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라디오
모자 지음, 민효인 그림 / 첫눈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34p  인연

술과 같은 인연이 있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마주했는데

나도 모르게 잔뜩 취해있다 깨어나면

후회만 남는 그런 인연

 

끊어버리자 다짐했는데

어느 날 문뜩 떠올라 찾아갔지만

또 다시 상처받는 인연

 

두 번 다시 만나지 않을 거라 다짐했는데

차마 끊지 못한 술과 같은 인연들이 있다.

 

버려서 무엇할까,

떠나서 무엇할까,

 

이것도 인연인데.

 

 

  정말 마음에 드는 구절들이 몇 개 있었다. 여기에 다 쓸 수는 없으니 하나만 적었다.

  인연이라는 이 글은 책 앞 쪽에 있는 글이다. 읽으면서도 계속해서 기억에 남는게, '아무래도 내게 술과 같은 인연이 있기에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책을 다 읽고 표시해 둔 부분을 다시 읽어보고, 마지막으로 인연이라는 글을 또 다시 곱씹어 읽어보았다. 그제서야 생각이 나더라, 내게도 있는 그 "술과 같은 인연"

 

  이 글과 너무 맞는 것 같아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술과 같은 인연. 좋았지만 미워했고, 마냥 미워할수만도 없었던 그런 사람이 생각이 나더라. 지금까지도 내 삶에 스며들어 나를 괴롭히기도하고 웃게도 하는 그런 인연... . 그런 인연을 나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끊어내려고만 그렇게 노력했다. 죽어도 못끊겠다 싶을때는 누군가를 통해서라도 용기내어 끊어보고, 분노 비슷한 것을 끌어올려 끊어내보기도 하고, 이 감정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식으로 무시하며 끊어보기도하고. 그러나 이 글처럼 모두 소용없더라. 이번에는 그때만큼 크게 마음열지 않아 크게 다치지는 않겠지만, 아무래도 자그마한 상처쯤은 나겠지. 그렇지만 이 글을 본 뒤로는 그대로, 그대로 흘러가도록 내버려두기로 했다. 정말, 버려서 무엇할까, 떠나서 무엇할까, 이것도 인연인데....

 

  이뿐만 아니라 '스포일러'라는 글도 굉장히 마음담아 곱씹어 읽었다. 뭔가 쿡쿡 찔렸다고 해야할까?

  나는 이 글에서 말하는 것처럼 스포일러를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이다. 조금이나마 말하면 화를 내는 정도로? 뭐든간에 결과를 먼저 알려주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이다. 내가 이렇게까지 싫어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매번 예고편을 꼭 보고 영화를 보고 들어가곤 했던 내가 어느날 언니의 손을 잡고 예고편도 보지 못한 영화를 보러 들어갔다. 백지상태에서 영화를 본 후의 그 감동은 이루 말할수가 없더라. 그 이후부터 나는 예고편도 웬만해선 보지 않으려 애썼으며, 결말을 듣는 건 정말이지 상상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결말을 보고 나면 그 재미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이제는 안다. 그러면서 왜 그리 내 삶의 미래는 그리도 궁금해했는지. 왜 그리 알지 못해 조마조마 했는지. 다른 사람들처럼 점을 보면서까지 매달리지는 않아도, 평범한 사람들처럼 내 눈앞에 보이지 않는 미래가 꽤나 궁금하기는 했다. 이제는 궁금해하기는 해도 두려워하지 않으려 한다. '스포일러'를 한 후의 영화를 보는 것보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 백지상태로 보는 영화가 훨씬 더 재미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니까. 삶도 그러리라고 믿으니까.

 

  이런 종류의 책들을 참 좋아한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있기도 하고, 삶에 대한 이야기가 있기도 하다. 이번에 읽은 이 책은 어른들의 관점에서의 삶에 대한 책인 듯 싶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하고, 이 내용들을 다 이해하고 있는건가 싶어 고개가 갸우뚱 거려지기도 한다. 이해를 못했더라도 품에 꼭 안고 틈날때마다 다시 한번씩 보고픈 책이기는 하다. 일년 일년이 지날때마다 나는 어른이 될 테고, 어른을 위한듯한 이 책의 내용도 조금 다르게 다가올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