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90 치매전쟁(송현)

치매전쟁
송현 지음 / 지에이소프트 / 2017년 11월

  이 책 표지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내가 2년간 어머니 치매 뒷바라지를 하며 흘린 눈물보다 이 소설을 쓰면서 흘린 눈물이 더 많다!"

처음에 책을 펴기 전까지는 이 말이 대체 무얼 의미하는 것인가 하며 곰곰히 생각하고 생각했다. 후회? 안타까움? 혹은 그리움? 그것도 아니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는 책을 읽게 되는 순간 알게되며, 한 장 한 장 넘어갈수록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책의 주인공은 윤순이 할머니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치매 또한 깊어진다. 처음에는 긴가 민가 하다가 나중에는 점치 기억을 잃으시고, 자신이 손수 일처리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던 까닭에 많은 사건 사고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다가 나중엔 그렇게 애지중지 키웠던 아들마저 못알아보고 남과 이야기하듯 대화를 나누곤 하셨다. 기억을 하나 하나 잃으시다보니 화장실을 찾지 못하여 집안 구석구석 대소변을 보시고 스스로 치워야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걸레나 수건에 싸서 구석에 밀어 넣기고 하셨다. 그 때문에 가족들은 퇴근과 동시에 대소변을 찾고 할머니를 씻기는게 첫번째 일이다.

  이정도로 끝난다면 그래도 괜찮았을 것이다. 치매가 점차 진행됨에 따라 할머니는 약을 아무거나 드시고 일어나지 못하시는 일도 있었으며, 가스를 잠그지 않아 집에 불이 날 뻔도 하였고, 그 외에도 생명을 위협한 일들이 있었다. 아무래도 그런 일이 있었을 때면 가족들은 정말 심장이 멎을 뻔 했었으리라.

  치매 전쟁이라는 책을 읽으며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우리 할머니 또한 연세가 적지 않으시다보니 마냥 남일 같지는 않다, 할머니가 작은 것 하나하나 깜빡 하실 때, 그리고 그렇게 음식을 잘하시던 할머니께서 짠맛을 구분 못하실 때, 할머니도 나이가 드셨구나 하고 이해하면서도 혹 어디가 아프시면 어쩌나 걱정도 되곤 한다. 그 와중에 치매전쟁이라는 책을 읽고나니 기분이 참 묘하다. 가족들이 힘든 것도 힘든 것이지만, 본인 스스로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인지하시는 순간이 온다면... 할머니의 상실감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세상 모든 할머니 할아버지,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랄게요. 모두들,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ps.

  이 후기를 쓰기 전 다른 분의 후기를 하나 보게되었다. 그 글에서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치매전쟁이라는 소설 속 한 구절이 나오면서 가슴 먹먹한 말을 남겨놓으셨다.

  "삼순이 너도 새 주인 만나면 이 엄마도 잊어야 한다,"

  "왜요?엄마!"

  "이 엄마를 잊지 않으면 새 주인에게 네가 마음을 다 줄 수 없을 테니까."

  아마도 다음 세상을 위해 이 세상의 일을 잊는 걸까?

  그렇더라도 너무 빠르다.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이 곳의 가족만이라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쩜 이런 생각을 하셨을까.. 책을 읽은 후 가슴 먹먹함이 아직 가시지 않았는데, 이 글을 보고는 더욱 찡한 느낌이 들었다.

(출처 : http://zzloveyou.blog.me/221147677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