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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소한, 지독히 아득한
임영태 지음 / 마음서재 / 2017년 10월
평점 :
▶ p.40
아내와 함께 식탁에서 앉는 건 일주일에 한 번 쉬는 날 뿐이다. 아내와 함께 밥을 먹을 때면 우리는 각자 겪은 한 주간의 편의점 이야기를 나눈다. 늘 비슷한 손님들이고 유별난 일은 없지만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재미있다. 늘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재미있다. 나는 아내에게 들려줄 이번 주의 이야기를 벌써 몇개 준비해 두었다.
▶ p.135
"정말 무슨 일 없어요?"
아내가 걱정스레 물었다.
"없다니까."
"근데 왜...?"
"당신 보고싶어서 그래. 당신이 좋아하는 오징어회 사갈게."
"히이, 그럼 와요. 비 많이 오니까 빨리 달리지 말고."
"그래, 조심할게."
▶ p.140
공터에서 나오며 나는 '내 인생의 삼겹살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그것이 없으면 곧 죽을수도 있는, 그것이 있어야 살고 있는 내 인생의 내밀하고도 강렬한 욕망은 무엇일까.... 없었다.
소설이라기보다는 수필같고, 수필이라기에는 소설같은 그런 소설책이다. 뭔가 나이 지긋하신 남자분께서 자신의 일생을 보여주며, '인생이란 이런 것이다.' 하고 보여주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어르신의 이야기를 잘 들으며, 그것을 교훈으로 삼고 인생에는 이런 것도 있구나 하고 한 번 되새김질을 하기위해 읽기에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젊고 어린 사람이 읽기 좋은 책이지않을까 싶다.
이렇게 이 책을 읽기 적절한 연령층을 정해버린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 책은 나만 읽은 것이 아니라 어머니도 읽으셨다. 읽고나신 평이 굉장히 낮았기 때문이다. 노부부의 일생인 듯한 이야기를 보고있자니, 자신은 다 겪었거나 웬만큼 다 아는 느낌이 드셨을꺼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자기 얘기 써놓은 그냥 그런 책같아.'라는 평을 하시는 것을 들었다.
그래서 연령층을 어린 사람으로 딱 정해버린 것이다. 젊고, 어른들의 말씀을 가만히 듣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노부부의 인생사를 들으며 나의 인생에 빗대어보며 좋은 교훈을 삼을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언젠가 이런 비슷한 책이 나온다면, 그리고 조금 더 교훈적인 이야기들이 있다면 한 번 그 책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 소설에서 남자는 굉장히 여자를 애뜻하게 아끼는 듯한 느낌이 든다. 뭔가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더더욱 눈길이 가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었다. '당신이 좋아하는 오징어회 사갈게.'라는 한 마디에 '히이, 그럼 와요.'라고 답하는 모습이 '아, 노부부도 그리고 부모님도 어린 시절이 있었으며, 서로 연애하고 사랑하는 그런 분들이지.'라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한동안 '부모님은 부모님'이라는 생각으로만 살았으니.... 이 책을 읽으며 부모님을 한층 더 이해할 수 있게되어, 작가님께 감사한 마음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