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자매

도토리 자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안타까움으로 너무도 먹먹해서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함께 이야기하며 슬픔과 분노를 공유하는 것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지금, 잠시 숨을 돌릴수 있게 해주는 이 책을 만났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끝날 때가 가늠이 되지않아 
앞으로 삶에 대한 아득함과 두려움이 가득한 눈먼자들의 도시의 희뿌연 안개 속이라면

도토리자매가 있는 곳은 부슬비가 내리는 스산한 밤이 지나고 
동이 틀 무렵의 아침 안개처럼 희망이 보이는 곳이다.

도토리의 일본어인 돈구리를 이름에 나눠가진 언니 돈코와 동생, 구리코 자매는 유년시절 부모님을 교통사고로 잃고

친척집을 전전하다가 할아버지댁에서 살게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도토리나무의 뿌리에 상처를 입은 채 자라난 도토리자매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남들의 외로움에 응답하는 도토리메일을 시작하게 된다.

처음에는 그 동안 받은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보은하는 차원에서 시작된 도토리메일이지만,

이 것을 계기로 도토리 자매는 도토리나무의 뿌리의 상처, 마음 깊은 곳의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하게 된다.

전체적인 줄거리만을 보았을때는 성장과정의 상처, 도토리메일을 속 상처입은 사람들의 에피소드들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예상과는 달리 이 책은 그러한 에피소드들은 주인공의 감정과 생각을 설명하기 위한 보조적인 설명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나와는 다른 상황의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 몰입하기가 쉬웠고,

도토리자매와 침몰하는 배 안의 나를 구해줄 수 있는 것은, 
사회 시스템이 아닌 주변에 함께하는 사람들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