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42 나의 직업은 아빠입니다.(탁경운)

나의 직업은 아빠입니다 - 바보 아빠 탁경운의 가족 소통 프로젝트
탁경운 지음 / 고즈윈 / 2015년 6월

  책 제목 그대로 아빠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가의 가족에 대해 쓰면서 아빠들이 가족과 소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 하나 하나 적어놓았다. 많이들 하지 않는 가족회의나, 혹은 사소한 발 씻겨주기, 손톱 깎아주기, 칭찬하기 등 소소하지만 효과가 좋은 그런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

  작가의 변한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변하기 전의 모습도 보여준다. 원래는 대한민국 대부분의 아빠들과 같은 모습을 가졌다고 했다. 일에 바빠서 아이들과 아내에게 신경 써주지 못하며 텔레비전 리모콘은 온통 아빠의 차지이다. 게다가 집에 옴과 동시에 아빠는 '을'의 입장에서 벗어나 '갑'이다 못해 아예 '왕'이 되어버린다. 이러한 행동의 문제가 있음을 깨닫고 작가는 차차 고쳐나가기로 결심한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으나 소소한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해나가며 아이들과 아내에게 피드백을 받기도 한다.

  작가의 이런 변화하는 과정과 변화된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얼마나 일이 바쁘고 힘들면 집에서나마 편해지고 싶으셔서 그랬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요즘에는 나도 좀 컸다고 엄마, 아빠를 이해하려고 정말 애를 많이 쓴다. 그러나 갈수록 경제는 어려워지고 부모님의 일은 점차 힘들어진다. 요즘 들어보면 이것 저것 후회도 많이하시고, 그런 모습을 보는 나는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해야할까. 그러나 마냥 연민과 같은 느낌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요즘들어 워낙 엄마와 아빠의 행동이 상반되어 비교가 참 많이 되기 때문이다. 정말 남자들의 세계가 만들어질 수 밖에 없는 그런 환경에서 일하시는 아빠는 점차 가면 갈수록 가부장적인 가정을 만드시려 한다. 나름대로 노력한다고는 하시는데 어쩐지 그게 잘 안되시는 모양이다. 난 또 나 나름대로 애교로 무거운 분위기를 띄워보려하지만 그 또한 쉽지 않다. 엄마와 비교가 많이 되는 이유는, 엄마 또한 아빠만큼 바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빠 못지않게 엄마는 일과 공부, 그리고 집안일과 운동까지. 이렇게 많은 것을 하루에 다 소화하신다. 그렇다보니 무의식중에 은근하게 비교를 하게 되는 듯 하다.

  그러나 아빠만 탓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항상 생각해오던 것처럼 아빠는 아빠다. 사람은 사람 그 자체만으로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생각하기에 아빠를 탓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내 남편이 되는 사람에게는 조금 기대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권하고 기대하는 그런? 남편 못지않게 나 또한 이 책을 읽은 독자답게 행동하리라 다짐해본다. 이 책에서는 아빠의 행동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만 읽는 동안 그런 생각을 했다. 이제 맞벌이 부부는 흔하다. 다시 말해 아빠만 일을 하고 엄마는 가정에서 집안일과 육아만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 책에 있는 내용을 잘 조절해서 나중에 내 가정에 내가 먼저 실천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아빠 요리. 아니 사실 모든 것이 가정에 관한 이야기다보니 머릿속을 두웅 떠다닌다. 퇴근과 동시에 5~10분만에 아이와 소통하는 방법 등, 참 많은 것을 배운 책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책을 많이 읽다보면 나도 아이들의 자랑스러운 엄마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작은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