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밀리그램의 존재감
오진서 지음 / 세종마루 / 2026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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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진짜 강한 사람은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무너지더라도 몇 번이고 다시 일어서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매일 부서졌다 채워지는 날들 속에서 야금야금 길어 올린 회복의 문장들“이라는 문구처럼, 이 책은 희로애락이 반복되는 일상 가운데 전하는 회복탄력성을 높여줄 다정한 문장들이 담겨 있다.

극내향 성향의 내가 가장 반가웠던 부분은 내향인이 자신을 둘러싼 일상과 관계를 어떻게 성찰하고 단단해지는지를 써내려간 부분이었다. 스스로의 취약함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 자신만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은 참 담백하면서도 깊이 있게 다가왔다. 인간관계에 있어 시기와 속도가 미묘하게 어긋나게 되더라도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며, 꼭 존재감이 독보적으로 커야만 하는 것이 아닌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500mg의 작고 소중한 존재감으로 충분하다는 메시지는 크게 공감이 갔다.

지친 하루 끝에서 나만의 속도로 온전한 내 자신의 존재를 가만히 다독여주고 싶을 때 추천하고픈 따뜻한 책이었다.

📍인상 깊은 구절
✅그땐 왜 그렇게 내 목소리를 내는 일 앞에 주저했던 것일까. 상대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손들고 제의 견을 피력할 만한 배짱 같은 게 유난히 부족하던 시절이 었다.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언쟁 역시 피하고만 싶었다.

✅살면서 문득 막연한 두려움에 사로잡힐 때면 나를 향하는 시선들에서 몇 발 물러나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는 마음들 곁에서 나란히 보폭을 맞춘다.

✅고통과 실패가 촘촘한 가로수만큼 놓여있는 고단한 인생길일지라도 페이스를 잃지 않는 자세로 천천히 나아가면 언젠가는 엉킨 매듭을 풀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설령 풀리지 않은 매듭일지라도 있는 모습 그대로의 쓰임은 다 있기 마련인 것을.

✅한동안 뜸하던 필사 노트를 오랜만에 펼쳐본다. 이제는 먹물 대신 잘 깎은 연필 한 자루면 충분하다. 가까운 미래의 나를 섣불리 짐작하며 요란하게 굴지 않으려 한다. 쉽게 피로해지는 사회를 잠시나마 등지고, 알맞은 나만의 온도로 충만해 지는 방법. 수양에는 역시 이만한 도구도 없다.

✅할 말이 없어 어렵게 꺼내는 말들이 아닌, 온몸으로 체감하는 계절의 경이로움이 배어 나오는 말들이다. 그 때마다 날씨는 서로의 사사로운 안부를 대신한다. •••••• ’당신이 편안하게 잘 지내는지 궁금하다‘라는 다정한 인사의 또 다른 표현이다. 계절의 안부를 주고받다 보면, 사는데 바빠 소원했던 누군가와의 거리 사이에 어느새 촘촘한 마음들이 자리 잡는다. 느슨하게 연결된 사이를 좋아한다.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의 날씨를 묻고, 각자의 서랍에 자신만의 글을 차곡차곡 채워 넣는 삶. 그 무해하고 다정한 연결 속에 오늘도 나를 잃지 않고 다음 계절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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