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미치도록 걷다 - 방랑작가 박인식의 부처의 길 순례
박인식 지음 / 생각정거장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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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심이 깊은 교인들이나 그 가르침을 받드는 제자들이 세계 4대 성인의 행적을 좇아 #순례길 에 오르는 것을 SNS를 통해 수차례 보았습니다. 그간 순례길을 걸으며 교리를 되새기고 신교를 굳건히 하는 분들을 보며 의지와 믿음이 대단하시다는 생각을 해왔는데요, 개인적으로 걷는 걸 좋아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내려야 할 정거장 한 두 역 먼저 내려서 30분이내 상쾌한 바람을 쐬며 걷기도 하고, 일을 하던 때엔 휴무에 반려견과 산책을 나가거나 혼자 한 시간 전후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발길이 닿는대로 곧잘 걷곤 했어요. 하지만 저질 체력이라 관광이나 #여행 이 아닌 자의에 의한 #도보여행 순례에 대해선 여전히 큰 벽 같이 느껴집니다.

여기 60세에 100일 동안 #부처 의 행적을 따라 1,500km를 걸어 #네팔 & #인도 기행을 마친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책으로나마 대리 만족을 하고, 그 숭고함을 함께 기려봅니다.

👣인상 깊은 부분👣
✅내가 찾는 길은 ‘깨달음의 길‘이다. 감히 그 길을 걷고 나서 깨달음을 얻은 부처가 되고자 한 건 아니다. ••••••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결에 오래 잊었던 영원과 불멸과 자유의 속살을 단 한 번만이라도 만져볼 수 있기를 바랐을 따름이다.

✅안개는 모든 사람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내가 걸으면 세상의 중심이 한 걸음 한 걸음 옮아간다. •••••• 안개는 모든 이를 세상의 중심에 홀로 우뚝 서는 부처로 만든다. 안개의 무(霧)는 없을 무(無)이기 때문이다. 또 안개의 무(霧)는 춤출 무(舞)이기 때문이다.

✅그 눈빛의 깊이를 재고 싶다. 그 눈빛에 어리는 그리움의 거리를 재고 싶다. 그리고 그 눈빛의 광도까지 재고 싶어진다. 수만 년 떨어진 광년의 거리와 시간의 강을 건너뛰어 그 눈빛은 별빛이 되어 내 가슴에 박힌다.

✅이곳은 별을 일찍 깨우기 위해 일찌감치 어두워지는 땅이다. 별을 박아두기 위해 하늘은 어둠의 물감을 서둘러 풀어놓는다. •••••• 제자리 걸음해도 세상은 따라 오리라. 그들은 저마다 머리에 뭔가를 이고서 제자리걸음 하고 있으리. •••••• 안개는 어제처럼 또 어제 보낸 시간처럼 그들을 감싸주리라.

✅모름지기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란 게 이런 것이다. 모름지기 살아남은 자의 기쁨이란 것도 이런 것이다. 죽음은 저 말 없는 강물처럼 경건한데 삶은 이토록 우스꽝스럽다. 그제야 그 가없은 침묵의 덩어리를 부를 이름을 찾았다. 그것은 ‘죽음’이었다.

✅걷는 사람은 누구든 어린 아이가 된다. 모든 게 새롭기 때문이다. 만나는 것마다 그것을 난생 처음 보는 어린아이의 눈으로 보게 된다. 모든 첫 만남의 설렘이 그 길 위에 있다.

✅숨어 있는 자신들의 참자아를 찾아내 그 이름을 불러주는 숨바꼭질을 만들어 그 첫 술래 노릇을 한 부처였다. 부처는 자신이 깨달았을 때보다 더 기뻐했다. 불교가 역사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여기서 부처는 다시 한 번 샛별을 본다.

✅법의 바퀴 구른 그 길 위에서 인생도 꽃처럼 여기서 피면 저기서 지고, 여기서 지면 저기서 핀다.

✅마지막 가르침은 이렇게 마무리 된다.
“모든 것은 변한다. 다만 끝없이 정진하라.”

✅걸음은 끝나도 길은 끝나지 않았다.
길은 영원했다.
길은 불멸을 기약했다.
길은 자유였다.

#에세이 #고전 #여행에세이 #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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