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으로 간 일본인 아내
하야시 노리코 지음, 정수윤 옮김 / 정은문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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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서글픈 역사는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간 근현대사에 있어 대한민국 국민 입장에서 한일 관계와 남북 관계에 대해서만 생각해 왔지 그 안에서의 국제부부와 이산 가족에 대해서는 사실 연관성이 없어서인지 큰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이 가슴아픈 현실을 전혀 몰랐다. 이 책읗 통하여 그동안 내가 알지 못했던 역사의 한 단면을 마주하게 되었다.

책의 제목처럼 “조선으로 간 일본인 아내” 배경의 시작은 일제 강점기 이후 대한독립과 남북 분단후 재일조선인 귀국사업이다. 당시 수많은 재일조선인들과 백년가약을 맺은 일본인 아내들은 남편을 따라 온 가족이 북한으로 향했다. 남편의 고향에서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국경을 넘었지만 그녀들에게 닥친 현실은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낯선 땅에서 맞닥뜨린 삶은 자유롭지 못했고, 가족과의 생이별, 경제적 어려움, 정치적 현실 속에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이 발이 묶여버린 채 긴 세월을 견뎌야 했다. 과연 그들의 선택은 ‘스스로의 의지였을까? 아니면 시대가 강요한 선택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상황 속에서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결정했던 일이 평생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저자의 취재 기록을 통해 역사적 사실은 물론 직접 북한 땅에 남겨진 일본인 아내들과 가족을 만나 인터뷰한 생생한 그들의 목소리, 그리고 가깝고도 먼 나라인 북한에 대한 모습까지 기록해서 한국인으로서 양가감정이 들었다. 또한 남북 분단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여러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다. 우리는 종종 분단을 뉴스나 역사로 나와는 상관 없는 먼 얘기처럼 여기지만 실제로는 지금도 누군가의 삶에 깊은 상처와 그리움을 남기고 있다. 일본인 아내들의 삶을 통해 바라본 한반도의 현대사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다.

책장을 덮으며 역사 안에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선택, 그리고 그들이 견뎌낸 시간으로 채워져 있음을 느꼈다. 거대한 역사 속에 가려진 이면의 개인들의 삶이 이제라도 한국에 알려지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고 난 뒤에도 한동안 그들의 얼굴과 이야기, 그리고 바다를 건너며 품었을 희망과 그리움에 대한 안타까움이 쉽게 가시지 않아 마음이 아렸다.

더불어 5월 14일부터 9월 27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저자 하야시 노리코의 <로드 무비: 1945년 이후 한일 미술>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고 한다. 기간 안에 방문을 해서 여운을 이어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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