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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44 - 1 - 차일드 44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1년 전만 해도 나는 어떤 책이든 한 글자도 빠짐없이 세세하게 읽는 버릇이 있었다. 이건 속독을 못하기 때문에 그랬던 것일뿐 딱히 습관이라 할 것도 없었다. 그렇다보니 소설 한 권 읽는데도 시간이 한 참 걸렸다. 점점 책에 관심이 가고 흥미를 느끼며 소설을 몇 권씩 읽어가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읽는 속도가 약간 빨라졌다. 소설을 읽을 때 한 글자 한 글자 정성들여 읽기보다는 흐름에 따라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조금 달랐다. 한 두줄 한번에 읽곤 했는데 이번 소설은 그렇게 읽는 것을 나 스스로 거부했다. 이유는? 내가 글에 대해 전문가도 아니고 글을 그리 오래 좋아했던 사람은 아니기에 문체가 어떻고 이런 말은 못하지만 참으로 내게 마음에 드는 문장들이 많은 책이었다. 그렇기에 한 문장, 한 글자, 한 단어도 빠뜨리지 않고 읽고싶었다. 속도내어 읽고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잠깐 속도를 내었다가도 문뜩 다시 괜찮은 문장을 마주하면 다시금 속도가 느려졌다. 그렇게 한 문장 한 문장 곱씹으며 읽어 내려갔다. 아무래도 한 번 더 읽어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잘 읽히지 않았던 점도 있다. 일단 이 소설은 시대 배경이 현대시대가 아니다. 구 소련의 공산주의시절이 배경이다. 게다가 공간지각능력 또한 떨어지는 내게, 이 책의 소 제목들은 참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모스크바로부터 어느 쪽으로 몇십킬로미터 떨어진 곳', 이와 같은 제목이 종종 나왔기 때문이다. 그 외의 어려운 점은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문장 하나하나가 마음에 쏙 드는 책이었다.
처음에는 먹을 것이 아주 없어서 고생하는 한 마을이 나오고 그 곳에서 어떤 여자 아이는 자신이 기르던 고양이를 결국 포기하고 자신의 삶도 포기해버린다. 그렇게 짧은 이야기가 끝이나고 같은 곳으로 추정되는 마을에서의 이야기가 또 나온다. 그 곳에서 두 형제는 고양이를 사냥하다가 형이 누군가의 손에 끌려가게된다. 정상적으로 끌려간 것이 아니라 무언가에 맞고 피를 흘리며 끌려간다. 이야기는 거기서 잠시 끊기고 또 다른 형제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형제는 눈싸움을 하고 있었고, 동생이 형을 눈덩이로 맞추게 된다. 동생은 그 사실에 마냥 좋아하면서 형에게 자신이 마치 많은 것을 이긴냥 이야기를 해댔다. 형에 눈에는 그렇게 보였고 그 순간 그는 눈과 흙, 그리고 돌들을 섞어 눈덩이를 만든다. 그리고 눈덩이를 만드는 것을 본 동생은 또 시작하나보다 싶어서 저 멀리 뛰어갔고, 그런 동생을 형이 부른다. 형은 흙과 돌이 섞인 눈덩이를 던짐과 동시에 후회를 했고, 그래서 동생에게 피하라는 의미로 동생을 불렀으나, 자신의 이름을 듣고 동생은 형을 돌아봤고 때문에 눈덩이를 정면으로 맞았다. 이도 부러지고해서 피를 흘리며 동생은 무작정 형에게서 달아났다. 형이 다시는 보기 싫었던 탓이다. 그렇게 그는 사라졌고 결국 동생은 시신이 되어 나타났다.
이 후부터는 레오의 이야기이다. 레오가 권력을 가지고 있었을 때의 행동과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 때의 행동을 보여주며, 권력을 가졌을 때에는 앞에서 말한 동생인 아카디가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눈꼽만큼도 하지 않았다. 어떠한 일을 계기로 민병대로 전출을 가게 되고 그렇게 지위가 낮아지고 그의 주변 사람들도 같이 힘들어지면서 그에게도 어떠한 변화가 찾아온다.
읽다보면 은근하게 빠져드는 내용인데다가 문장 또한 마음에 드는 부분이 참 많아서 아무래도 전 권을 다 사서 소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친구라면 추천해줄만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또한 기회가 된다면 이 책을 다 읽은 후 꼭 영화도 한 번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