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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 안개 상·하 세트 - 전2권
영온 지음 / 히스토리퀸 / 2025년 9월
평점 :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책들이 예전보다 많이 눈에 띈다. 자국민이라면 필히 알아야 하고, 잊지 않아야 할 가슴 아픈 역사이기에 읽으면서 화도 나고 속상하지만 찾아 읽으려고 노력중이다. 그 와중에 만나게 된 이 #장편소설 은 역사서 전문 출판사인 히스토리퀸에서 나온 “물빛 안개”이다.
서평단 응모를 할 때 우리 역사를 더 잘 알고 잊지 않고 싶어서 신청 한다는 나의 말에 같은 마음으로 역사서를 만드신다는 대표님, 그리고 재차 신청해줘서 감사하다며 인사를 하시는 마음에 애국심으로 통한 마음이 뜨거워졌다.
“물빛 안개” 시리즈는 ‘上편-백야와 극야’, ‘下편-푸른 하늘에 붉은 해’ 두 편으로 편성 되어 있다. 작품의 본문에 들어가기 전 목숨 걸고 싸우신 독립 투사들께 존경과 감사를, 그리고 식민 통치 하에 스러져간 모든 이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는 글로 두 권의 시작을 알린다.
이 책을 읽다보면 정말 내가 작품의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만큼 그 시대의 사용하는 용어 및 말투의 묘사가 엄청 세밀하다. 알고보니 저자가 당대 사회의 문화적 요소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야말로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선현들에게 예의란 생각에 그들의 상황을 최대한 그대로 재현할 수 있도록 자료 조사를 했다고 한다.
작품의 배경이 배경이니만큼 가슴 아프고, 화나고, 속상할 거라는 예상을 깔고 책장을 넘겼다. 생각보다 더욱 더 참담하고 침울했다. 마치 내가 그 때로 타임머신을 타고 가있는 듯한 생생한 당시의 표현들.
일본어를 국어라 칭하며 우리말 사용을 제한했고, 조선식 이름을 사용할 수 없어 한자로 발음을 바꾼 일식 이름으로 불려야 했으며 그에 반하는 언행을 하면 고문을 당하던 시기.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 바쳐 싸우던 용감한 우리의 순국 열사들과 살기 위해 그저 묵묵히 일본의 악행에 눈을 감고 입을 막고 귀를 가리며 따랐던 사람들. 그리고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친일파들과 극악무도한 일본인들까지. 읽는내내 속에서 부글부글 들끓는 감정을 느꼈다.
사실 고2때까지만 해도 소설을 꽤 잘 읽었는데 이후로 논픽션에 깊게 빠지게 되면서 소설 장르를 읽는 게 개인적으로 집중도 안 되고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서 힘들었다. 편독이 너무 심해지는 듯 해서 실화를 기반으로 약간의 픽션이 더해진 책이나 베스트셀러로 수차례 도전 했지만 시리즈물은 중도 포기, 단편은 눈으로는 같은 구간을 몇 번씩 되짚어가며 읽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완독후 뇌리에 박힌다거나 여운이 그다지 남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의 이야기여서일까. 이 달 초 완독한 “작은 땅의 야수들”부터 이 책까지 이렇게 흥미롭고 인상 깊을 수 없다. 가슴 아픈 이야기라서 재미있다는 표현을 붙일 수는 없지만 다시금 나에게 소설에 애정을 붙일 수 있도록 해 준 우리나라 역사소설에 고마울 뿐이다. 덕분에 이렇게 가슴을 울리는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되었으니 말이다.
1편을 읽는 동안은 책 제목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그저 우리가 알아야 할 역사 소설이자 표지 디자인과 제목이 참 예쁘다는 정도쯤의 생각을 해왔다. 2편부터는 본격적으로 제목이 뜻하는 바가 나온다.
일본의 식민 통치하에 일어를 국어라 칭하며 주사용을 해야 했고, 우리말 사용하는 걸 들키면 고문을 당한다. 조선식 이름은 한문을 왜식 발음으로 다시 지어야 했지만 우리 나라와 문화를 지키기 위하여 알음알음 조선어를 사용한다. 독립운동가들은 그러면서 친일파나 왜군들 쉽게 알아들을 수 없게 암호도 활용하는데 그렇게 조국의 독립을 ‘물빛 안개’라 칭한다. 또한 흐릿한 안갯속에 가려진 진실도 의미한다. ‘백야와 극야’, ‘푸른 하늘의 붉은 해’도 이런 식으로 슬픈 현실에 대한 염원과 소망이 담긴 상징적 표현이다.
한 대학생의 꿈에서 시작된 우리나라의 서글픈 역사 이야기, 마치 시대를 잘 담아낸 영화 한 편을 본 듯 참으로 아련하고도 여운이 깊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