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빚는 시간 - 도예가 이경환의 흙처럼 삶을 빚어가는 울림 있는 이야기 나를 빚는 시간
이경환 지음 / 애플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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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빚는다’는 표현이 참으로 와닿고 좋았다. 제목이 뜻하는 것이 어쩌면 인생 전반에 걸쳐 시시각각 변화하는 사람의 모습을 죽을 때까지 최종 완성형으로 만들어 가는 삶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듯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어릴 때 1회성 체험 형식으로 컵이나 그릇을 만들어 본 적이 있다. 이후로 쭉 도자기에 관심이 없다가 서른살에 여의도와 판교에서 운영했던 라이프 스타일 편집샵의 키친존에 입점된 브랜드 중에서 ‘무자기’의 키친웨어들을 보고 반해서 일말의 관심이 생겼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평상시 요리를 즐기는 편도 아니고, 부모님과 함께 살아서 직접 살림을 하는 것도 아니라 ‘되게 예쁘다’ 정도의 관심에 그쳤다. 결혼을 하면 신혼생활을 하면서 그릇 욕심이 많아진다는데 출장이 잦은 남편 일정에 늘 동행하며 여전히 살림을 거의 하지 않다보니, 특히나 남편이 꽂히는 게 있으면 수집을 하는 편인데 한동안 그릇에 꽂혔던 때 사둔 게 아직 많이 있어서 아직도 큰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도예쪽엔 문외한에 가깝지만 남편의 지인분이신 무형문화재 토광 선생님과 명장 단하요 선생님과의 자리들이나 작업실 방문과 귀한 작업물을 통해 참 멋지고 존경스럽다고 느껴오던 참이었다.

제목을 접하고 도자기 한 점을 만들어내기 위해 물레 위에서 흙을 빚는 시작의 행위가 어쩌면 너무나도 불완전하고 미숙한 한 개인의 삶을 더 나은 방향과 좋은 모습으로 발전시켜 나아가게 할 수 있는 모습과 이리도 잘 맞아 떨어질 수 있나 싶은 표현이다.
모두가 각자의 인생을 잘 빚어가며 이 책을 만나 본다면 도예의 매력과 그 안에서 삶에 대한 본질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인상 깊은 부분
✅이건 완성된 이야기가 아니라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는 '나'의 기록이다.

✅어떤 흙을 만지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만지느냐가 더 중요하다.

✅세상이 정해놓은 방향'이 아니라 울퉁불퉁하게 나아가고 싶은 마음. 누군가는 그걸 틀렸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 컵에서 처음으로 '틀려도 괜찮은 모양이 있다'는 걸 배웠다.

✅말이 없다고 해서 마음까지 없는 건 아니란 걸. 오히려 말없이 옆에 있어주는 사람이 진심일 때가 많다는 걸.
가장 불안했던 시절에 내 옆을 지켜준 사람들은 많은 말을 건네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곁을 지켜주었다.

✅그 시기를 버텨낸 것은, 내가 뭘 특별히 잘해서가 아니라 그냥 살아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그 시절의 나는 기특하게도, 포기를 하지 않았다. •••••• 생각해보면 그 바닥에서 나는 가장 정직하게 나와 마주했다.

✅나는 이제 안다. 사람 사이의 선을 지키는 것이 더 건강한 마음이라는 걸.

✅'과연 이 사람은, 내 감정까지 써가며 이해해야 할 존재일까?' 이렇게 기준을 세우고 나니까 관계가 훨씬 덜 소모적이게 되었다.

✅몇 번을 무너뜨리고 나서야 알았다. 중심이 바로 서지 않으면 모든 게 의미 없다는 것을.
삶도 그렇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려 애써도, 안쪽이 흔들리면 금방 드러난다.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무엇을 붙잡고 있는지, 그게 결국 기준이 된다. 중심을 세우는 일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흙을 만질 때마다, 그리고 삶의 한가운데서도 늘 다시 잡아야 하는 연습이다.

✅무너짐 속에서 배우는 건 다시 일어서는 힘, 더 단단해지는 결이었다. •••••• 오히려 그 과정이 있었기에 나는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어떤 순간엔 괜히 괜찮은 척할 때가 있었다. 정말 괜찮아서가 아니라 "굳이 말해봤자 달라지겠어?" 하는 마음. 그냥 피곤했고, 상대의 반응까지 감당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굴었다.

✅삶은 빚어진다, 천천히 그리고 단단하게.
삶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때로는 멈춰 서 있어도,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조금씩 빚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이야말로 내가 단단해지는 시간들이었다.

✅내가 지나온 길에는 늘 흔적이 남는다. 잘한 일, 후회되는 일, 애써 붙잡은 관계, 결국 놓아버린 선택들. 그 모든 게 쌓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때로는 말없이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세상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돌아보면 내 삶을 지켜준 건 수많은 인연이 아니라, 내가 기댈 수 있는 단 몇 사람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관계는 넓히는 게 아니라 깊어지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내가 기댈 수 있는 몇 사람이 있다는 건, 살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행운이다.

✅그 흠집까지 포함해서 나는 쓰이고 살아간다. 흠집이 많다고 해서 삶이 멈추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흔적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다른 사람의 흠집까지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삶은 결국, 흠집조차도 쓰임이 되는 과정이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매끄럽지 않아도, 여전히 역할이 있고, 여전히 의미가 있다. 흠집이 있다는 건 살아왔다는 증거이자, 앞으로 살아갈 힘이 된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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