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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중하차 - 잘 나가던 아빠가 집으로 돌아왔다
기타무라 모리 지음, 이영빈 옮김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도중하차- 작가
- 기타무라 모리
- 출판
- 새로운현재
- 발매
- 2013.06.03
요즘 가장 핫한 tv쇼 프로그램인 "아빠 어디가?"를 생각하고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오히려 "직장의 신"에 가까운 이야기였습니다.
커리어를 쌓으며 승승가도를 달리던 한 남자가 직업 전선에서 도중하차 후
아들과 여행을 다니며 새로운 가족과의 관계를 만들어내고
제 2의 삶을 살기까지의 이야기입니다.
갑자기 폐소공포증이 나타나게 된 주인공은
지하철로는 20분 거리인 회사를 1시간 20분이 걸리는 버스를 갈아타고 출근을 하게 되고,
비행기, 고속열차로는 2시간이면 가는 거리를 하룻밤이 꼬박 걸리는 완행열차를 타고 출장을 가게 됩니다.
그리고 문이 닫힌 사무실에서는 회의를 하지 못하고, 화장실 문도 닫지 못하는 정도에 이릅니다.
결국 주인공은 이렇게 망가진 모습을 주변에게 알려 이야기를 들으며 휴직을 하느니
아예 퇴사를 하여 재충전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직업 전선에서 도중하차하는 과정에서 엿본 현대 사회에서의 직장인은
사회를 구성하는 매우 일부분에 불과하며 언제든지 대체 가능하다는 속성은
드라마 '직장의 신' 묘사되는 모습과 유사합니다.
누구나 한때는 자신이 크리스마스트리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하지만 곧 자신은 크리스마스트리를 밝히는 수많은 전구 중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머잖아 더 중요한 진실을 알게 된다.
그 하찮은 전구에도 급이 있다는 것을.
- '직장의 신'
퇴직 이후 정신과 상담을 통하여 이러한 증상이 공황장애의 일종이라는 것을 알게 된 주인공은,
공황장애의 원인이 자신을 승승가도로 달리게 했던 제한된 상황에서의 폭발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극도의 한계로 자신을 몰아붙이던 업무 패턴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잘나가는 편집장의 자리에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 회사를 그만두게 만든 것이죠.
이전 직장의 지위와 경험을 이용하여 새로운 직업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던 주인공은,
직업적 성공만을 위하여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가던 동안에
가족과의 관계는 단절된다는 것을 퇴직 이후에야 깨닫게 됩니다.
손을 내밀기만 하면 언제든 내민 손을 잡고 여행을 같이 떠날 것이라 생각했던 유치원생 아들은
엄마 없이 아빠와 단둘이서의 여행은 거부하죠
여행을 떠나서도 그 동안에 교류가 없던 탓에
더 친해지기는 커녕 아이와의 심리적 거리만을 느끼고 돌아온 주인공의 모습은
'아빠 어디가?' 첫 여행지에서 성동일 - 성준 부자처럼 서로 서먹한 모습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이후 여러 차례의 여행을 통해 아들과의 특별한 추억을 만드는 과정은,
잔잔하면서도 흡입력있게 펼쳐졌습니다.
요즘 즐겨보는 티비의 두 프로그램을 압축한 듯한 어느 한 (전)직장인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가끔은 껄끄럽게 느껴지는 일본 소설의 특유의 문체의 느낌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