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앞의 생>이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을 기대했지만... 어쨌든 책장은 빨리 넘어간다. 그녀가 중간에 겪는 비극엔 어쩐지 이상하게도 공감이 잘 되지 않았지만 초반부 브르타뉴로 바캉스를 가게되는 부분에선 괜히 내가 그곳에 있는듯 두근거렸다. 해변의 집 한 채와 마음만 먹으면 완벽한 암흑 속 바다위에서 별을 볼 수도 있는 요트의 소유자와 친구가 될 수 있다니. 그래서 후반부 그녀의 눈물겨운 노력과 놀라운 회복탄력성에 대해서도, 그래서 뭐? 하게 된듯
일본여행에 가져갔다. 일본작가의 소설이고, 가볍다는 이유만으로. 단편을 공항과 비행기, 전철과 호텔에서 하나씩 읽었다. 우연히도 4편 모두 오사카, 교토, 고베 등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그근방을 여행한 탓에 소설에 폭 빠졌다. 아는 사람이 없는 여행지에 혼자였지만, 맞아주는 친구가 있는듯한 착각. 여행에 조미료를 치는 듯한 느낌. 특히, 전날 <밤벚꽃>을 읽은 상태로 다음 아침 고베 근방을 다닐 땐 전망이 좋은, 노부인이 혼자 살고있는 예쁜 집을 찾는 이상한 재미에 구석구석 훌륭한 산책을 할 수 있었다. 힘든 줄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