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말씀만 하소서 - 출간 20주년 특별 개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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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에 취미가 없는 분들이라 한다해도 국내에서 박완서 작가님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께서 아들 곁으로 가신지는 13년이 되어가지만 선생님의 명작들은 시대를 불변하고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소천하신 이후에도 선생님의 지난 기록들은 에세이와 현 책처럼 일기와 편지글 등으로 여전히 가슴 깊은 울림을 주는데요, 먼저 출간 된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는 현재 병렬독서 중인 책 중 하나이고,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책도 읽으려고 북킷리스트에 넣어 뒀는데 감사한 서평의 기회가 닿아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습니다.

부모를 여의면 ‘고아'라고 하고, 배우자가 죽으면 ‘사별’ 했다고 하지만 자식을 앞 세우면 그 애끓고 비통한 마음을 감히 표현할 말이 없다고 하죠. 먼저 간 자식을 평생 가슴에 묻으시고, 살아지기는 하지만 눈만 뜨고 있지 공허하게 살아내고만 계신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이 책을 접하고 제가 가장 먼저 생각난 건 중학생 1학년 때부터 가장 친해서 서로의 가족과 친척도 알고 지내며 서로의 부모님께는 “엄마, 아빠”라고 부르던 제 친구 웅빈이네였어요. 그 다음은 친구가 안치된 절에서 친구를 만나러 가면 인사 드렸던 주지스님의 아드님을 통해 주지스님께서도 따님을 먼저 보내신 뒤 비구니가 되셨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리고 고등학생 때 학원 친구로 만나 친하게 지내다가 12년전 세상을 등진 지윤이네가 떠올랐습니다. 두 분 모두 유능한 의사로서 유복한 환경에서 사랑으로 키우신 외동딸을 잃으신 충격으로 속세의 모든 걸 정리하고, 예뻐라하며 함께 챙겨주셨던 친구들까지 딸과의 온라인 연결고리까지 모두 끊어버리시고 흔적을 지우셨어요. 저는 그간 친구들을 잃었다는 감정에 ’나도 이 정도인데 얼마나 힘드실까‘ 정도의 얕은 생각만 했지 이 책을 읽으며 조금이나마 그 허망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지만 어찌 감히 그 큰 슬픔을 헤아릴 수 있을까요.

그간 소설가 고 박완서 선생님의 책들을 통해 느낀 다양한 감정선들이 있지만 이 책은 선생님의 일기이니만큼 그 어느 책보다 박완서 작가님의 가슴 속 깊은 이야기를 들은 느낌입니다.
24여년만에 만난 아드님과 그간 못 나눠 오신 모자의 따뜻한 대화를 나누고 계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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