그 세계 안에 들어갑니다. 불신은 묻어두고 존재하지 않는 공간, 어쩌면 가능하지조차 않은 공간에 감정을 이입하기로 해요. 무슨 뜻인가 하면, 외계인이든 용이든 뭐든 믿기로 마음을 먹으면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안다고 해도 계속 몰입할 수 있다는 겁니다.” 즉 우리가 가상의 세상 속으로 빠져드는 비상한 재주를 발휘할 때면 스포일러가 힘을 쓰지 못한다는 말이다. 우리의 상상력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다.




...카스의 설명에 따르면 한계가 있는 게임을 통해 자존감을 구축하는 사람은 평생 실망하며 살 수밖에 없다. “아무리 돈을 벌어도, 아무리 승리를 거두어도 부족하거든요.”
이것이 우리의 인생에 한계 없는 게임과 미스터리가 필요한 이유다. 한계 없는 게임엔 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고 오로지 플레이어만 존재하므로 그 구조를 통해 경험 자체를 즐기며 현재를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중요한 건 이기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다. 겹겹이 싸인 베일에 감탄하며 미지의 세계를 즐기는 것이다.





....“마음챙김의 핵심은 새로운 것들을 알아차리는 거예요. 뭔가를 알아차리면 현실을 자각하는 동시에 내가 생각보다 아는 게 많지 않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인간은 자신의 태도와 사고방식이 일정하면 바깥세상도 그렇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세상은 고정되어 있지 않아요. 끊임없이 달라지죠.” 마음챙김은 그 변화를 볼 수 있게 한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평범한 일상을 한계 없는 게임으로 바꾸고 도처에 존재하는 불확실한 것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예술은 우리에게 미스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알려준다. 긴장감 넘치는 반전과 다층적인 세상, 불투명한 등장인물과 모호한 대사를 통해 예측 오류를 즐거이 받아들이도록 우리를 훈련한다. 확실한 증거를 찾는 일보다 의구심을 갖는 게 더 쓸모 있으며, 알아차림의 상태에 머무는 마음챙김이 더 즐겁다고 일깨운다. 우리는 기쁨의 근원이 과정에 있음을, 아는 것이 아니라 알아가려는 시도에 있음을 깨닫는다. 이러한 사고방식이 필요한 이유는 삶에서 미스터리를 피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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