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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엔 아무것도 없어 1 - 버리기 마녀의 탄생
유루리 마이 지음, 정은지 옮김 / 북앳북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만화책인데다가 얇은 책이라서 그런지 택배로 받지마자 부욱- 다 뜯고는 그 자리에 앉아서 다 읽어버렸다. 뒤에서부터 읽는 만화책은 잘 읽지 않는터라 처음 받고는 살짝 당황했었다. 금새 읽기는 했지만 조금 헷갈리기는 했다.
이 책 제목처럼 말 그대로 주인공의 집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다. 물론, 사람이 살 정도의 살림살이정도는 있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짐들이 많은 집이 아니다. 정말 딱 봤을 때 이건 '신혼부부가 처음 집 사고 가구정도 샀을때의 집이다.' 혹은 '모델 하우스이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정말 깔끔하게 정돈된 집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잡동산이들은 하나도 없다. 모든 것들이 최대한 안으로 들어가있으며 밖으로 보이는 것들은 거의 가구가 다이다. 가구도 많지 않고 딱 모델 하우스의 느낌만 남아있는 그런 집이다.
앞편(보통 책의 앞편. 그러니까 이 책의 순서상으로는 맨 뒤편)에는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주인공의 집을 직접 촬영하여 책에 담겨있었고, 뒤편에서부터는 만화의 시작이다. 만화에는 주인공이 어쩌다가 이렇게 버리기 마녀가 되었는지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주인공도 처음부터 버리기마녀였던 것은 아니다. 보통 우리가 그렇듯 집안에 온갖 잡동사니를 넣어두고 산다. 심지어 주인공은 어릴 적부터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잡동사니가 쌓여있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주인공은 무엇이든 버리기 아까워했던 것 같다. 아니, 지금 나의 마음과 같았던게 아닐까 생각한다. 남자친구와의 일이 있었던 것이다. 예전 남자친구와 사귈 때 생겼던 모든 물건들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하나하나 모아뒀던 것이다. 그 모든 것들을 헤어짐과 동시에 하나하나 챙겨서 버리고 나니, 생각처럼 슬픈게 아니라 개운한것이 아닌가! 주인공은 그때 느꼈다고 한다. 버리는 것이 얼마나 개운하고 상쾌하고 쾌감을 느낄 수 있는 행동인지를! 하나하나 정리를 하고 버리다보니 이제는 내 물건이 아닌 가족들의 물건에까지 눈이 갔으나 가족들과 부딪혀보고는 내 물건, 내 공간만 정리하자는 자신만의 약속을 하나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자신만의 공간만 치우며 살았지만 그래도 가족들의 쌓인 물건을 보자니 스트레스가 한가득이었던 듯 싶다. 그렇게 살다가 어느날, 지진으로인해 집안의 쌓였던 물건들이 다 무너지고 그 무너지는 틈에 필요한 물건을 챙기려해도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통해 제대로 된 물건조차 꺼내오지 못하고 집을 빠져나와 대피소에서 지내게된다. 그때부터 가족들은 조금씩 느끼게 된다. 주인공처럼 버리고, 치우며 살아야겠다고. 그렇게 가족들을 하나하나 설득해가며 살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책을 읽고있는 동안 나는 나도 모르게 주인공에게 설득된 느낌이었다. 정말이다. 다 읽고 책을 덮자마자 일어서서 책상을 한 번 돌아봤다. 그리고는 하나 둘 정리하고 하나 둘 휴지통에 쏙쏙. 분리수거통에 쏙쏙. 그렇게 책상 정리를 적당히 마쳤다. 아직까지 마음만 앞서고 버리기마녀의 레벨은 아닌터라 많이 아까워보이는 물건들 때문에 아직 지저분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꽤나 치워졌다는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내일 또 다시 하나하나 치우면서 버리기마녀가 될 준비를 하게되는 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